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미국의 로지 그랜트(33)라는 여성이 갖고 있는 다소 기이한 취미가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무덤에 묻혀 있는 누군가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추억하기 위해 가족들이 비석에 새겨놓은 레시피를 찾아다니면서 직접 요리해 보는 취미다. 이런 자신의 취미를 가리켜 그랜트는 “망자의 삶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독특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이런 취미를 갖게 된 건 약 1년 전이었다. 메릴랜드대학에서 도서관학을 공부하고 있었던 그랜트는 동시에 의회 묘지의 기록 보관소에서도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다. 몇몇 묘비에 레시피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랜트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렇게 해서 시도해본 그의 첫 번째 요리는 스프리츠 쿠키였다. 비석에는 구체적인 요리법은 없이 일곱 가지 재료만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랜트는 이 재료를 이용해 쿠키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심지어 맛도 있었다며 흐뭇해 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후 계속해서 비슷한 비석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미국 전역에서 몇 군데를 더 찾을 수 있었다.
가령 유타주에서 발견한 케이 앤드루스라는 여성의 묘비에는 퍼지 레시피가 새겨져 있었다. 이번에는 간단하지만 만드는 법도 있었다. 이 요리법에 따라 만든 퍼지 역시 훌륭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사했던 경험은 앤드루스의 가족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가족들에 따르면 생전에 앤드루스는 항상 사람들과 물건을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 출신의 아이다 클라인맨의 묘비에는 견과류 롤 레시피가, 그리고 또 다른 미국 여성의 묘비에는 풍미 가득한 치즈 딥 레시피가 새겨져 있었다. 이렇게 지금까지 그랜트가 만들어본 ‘비석 요리’는 12~13가지다. 그랜트는 “이런 요리법은 그저 머리 속으로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보다 더 촉각적이고 모든 감각이 포함된 방법이다. 할머니가 구워주신 특별한 케이크나 쿠키를 먹을 때면 할머니와 조금 더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듯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