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장비·신체조건 제약 없이 누구나 즐겨…스폰서십과 라이벌 구도도 범세계적 인기 요인
축구는 의심할 여지없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전세계 곳곳에 훨씬 더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국체축구연맹(FIFA)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축구팬은 35억~40억 명이며, 직접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2억 6500만 명 이상이다. 이에 비해 농구팬은 8억 명, 야구팬은 5억 명, 골프팬은 4억 50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스포츠는 특정한 대륙이나 지역에서만 인기가 있는 반면, 축구는 거의 모든 대륙에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구는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의 몇몇 나라에서만 인기가 있다. 미식축구는 미국에서만, 크리켓은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만 주로 즐기는 편이다.
현재 FIFA에는 211개의 회원국이 등록돼 있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남미축구연맹(CONMEBOL),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아시아축구연맹(AFC),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등 6개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모든 대륙의 모든 국가가 FIFA 월드컵 예선전에 참가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러니 축구의 인기는 범세계적이다. 국경을 넘어 언어나 문화를 초월한다. 거실에 앉아있는 인도인이 브라질 대표팀을 응원하기도 하며,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 르완다에서 온 다른 팬을 만날 때면 두 개의 다른 문화가 같은 목표 아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축구를 가리켜 ‘현대판 세계 종교’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원수지간인 적들과도 한마음이 되게 하는 힘을 가진 스포츠가 축구이기도 하다. 가령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잠시 휴전을 하면서 즐긴 스포츠는 다름 아닌 축구였다.
축구는 왜 이렇게 범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걸까. 도대체 축구의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 걸까. 먼저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축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유리하다. 다시 말해 축구를 즐기는 데는 특별히 돈이 들지 않는다. 딱히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축구공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이에 비해 야구는 글러브, 배트, 헬멧, 장갑 등의 기본적인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축구공 자체도 별로 비싸지 않다. 10달러(약 1만 2000원) 정도면 내구성 좋은 축구공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 축구공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깡통, 플라스틱병, 우유팩과 같이 발로 찰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축구공이 될 수 있다. 골대도 특별히 필요 없다. 그저 골대를 표시할 두 개의 물건만 있으면 된다. 일례로 한 동영상에서는 아프리카 빈민가 청년들이 쓰레기봉투와 실타래로 축구공을 만들어 차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축구는 많은 빈곤층 소년들에게는 꿈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뛰어난 재능으로 헌신적으로 노력하면 아무리 빈곤층 가정 출신이어도 누구나 명성과 영광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실제 남미와 아프리카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많은 별들이 결국 유럽의 하늘 위에서 빛나게 되는 영광의 순간을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는 공을 찰 수 있는 충분한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더 좋은 점은 실내와 실외 모두에서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심지어 폭우나 폭설 속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으며, 발아래 물이 첨벙거릴 정도여도 경기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날씨 변화에 따른 다양한 전술을 보는 재미도 있으며, 강팀이 약팀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강팀이어도 겨울에 러시아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 결과 늘 축구는 지루할 틈이 없다.
스폰서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또한 축구팬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는 요인이다. 월드컵이라는 단일 스포츠 대회가 30억 명이 넘는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 모을 수 있는 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기업들의 훌륭한 스포츠 마케팅 덕분이기도 하다. 비단 월드컵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와 같은 유명 축구클럽들 역시 이들 대기업들과 수백만 달러의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바르셀로나가 받은 기업 후원금은 2억 3300만 달러(약 3020억 원)였으며, 레알마드리드의 경우에는 2억 1000만 달러(약 2700억 원)였다. 축구 스폰서들은 다양한 행사를 후원하고, TV와 라디오 광고 등 여러 채널을 이용해 축구를 홍보하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축구가 인기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흥미진진한 라이벌 구도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축구에 열광하는 팬들도 세월과 함께 자연스레 늘어갔다. 소위 말하는 ‘축빠’들은 축구를 자신의 개인사와 거의 동일시할 만큼 ‘진지하게’ 생각한다. 축구 경기 결과를 곧 개인의 흥망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따라서 축구팬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열정은 타 스포츠에 비해 압도적이다. 극성팬들이 많은 클럽들이 맞붙는 날이면 도시들은 종종 둘로 나뉘어 싸우거나, 가끔 폭동도 일어난다. 여러 세대에 걸쳐 명맥을 이어온 유명한 라이벌 매치들, 가령 리버풀 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나 ‘엘클라시코’라고 불리는 레알마드리드 대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그렇다.
또한 전세계에 비슷한 수준의 리그가 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도 축구팬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된다. 이런 환경 덕분에 다양한 국가의 축구클럽들이 서로 경쟁하는 챔피언스리그나 월드컵과 같은 흥미진진한 대회가 열릴 수 있다. 물론 주요 리그들이 유럽에 집중돼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남아메리카 및 중앙아메리카, 아시아, 중동과 같은 대륙에서 열리는 리그들 역시 그 지역의 대중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야구, 미식축구, 농구와 같은 스포츠 빅리그들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MLB)나 프로농구(NBA), 프로미식축구(NFL)와 견줄만한 수준의 리그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게 사실이다.
축구 스트리밍 사이트 덕분에 해외 축구 리그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팬들을 유입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전국 대회든 클럽 대회든 대륙간 대회든 수준 높은 축구 경기가 매주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축구팬들은 1년 365일 수준 높은 축구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4년마다 열리는 FIFA 월드컵은 여기에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
축구가 비교적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단순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사실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특별한 신체 조건은 없다. 농구나 미식축구와 같은 다른 스포츠들은 일단 무조건 키가 커야 한다. 근육질의 다부진 체격도 필수 요소다. 하지만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완벽한 체격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현재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의 키는 169cm다. 심지어 메시는 어린 시절 성장호르몬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결국 역사상 가장 많은 발롱도르를 받은 선수가 되는 기적을 일궜다.
이처럼 축구 선수의 신체 크기는 경기력에 큰 의미가 없다. 체격이 좋아야 하는 건 맞지만, 힘이나 키보다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른 선수라도 탁월한 기술만 있다면 다른 선수들을 능가할 수 있다.
규칙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도 축구의 장점으로 꼽힌다. 축구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스포츠인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규칙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그나마 까다로운 규칙이라고 하면 오프사이드 규칙이 있으며, 그 외에 레드카드, 옐로카드, 페널티킥 규정 정도만 있다.
농구나 야구와 같은 다른 스포츠는 규칙이 다소 복잡한 편이다. 특히 경기를 해보거나 경기를 본 적이 없다면 점수가 어떻게 주어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축구가 ‘아름다워서 좋다’라고 말하는 팬들도 많다.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의미다. 완벽하게 들어가는 슬라이드 태클, 예술적인 감각의 프리킥,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면서 골대 안에 꽂히는 멋진 골을 보면 ‘아트’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더해 각 팀이 갖고 있는 색깔, 즉 다른 팀들과 구별되는 고유의 경기 스타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령 매주 주말마다 다른 형식으로 펼쳐지는 연극을 보는 셈이기 때문에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축구 심판만 500만 명…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대 스포츠
△축구=국제축구연맹(FIFA)이 실시한 세계 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은 2억 6500만 명 정도다. 심판만 500만 명이 넘는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4%에 해당하는 수치다. 축구는 전세계에 35억 명 이상의 팬들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배드민턴=배드민턴은 전세계적으로 약 2억 2000만 명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즐기는 인기 높은 실내 스포츠다. 특히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인기가 있으며, 때문에 최고 기량의 선수들은 대부분 아시아 출신들이다.
△필드하키=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필드하키 경기는 5개 대륙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남녀 모두가 즐기는 인기 많은 스포츠다. 20억 명 정도의 팬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배구=미국에서 시작된 배구는 9억 9800만 명이 즐기는 스포츠다. 현재 220개 이상의 국가별 연맹이 국제배구연맹(FIVB)에 등록되어 있다.
△농구=국제농구연맹(FIBA)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농구를 하는 사람들은 최소 4억 5000만 명에 달한다. 농구를 좋아하는 팬들까지 합치면 8억 명가량이 농구에 열광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테니스=개인 스포츠 가운데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바로 테니스다. 전세계에서 6000만 명이 즐기고 있으며, 테니스팬들은 10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크리켓=영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 등에서 인기인 크리켓은 25억 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국제크리켓위원회(ICC)에 따르면, 전세계 125개국 사람들이 크리켓을 즐기고 있다.
△탁구=탁구는 학교, 사교클럽, 스포츠 센터에서 점점 더 인기를 얻으면서 생활체육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탁구 인구는 3억 명 정도며, 8억 5000만 명의 팬들이 즐겨 보고 있다.
△야구=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 따르면 140개국 6500만 명이 야구나 소프트볼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야구 경기를 정기적으로 관람하는 팬들은 5억 명이 넘는다.
△골프=골프 인구는 전세계 6000만 명이다. 이는 정기적으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라운딩을 나가거나 골프 연습장과 같은 시설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골프 팬들은 4억 5000만 명에 달한다.
미식축구가 ‘왕’…포브스 선정 스포츠 구단 가치 순위
‘포브스’가 선정한 ‘2022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팀 50위’에 오른 구단들의 총가치를 살펴보면 2227억 달러(약 290조 원)다. 이는 1년 전보다 30% 증가한 것이며,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50위 안에는 미국프로풋볼(NFL) 30개, 미국프로농구(NBA) 7개, 메이저리그(MLB) 5개 등 미국 구단만 무려 42개가 포진해 있다. NFL의 경우에는 전체 32개 팀 가운데 30개 팀이 상위 50위 안에 들어 60%를 차지하는 등 몇 년째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는 26개 팀이 순위에 오른 바 있다.
반면 야구의 시장가치는 점차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야구팀은 50위 안에 12개의 팀이 올랐던 2015년 이후 점점 줄고 있는 추세다. 그 후 몇 년 동안 MLB 소속 팀 가운데 50위 안에 8개 이상의 팀이 든 적이 없었고, 올해 시즌에는 단 5개 팀만이 순위에 올랐다.
유럽의 축구클럽들 역시 전부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2013년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등 세 팀이 10위 안에 들었지만 10년 사이 상황이 바뀌었다. 다음은 ‘포브스’가 발표한 각 구단별 시장가치다.
1. 댈러스 카우보이(미식축구)
- 80억 달러(약 11조 원, 2016년부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미식축구)
- 64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
3. 로스앤젤레스 램스(미식축구)
- 62억 달러(약 8조 원)
4. 뉴욕 양키스(야구)
- 60억 달러(약 7조 8000억 원)
4. 뉴욕 자이언츠(미식축구)
- 60억 달러(약 7조 8000억 원)
6. 뉴욕 닉스(농구)
- 58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
6. 시카고 베어스(미식축구)
- 58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
8.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농구)
- 56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
8. 워싱턴 커맨더스(미식축구)
- 56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
10. LA 레이커스(농구)
- 55억 달러(약 7조 원)
13. 레알 마드리드(축구)
- 51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
15. FC 바르셀로나(축구)
- 50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
1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축구)
- 46억 달러(약 6조 원)
22. 리버풀(축구)
- 44억 5000만 달러(약 5조 8000억 원)
23. 바이에른 뮌헨(축구)
- 42억 8000만 달러(약 5조 6000억 원)
24. 맨체스터 시티(축구)
- 42억 5000만 달러(약 5조 5000억 원)
26. LA 다저스(야구)
- 40억 8000만 달러(약 5조 3000억 원)
48. 파리 생제르망(축구)
- 32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
50. 첼시(축구)
- 31억 달러(약 4조 원)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