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 저가공세에 내년에도 대규모 적자 예상…LGD “재무 건전성 회복 최우선, 사업구조 재편 가속”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 컨센서스는 지난 13일 기준 매출 7조 8000억 원, 영업손실 5100억 원이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4분기 477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영업 실적이 1조 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매출 역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약 12%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올해 1~3분기 1조 2000억 원이 넘어서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5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다면 올해 누적 영업손실은 1조 7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2023년에도 수천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한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과 2020년 두 해 동안 총 1조 4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2023년에는 이를 뛰어넘어 2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거둔다는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최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실적 악화의 원인은 중국에 있다. BOE,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 지원금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미 저가 패널인 LCD 시장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8년 중국에 LCD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후 꾸준히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LCD 시장 점유율은 중국 50.9%, 대만 31.6%, 한국 14.4% 순이었다. ‘제2의 반도체’ 소리를 듣던 한국 LCD가 대만에도 밀린 것이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누적된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LCD 사업을 하나둘 접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LCD 사업을 종료했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파주 P7 공장의 LCD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LCD 시장에서의 패색이 확연해지자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고급 패널인 OLED에 사활을 걸었다. 기술격차가 크고 단가가 높은 OLED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이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대형(WOLED),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형(POLED)에서 세계 1위 업체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의 OLED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소형 중 저가인 ‘리지드 OLED’는 물론 고가인 ‘플렉시블 OLED’ 생산량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소형 OLED 전반에서 ‘덤핑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김준호 유비리서치 연구원은 “중국이 플렉시블 OLED조차 기존 리지드보다 저가에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형 OLED 패널 생산 면적을 기준으로 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50.6%에 달한다. 한국은 46.6%였다. 업체별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38.2%로 1위였고, 중국 BOE가 20.5%로 2위였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8.4%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시장조사 업체 DSCC는 2025년 소형·대형을 포함한 총 OLED 생산량에서 중국이 47%를 차지해 한국과 대등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의 약진에 폴더블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에 패널을 독점 공급하며 기술력 격차를 키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청산하는 등 빠른 체질개선에도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매출 9조 3900억 원, 영업이익 1조 98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 영업이익은 32% 늘어난 수치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선제적인 LCD 청산과 탄탄한 삼성전자향 OLED 수요로 실적을 보전하고 있다”며 “폴더블 OLED로 신성장동력도 찾아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전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소형 OLED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경쟁사들이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패널을 납품하며 기술력을 키우고 있지만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주요 납품처는 애플밖에 없다. 이마저도 아이폰 일부 모델에만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폴더블 납품처가 없어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의 희망으로는 대형 OLED가 꼽힌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TV 판매량이 예상을 밑돌아 이마저도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926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0만 대 줄었다.
초대형 시장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LG디스플레이는 70인치 이상 초대형 OLED TV 패널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뿐만 아니라 초대형 OLED TV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문제는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세에 있다는 것이다. 초대형 OLED TV 평균 판매가격(ASP)은 2019년 7000달러(약 915만 원)에서 올해 3500달러(약 460만 원)로 반토막 났다. 출하량이 늘어나는 만큼 단가도 떨어져 재미를 못 보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LG디스플레이는 비용 감소로 대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1월 직원 200~300명을 대상으로 계열사 전환 배치 신청을 받았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이 아니라지만 당장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임은 변함이 없다. 또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연초 계획 대비 1조 원 이상 축소하고, 내년에도 감가상각비를 절반 수준에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미래 기술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의자가 조금 망가져도 그냥 쓰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개발(R&D) 비용 등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정호영 대표이사 사장을 유임시켰다. 정호영 사장은 2019년 말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끈 인물이다. 정 사장은 LG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재무통으로 LG디스플레이 체질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재무 체력을 고려해 재무 건전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실행할 것”이라며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구조 고도화 활동을 지속 추진하는 동시에 사업구조 재편을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이엔드 LCD와 OLED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고 수급형 사업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수주형 사업으로 전환을 가속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립하고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