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환경 등 우려 사항 많아…“경인아라뱃길만으로도 목적대로 이용 안 된 것 증명” 지적
서울시는 오는 2026년 여의도에 서울항을 조성하는 ‘세계로 향하는 서해뱃길’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서해로 이어지는 물길에 유람선·선박·수상택시 등을 이동시켜 관광‧교통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2023년도 예산안에 서울항 조성 기본계획 및 타당성조사 용역비로 6억 원을 편성하며, 제38대 시장공약사항인 ‘한강르네상스 시즌2, 세계로 향하는 서해주운’ 관련 사업이라는 추진 근거를 명시했다. 서울항 사업은 2010년 오세훈 시장이 재선 당시 ‘한강르네상스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바 있지만 2012년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무산됐다.
서울시는 한강에서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서해를 연결하는 서해뱃길 조성으로 여의도에서 크루즈를 타고 외국 여행을 할 수 있으며, 인천항에 정박하는 대형 크루즈 승객들이 한강 유람선을 타고 서울을 관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주요 내용으로는 서해뱃길 주운수로 구상, 한강 맞춤형 선박도입, 한강 수상교통, 문화관광자원 개발 및 연계방안 등이 있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한강~경인아라뱃길 유람선을 정기운항하고,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서울항’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을 보인다. 올해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와 이태원 참사 등 큰 재난사고가 발생해 관광명소를 조성하는 사업보다 안전관리에 더 신경 쓰기를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 씨(27)는 “올여름에 침수도 당하고 이태원 참사도 일어난 만큼 안전 부분에 예산을 더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하늘길도 잘 뚫려 있는데 굳이 배 타고 외국으로 나가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안전 분야를 총괄하는 안전총괄실 예산은 2019년 1조 1591억 원, 2020년 1조 3616억 원, 2021년 1조 4423억 원, 올해 1조 5398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배정된 예산의 3분의 2 정도가 시민안전과 크게 관련이 없는 도로 계획이나 도로‧교량 관리에 쓰였다. 또 서울시 내년도 예산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3년 안전 투자에 1억 6676억 원을 편성해 방재시설 확충, 노후 하수관로 정비, 도로 시설물 안전 관리 등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와 있지만 이태원 참사처럼 재난안전시스템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항은 찾을 수 없다.
서울항 조성사업의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는 한강에서 서해로 이어지는 서해뱃길을 통해 새로운 관광 자원을 확보하고, 관광객을 맞이하겠다고 했지만 여행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중국으로 배를 타고 여행하는 관광객 수요는 많지 않다”며 “크루즈 산업이 다시 재개되는 분위기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거라면 가치 있는 사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중국에 1~2시간이면 갈 수 있어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가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서해를 통해서 가는 거면 중국 청도 같은 곳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쪽으로 가는 관광객도 적어서 많이 이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경제학자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물류 운송 목적으로 경인아라뱃길 만들었을 때 물류 운송이 활발하지 않았고, 관광 수요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경인아라뱃길만으로도 원래 목적대로 이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인데 왜 다시 추진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강바닥만 지속적으로 준설해야 해서 그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할 것”이라며 “사업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힘든 사업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2년 개통된 경인아라뱃길은 서울 한강에서 김포~인천으로 이어지는 운하다. 물류 운송을 목적으로 2조 7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만들었지만 개통 이후 2019년 말까지 항만물류 실적은 519t으로 사업계획 당시 예상치의 8.2% 정도에 불과했다. 또 같은 기간 여객 이용자 수는 누적 93만 2000명으로 예상치의 20.2%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항에서 수상택시, 유람선 등을 이용해 반포, 잠실 등 주요 지역을 교통체증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 구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사업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관광이라면 모르겠지만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5분에 한 번씩 와서 대중교통에 적합한데 배를 이용해 출퇴근이나 이동을 하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러 대의 배나 수상택시 등이 필요해서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 사업이 선거 공약의 일부로 알고 있는데 예산만 들어가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환경연합은 5000t급 선박이 한강을 오가려면 강바닥을 더 깊이 준설해야 하고, 선착장 규모 확대와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수질과 수생태계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 팀장은 “강 자체를 운하로 관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준설해야 한다. 이 과정은 자연성을 회복하는 방식과 정반대의 방향”이라며 “모래톱을 계속 파내면서 서식처가 파괴되고, 토목 건설로 인해 탄소 배출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서울항 사업으로 물 흐름이 어려워지면 한강도 언제든지 녹조가 발생할 수 있어 수질오염의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의회에 서울항 조성사업 예산 삭감을 촉구하고 있다. 2023년도 서울시 예산안은 서울시의회 심의 등을 거쳐 12월 중순쯤 확정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수상사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새로운 관광 수요가 커졌다고 보고 있어 사업을 시작한다면 지금이 적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업 계획할 때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와 관련해 충분히 검토할 예정이고, 환경단체와 논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