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때 수건으로 변신
원작 <목욕의 신>은 외모만 믿고 공부나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소위 ‘된장남’인 주인공 ‘허세’가 우연찮게 목욕탕에 취직하면서부터 벌어지는 일화를 다룬 하일권 작가의 인터넷 연재만화. 이 만화에는 때밀이들이 때 수건을 들고 누가 서로의 몸을 많이 미는가를 겨루는 ‘목욕투’라는 가상의 스포츠가 등장한다. 최대한 때를 밀리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때를 밀어야 하기 때문에 격투기 못지않은 강한 체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설정이다.
애플리케이션(앱) ‘목욕의 신’은 이러한 목욕투를 게임으로 구현해냈다. 게임은 1인용 때밀이와 2인용 목욕투로 나뉜다. 1인용 때밀이는 스마트폰 화면을 때 수건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팔이나 다리 등에 최대한 빠르게 문질러 점수를 재는 방식이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거나 몸이 아닌 사물에다가 하면 제대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화면 전체를 몸에 밀어야 한다. 이때 너무 세게 하면 실제로 때가 나와 화면이 더러워질 수도(?) 있다.
2인용 목욕투는 2명이 각각 앱을 설치한 후 상대방의 몸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문질러 획득한 점수를 비교해 승자를 가린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놓치면 자칫 파손의 우려가 있다. 이 앱의 핵심은 ‘목욕투’라는 가상의 스포츠를 실제로 해볼 수 있는 것처럼 설정했다는 것이다. 마치 가상의 설정을 진짜인 양 진지하게 다루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한다. 물론 실제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크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