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기소→항고 기각→재정신청 기각 ‘3번의 끝’…그 사이 이미지 훼손·활동 중단·이혼 등 많은 것 잃어
‘논란’의 시작은 2019년 12월 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이 ‘충격 단독, 김건모 성폭행 의혹’이라는 영상을 게재한 것이었다. 이런 충격적인 영상은 세간의 관심이 김건모에게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불거졌다. 인기가수, 아니 국민가수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김건모는 SBS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하며 예능인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연예계 대표 노총각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건모는 2019년 10월 30일 장지연과의 열애 사실을 발표했다. 김건모는 바로 11월에 혼인신고를 해 법적 부부가 된 뒤 2020년 5월 결혼식을 발표했다.
연예계 대표 노총각에서 새신랑으로 변신한 김건모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성폭행 논란에 대한 충격도 컸다. 김건모는 모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고 예정됐던 결혼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그리고 2020년 3월 25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끝’의 시작은 2021년 11월 18일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김건모 성폭행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 짓고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려 20개월여의 장기간 수사 끝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종결하고, 검찰은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면 기소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다투는 것은 검찰이 기소한 경우인데, 검찰 수사 결과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나올지라도 법원이 무죄를 판결하는 경우도 많다. 김건모의 경우 검찰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면서 재판 절차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
그렇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면 고소인이나 고발인은 ‘항고’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담당 지방검찰청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이에 불복해 고등검찰청에 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는 절차가 항고다. 고소인과 고소인의 법률대리인 강용석 변호사가 2021년 12월 항고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끝’은 2022년 6월 7일에 이뤄졌다. 서울고등검찰청 형사부가 이날 김건모의 강간 혐의 항고 사건을 기각 처분한 것. 만약 고등검찰청에서 항고가 인용되면 원처분 지방검찰청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는데 불기소 결정이 적절했다고 판단해 항고를 기각하면 사건이 종결된다. 이때만 해도 비로소 ‘끝’이 난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끝날 때’는 아니었다. 지방검찰청에 이어 고등검찰청까지 연이은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마지막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재정신청이다. 항고가 기각됐을 당시만 해도 재정신청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고소인과 강용석 변호사는 재정신청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그리고 재정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11월 4일 나왔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제30형사부는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사건 기록과 신청인이 제출한 모든 자료를 살펴보면 검사의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달리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비로소 ‘끝날 때’가 오면서 김건모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끝난 게 맞다’가 됐다.
‘논란’의 시작인 가세연의 ‘충격 단독, 김건모 성폭행 의혹’ 영상은 결국 가짜뉴스가 됐다. 물론 피해를 호소하며 재정신청까지 갔던 고소인이 존재하는 만큼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분류할 순 없지만 적어도 검찰과 법원은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릴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정신청까지 기각됐다는 의미는 재판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의혹이 해소됐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수사기관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재판을 했지만 죄가 없음이 입증된 게(무죄 확정) 아니라 수사기관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재판을 열 필요조차 없는 상황(불기소 처분 확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몇 달 앞두고 시작된 악몽이 이제야 끝났으니 너무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 사이 김건모는 많은 것을 잃었다. 직업인으로 보면 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모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미운우리새끼’ 등 예능인 활동을 기본, 행사와 콘서트 등에서 왕성하게 펼쳐 온 가수 활동도 모두 중단됐다.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개인으로도 큰 아픔을 겪었다. 의혹과 고소만으로 성폭행범이라는 낙인이 찍혀 버린 데다 혼인신고는 했지만 결혼식도 치르지 못한 장지연과는 결국 이혼했다. 아들로서는 함께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했던 모친 이선미 씨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상처 받은 국민가수가 다시 무대에 서서 대중을 만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연예인으로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데다 개인적으로도 상처가 너무 크다. 김건모에게 다시 무대에 설 에너지가 남아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 다만 김건모 측은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도 믿어준 이들에게 보답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다시 가수 활동 재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