악재 터진 카카오 주춤 속 CJ 한발 앞서…SM 실적 부진 변수,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는 긍정적
#SM엔터 인수 후보 카카오와 CJ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후보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CJ ENM이 꼽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연예 기획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SM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하면 연예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CJ ENM은 케이블 채널 tvN이나 엠넷 등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인수 후보였던 네이버는 지난 4월 “사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 검토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혀 일찌감치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SM엔터테인먼트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세부 조건에 대한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매각가와 관련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화재로 인해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카카오는 피해자 보상에만 최소 수백억 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나아가 카카오의 향후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쉽게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1월 3일 컨퍼런스콜에서 보상과 관련해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것은 약 400억 원”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보상 기준 적정성 여부를 두고 카카오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에 따라 보상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실적 영향은 400억 원 내외로서 2022년 4분기에만 반영되는 단기 영향에 그친다”면서도 “이에 따른 일부 신사업 지연 영향, 광고·커머스 사업 등의 경기둔화 영향, 게임 부문의 우마무스메(카카오게임즈가 유통을 맡은 모바일 게임) 서비스 운영 미숙에 따른 매출 급감 등은 구조적 매출 하향 요인”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입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매물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이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골목 상권과 무관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의 계열사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자금 조달 방안이다. SM엔터테인먼트 예상 매각가는 6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CJ ENM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 2874억 원에 달하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396억 원에 불과하다. CJ ENM은 현재 보유한 현금만으로도 인수 여력이 충분하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외부 투자 없이는 현실적으로 인수가 어렵다.
이 때문인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말부터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당시 기업가치를 18조 원으로 측정했지만 이후 12조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하향 조정 후에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프리 IPO는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전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자금 여력과 경영상 악재가 없는 CJ ENM이 인수전에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CJ ENM은 공시를 통해 “음악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및 사업 시너지 등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매각 가격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
이런 가운데 매각 가격이 영향을 미칠 변수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최근 실적은 신통치 못하다. 시간을 끌수록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기 원하는 이수만 총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42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86억 원으로 하락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콘텐츠 제작비는 당분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익 눈높이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이태원 참사로 인해 각종 행사가 취소된 것도 단기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내년부터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간 음악 관련 매출의 일부를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지급해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240억 원을 라이크기획에 지불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14억 원을 지급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86억 원임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이크기획 인세 지급 계약을 종료하면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에 더해질 수 있는 이익은 297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료한 표면적인 이유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요청 때문이다. 그러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1%가 조금 넘는 정도로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핑계일 뿐, 이수만 총괄이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SM엔터테인먼트 측은 “라이크기획으로부터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의 조기 종료 의사를 수령했고, 지난 10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연말까지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기 종료를 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