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 외래객 중 한국인 1위, 제주 여행객 줄고 일본으로 몰려…숙박 등 현지 인프라 완전 회복은 안돼
#일본행 급증
2022년 9월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3만 3000여 명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10월에 약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9월까지 단체여행객만 허용하던 일본이 10월부터는 자유여행객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결과다. 항공 운항 횟수가 크게 늘어난 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 일본이 10월 11일부터 무비자입국을 허용하면서 자유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항공사들도 일제히 일본 각 지역 노선 공급을 대거 늘렸다. 엔저 현상도 이를 거든다. 6개월 넘게 100엔당 1000원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10월에 이어 11월도 일본행의 인기는 여전하다. 하나투어의 11월 1~22일 일본 예약은 전월동기 대비 37.7%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예약의 32.4%를 차지한다. 모두투어는 11월 1~16일 일본 예약이 전월동기 대비 170% 증가했으며 특히 후쿠오카·아소·벳푸·유후인 등을 포함하는 북큐슈 지역이 280%로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 큐슈 지역은 온천 여행지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전통적으로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았던 지역이다. 비행시간이 2시간 이내로 짧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2030 세대가 자유여행하기 좋은 오사카를 비롯해 유명 겨울 여행지인 삿포로가 있는 홋카이도도 최근 다시 인기다. 일본 전문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방역이 대폭 완화되면서 젊은 층의 자유여행이 늘었고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장점 때문에 소규모 단체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연말에도 일본 여행 수요는 지속되는 모양새다. G마켓이 10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과 비교해 해외 항공권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여행지 순위를 발표했는데,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일본이 차지했다. 2019년 동기간 대비 오사카는 366% 늘었으며, 삿포로 305%, 후쿠오카 242%, 도쿄 210%, 오키나와 109% 등의 예약 증가율을 보였다. 보홀, 치앙마이, 방콕, 몰디브 등의 동남아 지역들이 뒤를 이었다.
해외항공권 예약 인원을 기준으로 한 인기 여행지 순위 결과도 비슷하다.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가 1~3위를 차지해 일본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 뒤를 이어 방콕, 다낭, 괌, 나트랑, 삿포로, 하노이, 세부 등 역시 동남아 지역이 4~10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문을 열자 동남아보다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객이 대거 몰리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국적 LCC(저비용항공사)들도 동계 시즌 일본 노선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여행 인프라는 아직 부족
하지만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일본의 여행업도 아직 성치 않다. 늘어나는 여행객에 비해 현지에서 모든 여행 스케줄을 진행하는 현지 여행사(랜드사)도 부족하고 숙박 시설을 확보하는 것도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엔 일본 내에서 자국민의 국내 여행 장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내국인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게다가 내국인에게 숙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서 일본 내 유명 관광지에선 숙박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대유행 영향으로 문을 닫은 후 아직 재개하지 못한 숙박시설도 있고 그 사이 폐업한 곳도 있는 데다 내국인의 여행까지 겹쳐 숙박시설이 모자라 숙박료가 올랐다”며 “특히 우리나라 고객들이 선호하는 료칸은 한자리에서 온천과 잠자리, 식사까지 모두 해결되다보니 많은 이동을 원치 않는 중장년층의 수요가 높은데 공급이 한정되어 있어 구하기가 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여행사가 취급하는 그룹 항공권도 더 비싸졌다. 아직 항공 공급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 여행자들의 항공권 구매가 늘어나면서 항공사에서 여행사에 배정하는 그룹 항공권을 많이 풀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사가 여행사에 저렴하게 내주는 그룹 항공권은 항공사가 시즌 별로 남는 좌석을 예측해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맞추는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지만, 현재는 항공권 수요가 공급보다 많거나 비슷해 항공사가 굳이 그룹 항공권을 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그룹 항공권을 푼다고 해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1.5배 정도 비싸졌다.
저렴한 그룹 항공권을 활용해 패키지 가격을 낮추던 여행사들이 높아진 항공료 탓에 여행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대량 모객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인기 지역은 아예 그룹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거나 구해도 좌석이 모자라 모객을 하고도 다시 환불해주는 사례도 있다. 수요와 공급이 안정되어 항공사들이 다시 경쟁하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항공료도 예전처럼 다운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높은 항공운임의 대안이 될 한일 국제여객선도 시동을 걸었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비해 제약이 많다. 현지 항만 검역 등을 이유로 승선 인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항만이 코로나 여파로 2년 7개월 동안 닫혀 있었던 만큼 일본 항만 시설·운영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까닭이다.
11월 15일부터 운항을 재개한 팬스타크루즈는 부산-오사카 여객선의 운항을 시작했지만 승선 인원이 100여 명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12월 중순 운항을 예정하고 있는 부관훼리도 부산-시모노세키 운항을 준비 중인데 여객 수는 아직 200여 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검역으로 인해 출입국 시간도 예전보다는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 여행은 감소
한편 해외여행 재개 영향으로 여행 수요가 일본과 동남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제주로 향하는 내국인은 줄었다. 11월 제주도 방문 내국인 수는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11월 1일부터 23일까지 집계한 관광객 입도 현황에 따르면 내국인 방문객 수는 89만 7000여 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4.1% 줄었다.
이로 인해 항공권과 렌터카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 특히 한때 하루 10만 원을 호가하고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던 렌터카가 현재는 경차 기준 하루 최저 1만~2만 원선이면 빌릴 수 있게 됐다. 추워진 날씨로 인해 제주 여행이 비성수기에 접어든 영향도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예민하게 가격이 변동하는 여행시장의 특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