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계열사 소유로 한류월드 내 호텔부지, 현재 공터…SM그룹 “처음 듣는 얘기”
2018년 11월 15일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방남한 북한 대표단과 대면식을 가졌다. 북한 대표단은 이튿날 예정된 ‘2018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국제대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대면식에서 북한 대표단을 만나 “옥류관 냉면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아태위) 부실장은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을 향해 “선생님께서 기회를 한 번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리종혁 부위원장은 “옥류관 분점이 경기도에 개관하기 전에 (이재명 지사가) 한번 (북측에) 왔다 갔으면 좋겠다”면서 북한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 대표와 북한 대표단 대면식이 있기 한 달여 전 ‘옥류관 경기도 유치’를 논의하러 북한을 방문한 경기도 측 사자가 있었다. 바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4일부터 6일까지 10·4 정상선언 11주년 공동기념행사 참석 차원에서 방북했다. 당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도 북한을 방문했다. 이 전 부지사는 방북 당시 북한 측과 옥류관 분점 경기도 유치와 관련한 입장을 확인한 뒤 돌아왔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방북 이후 2018년 10월 서울신문 인터뷰를 통해 옥류관 경기도 유치 관련 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전 부지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의견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면서 “이번 평양 방문에서 (옥류관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최종적인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제대회’가 열린 2018년 11월 16일 오전 10시 10분경 북한 대표단은 고양 엠블호텔(현 소노캄호텔) 앞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가 출발한 뒤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데까진 25분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전해진다.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은 ‘어디 갔다 왔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초 파주 임진각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버스 투어’에 다녀온 북한 대표단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됐다.
국제대회 행사 관계자 중 한 명은 “가는 길에 옥류관 부지를 보려고 간 것”이라면서 “버스 안에서 (부지를) 멀찍이 본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대표단이 탑승했던 버스엔 이재준 전 고양시장이 동승해 옥류관 유치 희망 부지를 설명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양시 관계자는 “이 시장이 오늘 옥류관 부지를 설명하는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당시 북한 대표단이 고양시 옥류관 후보지를 둘러봤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해당 지자체에 문의해 달라”면서 공식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2018년 11월 20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이 버스 안에서 한류월드 내 옥류관 후보지와 주변 관광·생활 인프라를 둘러보는 동안 이재준 전 고양시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자유로, 킨텍스, 호수공원 등 옥류관 후보지 주변 기반시설을 비롯해 최적의 지리적 요건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신문은 지난 11월 1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를 방문해 당시 북한 대표단이 둘러본 것으로 알려진 ‘옥류관 1호점 후보지’를 수소문했다. 취재 결과 당시 ‘옥류관 1호점 후보지’로 꼽혔던 곳은 여전히 공터로 남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소재 16498.1㎡ 규모의 넓은 부지였다. 이 부지는 고양시가 추진한 한류월드 사업에 따른 호텔 건립 예정지였다. 경기도시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이 토지는 2015년 4월 30일 소유권이 이전됐다.
부동산등기부상 해당 공터 소유자는 케이알티산업이라는 기업으로 나타났다. 케이알티산업은 SM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됐다. SM그룹은 우오현 회장이 창립한 기업이다. 광주광역시에 연고를 둔 삼라건설을 모태로 공격적 M&A(인수합병)를 추진해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SM그룹은 재임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동생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동생이 동시에 재직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11월 18일 일요신문은 SM그룹 측에 고양시 한류월드 SM그룹 소유 호텔부지가 옥류관 1호점 후보지로 거론됐던 당시 상황과 관련한 질의를 했다. SM그룹 측은 “고양시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고양시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이냐’는 질문에 SM그룹 측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