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보상금’ 그 땅은 누구 땅?
▲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영종도 소재 1만 1000평 땅에 대한 소유권과 토지보상금을 둘러싼 양측의 싸움은 2009년 3월 법원이 한진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종결되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등 전면 재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돼 토지를 둘러싼 제2의 진실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패소 후 새로운 증거들을 찾아낸 이 씨가 지난해 7월 “한진은 위조한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승소판결을 끌어내 땅을 빼앗고 수백억 원의 토지보상금을 가로챘다”며 한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고소 배경에 대해 이 아무개 씨 측은 “2009년 3월 대법원 패소 후 새로운 증거들을 발견했다. 한진이 위조·허위자료를 제출해 법원을 기망한 것이 드러난다면 재판 결과는 번복되어야 한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이 씨는 1987년 12월 인천 영종도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한진에 양도하면서 그 대가로 매립지 2만 2000여 평의 소유권을 한진으로부터 이전받고 잔여 매립공사도 맡았다. 1990년 5월 한진과 이 씨는 실제 지분(이 씨는 1만 1000평을 제3자에게 매각해 1만 1000평만 소유)과 관계없이 5만 8000평에 대해 공동명의(합유)로 등기를 했다. 그런데 2004년 매립지가 ‘경제자유구역’ 부지로 수용돼 보상금 1046억여 원이 나오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보상금을 법적 합유자인 한진과 이 씨가 절반씩 나눠가져야 하는 상황이 되자 2005년 12월 한진이 이 씨 명의로 된 공동등기를 한진에 넘기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양측은 첨예하게 맞섰다. 우선 한진은 “1990년대 초 약 45억 원을 주고 이 씨 지분을 샀다”고 주장했다. 한진은 토지대금과 관련해 “1991년 1월 16일 14억 6650만 원을 지급했고 추가로 30억 원을 지급했다”며 품의서와 영수증 사본을 증거로 제출했다. 당시 재판부는 한진이 제출한 증거를 받아들였고 토지소유자로 인정받은 한진은 이 씨의 보상금을 포함해 1000억 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 씨는 “나는 땅을 매각한 사실이 없다. 한진이 조작된 서류로 땅을 가로채고 보상금 239억 원까지 챙겼다”고 맞섰다. 14억 6650만 원에 대해 이 씨는 “토지대금이 아니라 1990년 8월 내 땅 1만 1000평을 담보로 해 추가공사대금을 빌린 것이고 정확한 금액은 15억 원”이라며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증통지서를 새로운 증거로 제시했다. 확인결과 2010년 2월 당시 H 토건 경리담당자의 집에서 발견된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이 씨가 15억 원을 한진으로부터 차용했음이 명시돼 있었다. 이 씨는 “한진 측 주장대로 토지대금이라면 공증까지 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증통지서가 존재할 리 없다. 또 토지매매가는 14억 원, 14억 5000만 원 식으로 끝수가 깔끔하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14억 6650만 원이 1만 1000평의 토지대금이라면 평당 가격이 13만 3318원인 셈인데, 1원 단위로 평당 단가를 산정했다는 것은 부동산거래 관행상으로도 억지다. 하지만 공사비의 경우 산정법상 세분화한 수치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 라 한진 관계자에 따르면 자산을 매입하는 경우 관리부가 품의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공사비 지급부서인 준설항만부가 품의서를 작성한 것도 이 금액이 공사비임을 입증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30억 원에 대해서도 이 씨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당시 1만 1000평 공시지가만 해도 50억 원 상당이었는데 내가 15억 원 정도에 매매했을 리 있겠나. 한진은 2005년 12월 소장에서 토지대금이 14억 6650만 원이라고 했다가 내가 당시 토지시세를 거론하며 말이 안 된다고 하자, 2006년 6월 준비서면에서 추가로 30억 원을 ‘K-프로젝트’라는 명목의 비자금으로 조성해서 내게 줬다고 하는 해괴한 주장을 했다. 한진은 이 증거로 영수증을 제시했으나 나는 30억 원을 받은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하도급업자인 내가 한진에 맡겼던 인감도장으로 위조한 것이다. 특히 지금 가치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 오가면서 영수증에 내 자필사인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 한진중공업 측이 이 씨에게 토지대금으로 지급했다는 14억 6650만 원, 30억 원에 대한 증거자료(맨 왼쪽과 가운데). 이 씨는 여기에 자신의 자필서명이 없다는 점을 들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씨가 15억 원을 한진으로부터 차용했음을 보여주는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증통지서. |
특히 이 씨는 30억 원과 관련된 한진의 거짓말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진의 거짓말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 너무 억울해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중요한 자료를 입수했다. 한진은 토지대금이라 주장하는 어음 30억 원에 대해 국세청과 법원에서 다른 주장을 했다. 2004년 4월 한진이 부산지방국세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씨에게 경동시장 재건축공사 수주조건 명목으로 비자금 30억 원을 선급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2006년 6월 인천지법에서는 ‘이 씨에게 K-프로젝트 명목으로 줬다’고 했다. 또 진짜 토지대금으로 30억 원을 줬다면 당사자간 금원이 오갔음을 보여주는 증표인 영수증에 ‘토지대금 명목’이라고 사실대로 기재하지 않았을 리 없다. 엉뚱하게 K-프로젝트라고 기재했는데 내가 도장을 찍어줄 리 있겠나. 따라서 이 영수증은 한진이 위조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진이 지급했다는 10억 원짜리 어음 3장의 행방이다. 이 씨 측은 “검찰에 추적을 의뢰한 결과 어음이 발행한 은행으로 돌아온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어음은 소지인이 발행은행에 제시하고 할인해 돈을 받아가는데 20여 년 전 무려 3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어음을 돈으로 바꿔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과거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진 측 자금관리자와 현장소장의 진술까지 있었음에도 재판이 한진 측에 유리하게 흘러갔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당시 재판 과정에서 한진 측 자금부서 간부는 “한진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던 상황으로 45억에 가까운 거액을, 그것도 그중 30억 원을 비자금으로 처리해 주면서까지 토지를 양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그런 일이 없다”는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H 토건 경리담당자는 최근 확인서를 통해 “1990년 8월 H 토건이 공사자재비 상승으로 인해 추가공사대금 명목으로 1만 1000평을 담보로 한진으로부터 15억 원을 차용했다. 대법원 패소 후 발견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증통지서가 이를 증명한다. 또 한진은 토지대금으로 30억 원을 추가 지급했다고 하지만 이 씨는 토지를 매각한 사실도 없고 어떤 명목으로도 3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 당시 한진에 대금을 받으러 가면 영수증에 자필서명을 하고 날인을 해야만 대금지급이 이뤄졌다. 이처럼 거액을 지급하면서 이 씨의 자필서명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와 함께 30억 원의 어음에 대한 추가 추적조회가 이뤄지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여러 관계자들의 일관된 증언이 있고 새롭게 찾아낸 증거들은 한진의 거짓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조회 결과 품의서상의 어음번호로 발행된 사실이 없다면, 결국 30억 원을 받은 적도 구경한 적도 없다는 내 주장이 설득력이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진 측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2월 23일 기자와 통화한 한진 측 관계자는 “이 씨의 주장은 100% 거짓이다. 이미 민사재판을 통해 가려진 문제를 갖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 씨는 금전관계에 있어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돈을 노리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씨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지만 현재 검찰 조사 중인 사안인지라 세세히 밝힐 수 없다. 이 씨가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증거로 채택될 수 없는 엉터리다.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증통지서만 해도 그것이 이 씨 본인 이름으로 되어 있는지 봐라. 우리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고 모든 과정을 원칙적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는 모든 자료들을 검찰에 제출했다. 심지어 20여 년 전 어음을 끊은 것도 해당은행에서 확인해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고소인 사업가 이 씨 심경토로
“100억에 합의하자더라”
이 씨는 땅을 빼앗긴 억울함에 더해 한진 측의 부도덕함에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진은 1992년 6월 미국으로 간 내가 사망했다는 소문을 듣고 공시송달 의제자백 승소판결(피고가 소장 부본과 최초 변론기일 소환장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나 기타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고 지정된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3번 반복되면 원고가 자동 승소하는 것)을 노리고 2005년 12월 인천지법에 소를 제기하는 부도덕함을 보였다. 예상대로 내게 소장이 송달되지 않아 공시송달로 진행됐는데 나는 한진의 소 제기 사실을 2006년 5월에서야 우연히 알게 되어 뒤늦게 소송에 대응해야 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특히 이 씨는 2008년 7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한진이 100억 원을 이 씨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조정을 시도했으나 거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당시 재판장이 양측에 100억 원에 합의를 보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나는 ‘내 땅 갖고 소송한 것인데 100억 원만 받는 것이 말이 되냐’고 거부해 조정이 결렬됐다. 이에 재판부는 패소판결을 내렸고, 나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인지대 7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2009년 5월 상고가 각하됐다. 내 땅이 아닌데도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재판부의 조정안대로 100억 원이나 받아 챙겼으면 될 일인데 그것을 거부하고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할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성토했다. 이 씨는 이어 “2010년 8월경 한진 측에서 합의를 제안해왔으나 ‘민사사건으로 부도덕한 사람을 만들어놨으니 돈만 받고는 합의 못한다. 5대 일간지에 사죄광고를 먼저 하라’고 거절한 일도 있다”고 밝혔다. [향]
“100억에 합의하자더라”
이 씨는 땅을 빼앗긴 억울함에 더해 한진 측의 부도덕함에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진은 1992년 6월 미국으로 간 내가 사망했다는 소문을 듣고 공시송달 의제자백 승소판결(피고가 소장 부본과 최초 변론기일 소환장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나 기타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고 지정된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3번 반복되면 원고가 자동 승소하는 것)을 노리고 2005년 12월 인천지법에 소를 제기하는 부도덕함을 보였다. 예상대로 내게 소장이 송달되지 않아 공시송달로 진행됐는데 나는 한진의 소 제기 사실을 2006년 5월에서야 우연히 알게 되어 뒤늦게 소송에 대응해야 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특히 이 씨는 2008년 7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한진이 100억 원을 이 씨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조정을 시도했으나 거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당시 재판장이 양측에 100억 원에 합의를 보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나는 ‘내 땅 갖고 소송한 것인데 100억 원만 받는 것이 말이 되냐’고 거부해 조정이 결렬됐다. 이에 재판부는 패소판결을 내렸고, 나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인지대 7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2009년 5월 상고가 각하됐다. 내 땅이 아닌데도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재판부의 조정안대로 100억 원이나 받아 챙겼으면 될 일인데 그것을 거부하고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할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성토했다. 이 씨는 이어 “2010년 8월경 한진 측에서 합의를 제안해왔으나 ‘민사사건으로 부도덕한 사람을 만들어놨으니 돈만 받고는 합의 못한다. 5대 일간지에 사죄광고를 먼저 하라’고 거절한 일도 있다”고 밝혔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