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 원에 신용등급 3단계 올려줘…등급 조작 위해 기술자격증 무단도용”
#한국평가데이터의 신용등급 조작 정황 포착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평가데이터는 암호를 통해 신용평가를 조작하고 등급을 올려줬다. 실례로 한국평가데이터 영업부서장은 신용등급 평가를 신청한 기업과 ‘사전 약정’을 맺는다. 한 예로, 정상 평가등급이 BBB등급에서 BBB+등급 수준인 기업의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3단계 올려주는 대가로 신용평가수수료 39만 원 대신 1100만 원을 내기로 사전에 약정하는 것이다.
이후 영업부서장은 신용등급 평가 담당 직원에게 회사 서버를 통해 “3시 이전 발급완료 요청”이라는 암호를 보낸다. 암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시 이전은 A등급 △4시 이후는 BBB+등급 △5시 정각은 BB등급을 의미한다. 신용등급 평가 담당 직원은 암호에 맞춰서 허위 신용등급을 발급한다. 즉 신용등급 평가 담당 직원이 “3시 이전 발급완료 요청”라는 암호를 보고 A등급 신용평가서를 발급하는 것이다.
‘발급완료 요청’ 암호는 고객사가 한국평가데이터의 금융서비스상품을 정상 가격의 10~100배 이상으로 구매할 예정이니, 기업의 정상 신용등급보다 2~3등급 올려주는 신용평가서를 발급해달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신용등급이 암호대로 조작돼서 발급되면, 곧바로 영업부서장은 사전 약정대로 금융서비스상품 구매대금을 입금하라고 기업에 이메일을 발송한다. 한국평가데이터는 입금이 완료되면 영업 담당 임원 지시에 따라 주기적으로 암호를 삭제한다고 한다.
앞서 2020년 12월 17일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기술금융 비대상 업종 중 ‘기술 전문인력을 보유한 기술기업’ 등에 대해서는 기술금융 적용을 가능토록 했다. 비대상 업종은 자동차수리업, 병의원 등이 있다. 한국평가데이터는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해서 기업의 신용등급을 조작했다고 한다.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평가데이터는 다른 기업 직원의 기술자격증을 무단도용해 등급을 올려줘야 하는 기업의 직원인 것처럼 조작했다. 이후 등급 상향을 원했던 기업은 기술금융 대상기업으로 탈바꿈됐고, 이를 근거로 한국평가데이터에서 기술평가등급을 상향 조정해줬다. 한국평가데이터는 등급을 조작한 대가로 금융서비스상품을 고가에 판매했다.
강민국 의원실은 “제보에 따르면, 한국평가데이터의 신용평가 조작을 통한 범죄행위는 단순히 영업직원들과 평가 담당 직원들 간에 벌어지는 일탈이 아니다. 대표이사, 감사 등이 조장 또는 묵인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며 “부사장과 영업담당 임원이 독려하고, 담당 부서가 조작하는 등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경영실적 부진해서 자신들의 경영성과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 ‘등급 장사’가 불법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표이사, 감사, 부사장, 임원 등이 합심하여 전사적으로 ‘등급장사’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국 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에 자료요청을 통해 받은 답변자료인 ‘한국평가데이터 검사실시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2022년 9월까지 금융감독원의 검사는 총 3차례 진행됐다. 마지막 검사일이 2019년 7월이었다. 3년 동안 금융감독원이 한국평가데이터 검사를 3년간 진행하지 않았고, 신용등급 조작은 검사결과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강민국 의원은 “신용정보회사의 허가는 금융위원회 소관인 만큼 이제라도 금융 당국이 나서서 국가신용 기본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한국평가데이터의 범법행위를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경찰청 등 사법당국과 공조하여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