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조직 종인이가 다 조져놓을 뻔”…천공 강연대로 김종인과 결별·이준석과 포옹
3월 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이후 천공은 수도권 모처에서 유명 연예인 A 씨 등 지인들과 만나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종인이(김종인 위원장)를 자르는 방법을 그때 쓴 거지"라고 말했다. 천공은 "(윤석열 대선 캠프가) 그 바람에 살았다. 조직을 완전히 종인이가 다 조져놓을 뻔했다. 종인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닌데 받아들였다"고 했다. 천공은 1956년생이고 김종인 위원장은 1940년생이다. 김 위원장이 천공보다 16세나 많다.
천공의 이 같은 발언은 천공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언자 의혹을 부인한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 3월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자 천공 조언을 따른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용산에 용이 여의주를 들고 와야 한다"는 천공의 2018년 강연 내용이 회자되면서다.
이에 대해 천공은 3월 23일 YTN 인터뷰에서 "(용산 영상을) 윤석열 당선인도 봤겠지만 많은 사람이 봤다. 이걸 참고해서 누구든지 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지 누구 특정한 사람을 위해서 한 것은 아니다"라며 용산 이전 조언 의혹을 일축했다. 그런데 사석에서의 태도는 사뭇 달랐던 셈이다.
지난 1월 5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내보냈다. 김종인 위원장을 지난해 12월 3일 영입한 지 약 한 달 만의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천공은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의 결별 사흘 전인 1월 2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강연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퇴진 요구로 해석할 수 있는 조언을 했다. 윤석열 캠프의 내분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면서다.
천공이 받은 질문은 "12월 21일 이준석 당 대표가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고, 혼란을 수습할 전권은 김종인 위원장에게 주어졌지만 갈등은 점차 심화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후보는 어떻게 갈등을 수습해야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천공은 "김종인 총괄이 하지 못하면 내(윤석열)가 가서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했을 때 이걸 못 해내면 내(윤석열)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종인 위원장 역할을 윤석열 후보가 하라는 뜻으로, 사실상 김종인 위원장의 퇴진 요구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천공은 "불평불만이 싸움으로 번지면 무조건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 내 주장이 안 맞는다고 해서 전부 다 목소리를 내면 조직이라는 것이 다 깨진다"고 했다. 이 또한 김종인 위원장 퇴진 당시 상황과 겹친다.
천공 강연 바로 다음 날이자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퇴진을 요청하기 직전인 1월 3일 김종인 위원장은 선대위 전면 개편을 선언하면서 윤석열 후보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같은 날 김종인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에게 선대위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발언으로도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대표에게 보였던 행동 역시 천공의 조언 내용과 유사하다.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과 결별한 다음날인 1월 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갈등 관계를 봉합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 서로 등을 두드리며 끌어안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천공은 1월 2일 강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해 "등을 한 번 두드리고 '내(윤석열)가 생각을 너무 작게 했다. 앞으로 같이 의논해가며 풀어갈 테니까 노여움 풀어라' 하면서 끌어 안아줘야죠. 이래야 큰 일 하는 사람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전면 개편을 직접 발표하면서 했던 말에서도 천공의 조언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윤석열 후보는 1월 5일 기자회견에서 "매머드라 불렸고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지금까지 선거 캠페인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다시 바로 잡겠습니다"라며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께서 듣고 싶어 하는 그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천공은 1월 2일 강연 답변에서 "지금부터라도 바뀌면 된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 모자란 것은 모자랐다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이끌어 달라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천공이 사석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관련해 나눈 대화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천공: 종인이한테 해결하라고 지가 책임 다 지고 해결하게. 근데 딱 들어가니까 해결 못 하고 나왔잖아. 다 자르고.[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①] “윤석열 대통령 출마, 내가 시켰다”
A 씨: 다 날렸어요.
천공: 맞아. '다 날리고 네가 딱 데리고 내려온나' 이래 된 거거든. 그 바람에 살았어요. 조직이 완전히 종인이가 다 조져놓을 뻔했거든. 종인이 받아들이는 게 아닌데 받아들였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종인이를 자르는 방법을 그때 쓴 거지. 그러니까 저거 못 하면, 네가 책임 못 지면 넌 나가야 돼.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②] “석열이 수원고검장, 내가 가지 말라 했다”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④] “한동훈이 차기? 택도 없는 소리”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⑤] “김은혜 쪼매난 게 당차, 키워야 돼”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⑥] “뽑아 놨으니 빛나게 해야…‘윤’으로 딱 붙어”
[천공 35분 녹음파일 단독공개⑦] “윤석열은 ‘목’ 체질…이해가 돼야 움직여”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