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선 이후 유명 연예인 등과 나눈 대화 입수…‘검찰총장 윤석열’에 “큰일 준비하라” 조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무속인들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을까. 지난 대선정국 때 윤석열 부부와 인연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무정스님, 천공스승 등 무속인 이름이 뭇 사람 입길에 오르내렸다. 무속 논란은 뜨거운 대선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대선 이후 이들 무속인 가운데 건진, 무정 등은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잠잠하다.[일요신문]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사퇴 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것에 대해 "내가 시켰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대선 이후 수도권 모처에서 유명 연예인 A 씨를 비롯한 지인들과 만난 사적인 자리에서다.
이들에 비해 눈에 띄는 무속인이 있다. 바로 천공이다. 유튜브 영상과 현장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 이슈에 대한 그의 주장과 해법은 종종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천공 조언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어린 눈길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천공은 일언반구 대응하지 않고 있다. 무대응의 대응이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지난 3월 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이후 천공이 수도권 모처에서 유명 연예인 A 씨를 비롯한 지인들과 사석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녹음파일을 최근 입수했다. 35분 분량이다. 일요신문은 이 녹음파일을 자체적으로 녹취할 수도 있었지만, 서울의 한 속기사무소에 녹취를 맡겼다. 녹음 내용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녹취록에 따르면 천공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큰일(대통령 출마) 준비해라. 내가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애들이 석열이를 수원고검장 보내려 했는데, 내가 가지 말라고 했다"는 비화도 담겨 있다. 천공이 지난 1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사퇴 과정에 개입한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극찬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선 "석열이"라 하대하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12월 12일 녹취록 내용 가운데 윤 대통령과 관련된 대목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에 천공 주장의 사실 여부와 이에 대한 입장 등을 질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3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대통령실 입장은 다음과 같다"며 "천공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는 입장만을 전해왔다.
일요신문은 '천공 35분 녹음파일' 내용 가운데 주목할 만한 대목만 추려 7편으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천공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와 강연 등 공개석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에 대해선 "조언해줬다"고 공공연하게 천명했다. 하지만 대통령 출마와 관련한 조언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일요신문이 최근 입수한 녹음파일을 통해 천공이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대통령 출마도 조언했음이 처음 확인된 셈이다. 다만 천공의 이날 발언이 사실이라는 걸 전제했을 경우다.
천공은 유명 연예인 A 씨 등 지인들에게 "하늘에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올려서 심사를 봤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금 이거 그만두고 나가서 변호사도 못 하니까 큰일 준비해라' 해서 불씨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A 씨가 "서울시장이 대통령 된 건 아는데 검찰총장이 대통령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천공은 대뜸 "내가 시키는데"라며 웃었다.
천공은 지난해 10월 7일 YTN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앞두고 직접 조언을 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너무 오래 싸우면 모든 검찰들이 어려워질 거니까 그런 것들을 조금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조언해줬다)"며 검찰총장 사퇴 조언에 관해서만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와 관련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공은 지난해 10월 10일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정법시대 강연에서도 "우리(천공·윤석열)가 만날 때다 보니까 그런 거(검찰총장 사퇴)를 걱정하고 있을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스승한테 물을 때가 있었다"며 "명분이 꽉 찼을 땐 버티지 말고 관두는 게 맞다고 조언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판단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건 했지만, 어떻게 하라고 간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1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는 "검찰총장을 그만두라고 한 사람은 수백 명이었다"고 해명했다.
일요신문은 천공의 "윤석열 대통령 출마, 내가 시켰다" 발언 의도와 배경 등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천공 측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천공 측은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천공 측 관계자는 12일 "어떤 사실 확인에 대한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만 말했다.
다음은 천공과 유명 연예인 A 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출마와 관련해 나눈 대화 내용 일부다.
천공: 하늘에 부부를 딱 올려서 이렇게 하게까지는 심사를 다 보는 거지. 다 봐갖고. 이제 내가 한 소리가 그거예요. "이제부터는 큰일 안 하면 안 하고, 지금 이거 그만두고 나가서 변호사도 못 하니까 큰일 준비해라." 요래 갖고 이제 불씨가 큰 거지. 시작을.[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②] “석열이 수원고검장, 내가 가지 말라 했다”
A 씨: 그동안에 본 건 서울시장이 대통령 된 건 아는데 검찰총장이 대통령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거야.
천공: 내가 시키는데 (웃음소리). 내가…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③] “내가 종인이 자르는 방법을 그때 쓴 거지”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④] “한동훈이 차기? 택도 없는 소리”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⑤] “김은혜 쪼매난 게 당차, 키워야 돼”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⑥] “뽑아 놨으니 빛나게 해야…‘윤’으로 딱 붙어”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⑦] “윤석열은 ‘목’ 체질…이해가 돼야 움직여”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