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향력 등에 업은 ‘뮤직’ 이용자 급증…국내 업체 오디오콘텐츠·드라마 제작 등 활로 찾기 나서
와이즈앱이 만 10세 이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2022년 10월 한 달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음악 스트리밍 앱은 ‘유튜브뮤직’이었다. 유튜브뮤직이 459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멜론(454만 명), 지니뮤직(232만 명), 플로(149만 명), 네이버바이브(106만 명), 스포티파이(54만 명), 카카오뮤직(36만 명), 벅스(32만 명) 순이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멜론이 506만 명으로 압도적인 1위였지만 1년 사이 유튜브뮤직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멜론 사용자 수는 감소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또 국내 음악 스트리밍 앱 중 네이버바이브를 제외하고 지니뮤직, 플로, 카카오뮤직, 벅스도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사용자 수가 감소했다.
멜론 관계자는 “와이즈앱의 리포트는 안드로이드에 한정된 리포트”라며 “가장 표본 수가 많은 모바일인덱스 기준으로는 여전히 멜론이 1위(안드로이드+iOS합산)이며 삼성뮤직도 멜론이 운영하기 때문에 합산하면 점유율이 50%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멤버십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거나 통신사 요금제와 함께 이용하는 앱과 달리 멜론은 순전히 음악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한 분들이 대부분이다”라며 “수년째 유료 가입자 수 500만 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트래픽 기준으로 점유율이나 사용자 수가 추산되는 것보다 실제 유료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사용자 수나 점유율을 계산하는 것이 정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멜론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뮤직의 성장세를 무시할 수 없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뮤직의 월 이용자 수는 2019년 1월 32만 명이었지만 2022년 1월 408만 명을 기록했다. 반면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음악 스트리밍 앱 이용자 수는 줄어들거나 미세하게 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멜론은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합병까지 해 업계에서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려 했지만 아직까지 합병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유튜브뮤직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유튜브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유튜브뮤직만 별도로 월 8690원을 결제해 이용할 수 있지만 월 10450원인 유튜브 프리미엄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과 동시에 유튜브뮤직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음원업계 한 관계자는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유료로 바뀌면서 이용자들이 가격에 굉장히 예민해졌다”며 “유튜브뮤직은 유튜브프리미엄을 이용했을 때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류 아무개 씨(26)는 “과거에 멜론이랑 벅스를 이용했는데 지금은 유튜브뮤직을 이용하고 있다”며 “유튜브를 볼 때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고, 개인 선호에 따라 곡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 잘 돼 있어서 유튜브뮤직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씨는 “원래 이용하던 음악 스트리밍 앱과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아서 좋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음악 스트리밍 앱의 월 이용권은 약 8000원~11000원 정도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뮤직 요금(10450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유튜브뮤직이 라이브 영상 등 음악 관련 동영상을 제공하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앱과 차별화된다. 유튜브뮤직에는 음원으로 나온 곡들 이외에도 일반인들의 커버곡이나 창작곡도 올라오고,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과 함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국내 음악 스트리밍 앱과 유튜브뮤직 모두 협회에 등록된 음원들은 협회 규정에 따라 저작권료를 징수한다. 유튜브 뮤직에 올라온 커버곡이나 동영상이 함께 있는 곡은 원곡자에게 저작권료가 가도록 하고 있다. 다만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창작곡 등은 개인이 구글에 청구해야 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튜브 영상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음악인데 유튜브를 통해 영상과 함께 음악을 듣는 것이 익숙해졌다”며 “유튜브 뮤직에서는 음악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음악이 포함된 영상을 함께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음원만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선호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유튜브뮤직이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기능이 잘 돼 있어 이용하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국내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은 저마다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NHN벅스는 음원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투자‧기획을 추진 중이다. NHN벅스 관계자는 “음악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기획‧투자‧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3월 말에도 NHN벅스에서 기획한 드라마를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티켓링크를 서비스하는 NHN링크와도 협력해 공연 제작 사업 등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멜론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직접 출연해 팬들과 소통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멜론 차트를 통해 이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등 아티스트와 팬을 잇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 매거진, 멤버십 베네핏 서비스, 멜론차트 서비스 등을 통해 장기 이용자들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네이버바이브는 오디오콘텐츠 강화를 위해 음원스트리밍뿐 아니라 종합 오디오 서비스로 나아가는 중이다. 지니 뮤직도 지난해 10월 밀리의 서재를 인수하면서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등 오디오 콘텐츠를 장르별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고, 공연 사업으로도 확장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영향력이 강하기에 향후 유튜브뮤직이 음원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유튜브의 영상 서비스 자체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유튜브뮤직이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내 음원업계가 유튜브뮤직과 단순히 음악 서비스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프리미엄, 동영상 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된 통합 서비스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교수는 “냉정하게 국내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이 유튜브 뮤직과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나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되는 아티스트 트랙들을 대량으로 들여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인디, 아마추어 트랙이나 케이팝의 인기 흐름을 잘 이용한 다양한 음악을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