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필요성·기존 금융사들과 협력 강조…네이버파이낸셜 “일단 보험 비교 및 추천 서비스 시장 집중”
네이버파이낸셜이 보험시장에 첫 발을 뗄 기회인 보험상품 비교 및 추천 서비스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서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 및 추천하는 서비스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이르면 올해 핀테크 기업의 보험 비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시범 운영한 후 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직 금융위원회의 관련 가이드라인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중 하나다. 현행법에 근거가 없거나 금지되는 경우에도 규제 특례가 부여돼 서비스를 실험해볼 수 있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보험 비교 서비스가 보험 중개에 해당한다며 GA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핀테크, GA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여전히 뚜렷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속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큰 상황이다. 만약 하나의 보험 상품을 빅테크에서 밀어준다면 공정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 적절한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에서 판매 채널을 자꾸 가져가게 되면 지배적인 지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오히려 보험업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주고 있다. 금융위는 암보험처럼 설명이 어렵거나 상품구조가 복잡한 보험은 이미 비교추천 대상 상품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도 미니보험 위주로 먼저 열어주는 형태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게 보험업계에서도 한 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는 게 핀테크 업계 입장”이라고 전했다.
보험상품 비교 및 추천 서비스 관련 유독 네이버파이낸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금융시장에서 플랫폼의 지위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사를 출범시키고 보험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GA 자회사로는 KP보험서비스를 두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GA 자회사 NF보험서비스를 설립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캐롯손해보험과 협력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반품 및 교환에 따른 배송비용을 보상해주는 ‘반품안심케어’ 상품을 선보였지만, 대상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로 국한돼 이를 보험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예금상품 비교 및 추천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보험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험분야는 건강정보, 신용정보,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규제 샌드박스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해 이사회에 합류한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전 법무책임리더는 11월 2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융데이터 컨퍼런스 2022’에서 “플랫폼은 이용자와 금융사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러나 플랫폼의 예금·보험·투자 중개가 금지돼 있을 뿐더러 (해당 서비스 관련) 라이선스 자체가 없다. 규제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중개 규제 틀이 현재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플랫폼의 속성에 맞는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험 비교 및 추천 서비스가 도입되더라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은 2년 이내로 만료 기간이 있다. 입법 및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일단 보험 비교 및 추천 서비스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플랫폼’으로서의 기존 금융사들과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박상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혁신 금융에 대해 협력이나 제휴로 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필요 시 라이선스를 취득할 생각이다. 다만 지금은 금융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니즈를 충족하는 금융 플랫폼 역할이 먼저라고 판단한다. 금융소비자 및 금융사와 협업해 충분히 혁신 금융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핀테크 업체와 기존 금융사들을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것은 네이버파이낸셜에 부담 요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자로서 전자금융거래법만 적용받는다. 플랫폼 업체로서 직접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등은 적용받지 않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기에 핀테크 기업들이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관련 기술이 좀 더 활용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는 기존의 금융사에 비해 특별히 규제를 덜어줘야 하는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네이버는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고 기존 금융사는 네이버와 일을 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규제’다. 네이버는 다른 금융사와 협력을 통해 금융업에 진출했지만 금융업에 따른 규제를 거의 적용 받지 않는다. 정부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아직 규제 불평등을 해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네이버파이낸셜 이사회 구성이 최근 개편됐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사내이사는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이승배 네이버파이낸셜 개발총괄(CTO), 김지식 부사장 등 3명이 맡게 됐다. 기존 이사회 멤버였던 최진우 네이버페이 총괄 부사장은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외에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타비상무이사, 이희만 네이버 법무 리더가 감사를 맡고 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