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면을 만들어, 형상에 색(色) 더해”
- "여인의 드로잉은 눈에 보여지는 조형 언어일 뿐…처음과 시작, 피어나는 탄생 의미 커"
- "작가는, 준비 돼있고 내가 꿈 꾸고 도전 하면 기회 언제든지 찾아와"
[일요신문] 사람이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조형요소로 모든 형태의 출발점인 '점'에서 시작한다. 김미숙 화가는 '점'은 모든 것의 시초이자 생명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그 '점'들은 회화 속에서 제 각기 순수하고 원시적인 형태로 존재하며(그것은) 그녀의 작품안에서 실현된다.
색채는 섬세하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모든 조형요소의 기본이 되는 점, 선, 면, 형, 색(色)의 조합을 표현한 그녀의 그림을 보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색(色)으로 치유해지는 듯하다.
가을의 가장자리인 만추(晩秋)의 어느날 대구 지산동에 있는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다.
"언덕길을 오르는 동네 어르신들이 잠시 앉아 쉬어가는 쉼터로 쓰이고 있어요. 처음에는 콘크리트 바닥에 방석을 내어드리다, 지금은 빨간 의자를 내놓게 됐어요."
작업실 입구에 눈에 띄는 것은 '빨간 나무벤치의자'이다. 입구에서부터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느껴진다. 작업실은 말끔히 잘 정돈된 예쁜 소품들과 다채로운 색채감의 그녀의 작품이 내 걸려있어 눈길을 끈다.
입구를 지나 작업실에 들어서자 마주친 그녀는 작업이 한창이다. 아름다운 꽃의 형상 속에서 여성의 누드를 그려 넣어 오묘한 조회를 이루고 있는 <여인을 품은 꽃>이었다.
"찾으셨나요, 꽃 속의 여인을?"
아름다은 꽃 속에 점, 선, 면, 형에 색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여인이 꽃 속에 가득하다. 그 양 옆으로도 마치 '숨은그림 찾기' 처럼 은유적 자연기법으로 내재적 인간심리를 성찰하는 그녀의 작품들로, 보기만 해도 마음이 왠지 화사해지는 작품들로 즐비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쫓아야 하는 현대인은 스트레스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는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죠"
그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현대인들의 복잡한 마음을 여백으로 비워주고 꽃잎의 색(色)을 뺀 후 생명과 짝을 이루는 개념으로 여백위에 드로잉으로 꽃과 여인을 표현한다고 한다. 꽃 아래 여백에 오방색 또는 여러 가지 색과 다양한 모노톤의 컬러들은 자연의 함축적 표현이며 색의 치유력을 높인다고 강조해 이야기 한다.
김미숙 화가는 동양화에서 '동양정신'과 '비움의 철학', '자연' 이 가진 근원적인 에너지를 표현한다. 특히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면'을 이루고 거기에 색(色)을 더해 하나의 우주를 이루는 질서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실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그녀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표현심리과정도 수료했다. 2016년 계명한국화선정작가, 2021년 대구미술인상 청년작가부분 Singapore premiumpages 소속작가(2016~2018), France Honglee agent 소속작가(2021~2022) 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및 초대전 15회 및 그룹전 다수 올해 9월 15회 초대개인전 천안 J.gallery ,프랑스 파리 Carrousel du Louvre (카르젤 뒤 루브르)에서 전시했다. 지난해부터 런던Saatchigallery(사치갤러리),Fitzroviagallery(피츠로비아갤러리)전시 및 해외 국내를 병행한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3~9일 대구 보나갤러리에서 16th 초대 전시로 2022년 신작위주의 작품을 발표했다.
동양화가로서 우주 그 하나의 실상을, 하나의 '점'을 통해 열정적인 그림으로 형상화해 여성의 누드를 꽃과 함께 아름다움을 구현한 김미숙 화가를 '일요신문'이 만났다.
다음은 김미숙 화가 일문일답
― 동양화를 전공했다. 작품들은 서양화 같은 화려하고 컬러풀하다.
"동양화를 전공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작품은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릴때부터 그림을 그려왔지만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동양화를 처음 접하게 됐다. 생소했지만 다듬고 고쳐가며 그리는 행위보다 '일필일획' 독립적이면서 유기적 흐름으로 자연스럽고 긴장 되기도 한 여러가지 선의 변화에 매료됐다. 아마도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 할 수 없을 듯하다. 동양화(남종화풍의 문인화)에서는 '일필일획' 선과 여백의 중요성을 강조한것 처럼 나는 단순하고 시원 시원함이 좋았던 것이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꽃 속의 여인'이 내가 이야기하고픈 철학과 일맥상통하다고 보면 된다. 내 작품에서 보여지는 컬러는 모든 자연의 함축적 색감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색(色)은 같은 색상이라도 살아온 환경·경험·성향에따라 다들 다르게 느껴지며 일상에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색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됐어요."
김 화가는 "색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우리는 주변을 둘러싼 모든 색, 울창한 숲·바다·산 그리고 예쁜 옷, 맛있는 음식들에서 오는 색의 감정들은 여러가지 색을 통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경험하기도 한다"면서, "우리가 여행을 가지 않아도 다양한 색을 통해 여행을 즐기는 효과를 볼 수 도 있다. 내가 쓰는 강렬함을 주는 색, 부드러운 파스텔 색채 등 이러한 색(色)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힐링 즉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인 것"이라고 전했다.
― 그림에서 '점'을 강조한다. 우주 그 하나의 실상을 '점'으로 시작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첫 출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새로운 계획을 할 때 마다 처음, 시작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작업에서 점 찍는 행위는 내가 이 작업을 하게 된 처음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고 점이라는 조형언어 점이 모여서 선이 되고 선이 면을 만들고 형상에 색(色)을 더하면 나의 작품이 된다. 점 찍는 행위는 나의 정신적 수양이며 꽃 속의 시작 점은 꽃의 수술 교접 교합 생명의 탄생조건과도 닮았다. 어쩌면 둥근 우주의 먼지 같은 수없이 많은 점은 우리 자연을 대변하기도 한다. 즉 점은 시작인 것이다."
― 김미숙 화가 그림…어떤 그림이라고 생각하는지
"플라워, 여인을 품은 꽃, 여인과 꽃을 주제로 그리지만 그 누구와도 다른 나만의 철학과 조형언어로 여인과 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점에서 창작물을 만드는 화가로서 아주 흐뭇하다. 대중들에게 색(色) 안에서 색(索)다른 힐링(여러가지 색(色)에서 힐링을 찾다) 이라는 부제로 다가 서지만 오롯이 내가 표현하고 즐기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즐거워야 좋은 기운이 내 그림에서 보여질 것만 같았다. 나는 내 그림을 사랑한다. 7-8년을 연구하고 그리고 전시하고 이제는 '꽃 속의 여인' 하면 김미숙 화가를 떠 올려주는 관객들이 있어 흐뭇하고 행복하다."
― 여성의 누드를 '꽃'으로 주제 했다…꽃으로 누드를 표현한 이유는
"고등학교때 오스트리아 에곤쉴레의 작품을 보게 됐다. 그의 작품은 괴기스럽기도 하고 아름답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드의 특징적인 선들과 색감들이 너무 인상적 이었다. 이에 그의 작품을 동경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에 진학해서 작품을 할 때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누드 드로잉은 유럽의 성향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점에서 너무 절망적이었고 아쉽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숨은 그림처럼 드로잉을 숨기고 여인을 꽃에 은유해 자연의 컬러들과 나의 색(色)에 대한 하루하루의 감정들과 느낌의 색(色)을 더해 누드를 찾아보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표현했다. 꽃은 여인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인간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생명과 재생의 상징이기도 했다. 나의 그림에 나오는 여인의 드로잉은 눈에 보여지는 조형 언어일뿐 처음과 시작, 피어나는 탄생을 말하고 있다."
― 앞으로 작품의 표현방식이 달라질 수 있나
"우리는 혼돈의 시간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고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지금은 '여인과 꽃' 처음 시작 탄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양한 작업 방식과 재료 소재 내용을 연구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생명의 탄생에 이어 사랑, 삶과 죽음 등 삶의 여정 시작과 끝이라는 이야기를 표현해보고 싶다. 탄생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 나무를 이용한 작품도 있는데, 나무를 선택한 이유는…어려운 점은 없는지
"나는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연구를 많이 구상하기도 한다. 평면 작업을 하는 작가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입체 작품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나무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창작을 하는 작가인 나로서 평면 작업이 나 캔버스가 아닌 다른 소재의 스케일 큰 작업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의 시작이었다. 대구 현대 미술가 협회 정기전에서 주제를 가진 전시를 기획하게 됐고, 그때 자연의 모든 색(色)의 조합을 점으로 표현하는 반입체 작품을 계획하게 됐다. 소재를 찾던 중 나무 조언가에게 조언을 받아 작업에 이르렀다. 나는 큰 우주안에 자연과 인간의 상생이라는 이상향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하다가 소재와 표현 방법을 생각하게 됐고, 자연의 모든 색의 조합을 자연의 소재인 나무를 선택하게 됐다. 나무의 성질인 휘고 부러지는 점을 고려해 단단한 자작나무를 선택했다. 평면 작업을 해오던 나는 캔버스의 무거움은 자작나무의 무게를 실감케 했다. 조각도로 갈고 사포로 밀고 수작업은 쉽지만 않았다. 2400x2400이라는 스케일 작업은 쉽지만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나의 도전 이였기에 작업하는 과정 과정 너무 나도 즐거웠다. 병원비도 만만찮게 들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500호에 가까운 작품을 3점 남겼다. 이중 한 점은 소장가로부터 사랑받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
― 외국 전시도 활발하다. 지역화가로 쉽지 않았을 텐데…계기가 있나
"특히 보수적인 대구에서 여체를 그리는 행위는 작품 구매에서 첫번째 제약이었다. 예술보다 외설에 가까운 대중들의 생각을 쉽게 바꿀수 없다는 걸 실감케 했다. 여자의 누드를 어디 걸어야되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 소재를 바꿔야 하나 수없이 많은 고민도 했지만 난 나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럼 대구가 아닌 다른 도시, 외국에서 작품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때마침 서울에 있는 갤러리와 싱가포르에서 전시를 하게 됐고, 싱가포르 에이전시와 인연이 돼 부산 아트쇼 초대전시를 받았다. 전시 이후 2016-2018 3년 계약 활동하게 됐다. 작품과 대중이 인연이되고 해외 컬렉터들도 생겼고 현재 France HongLee company agency 와 해외 활동하며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준비가 돼있고 내가 꿈을 꾸고 도전을 하면 기회는 언제든지 올 것이란 확신을 하고 있다. 이런 계획도 나의 즐거움이다."
― 외국 에이젼시를 만날 때 본인의 작품집뿐만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작품집을 많이 전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이든 혼자 서는 즐겁지가 않을 것 같다. 어떤 전시회를 가면 관람객이 없고 사람이 없는 전시장이 있다. 반면 어떤 전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까지 한다. 다행이 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좋은 분들이 많은 내가 늘 행복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제 주변의 모든 분들이 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도 내가 처음 화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 했을 때 어떻게 해 야 될지 몰라서 너무 막막했었고 고독했던 기억 때문에 주변 작가 선배 후배 친구들이 작업에 대한 조언 전시에 대한 조언을 바랄 때 내가 알고 있는 부분들은 최선을 다해 말해주게 됐다."
― 다음 전시회 계획은
"올해는 다행히 만족한 전시를 발표 했고, 그룹전 3개를 진행하며 내년 일정을 하나하나 채워가고 있다. 내년 7월 서울에서 중요한 초대 개인전이 기획돼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전시도 있고 프랑스 에이젼시와 프로모션도 계약중이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준비해서 대중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볼 것이다."
"작업에 있어 최우선은 나의 즐거움입니다"
김미숙 화가는 내가 즐길 수 있도록 지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크다. 나에게 작업은 오롯이 나를 위한 힐링이 첫 번째라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