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 주변에 귀국의사 타진, 로펌 수임계약 알아봐…붙잡힌 김 씨, 대북송금 수사 관련 ‘소통 창구’ 역할 관측도
자연스레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쌍방울그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들이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수원지검은 사건의 핵심을 아는 인물들이 대거 동남아 일대로 도망쳐버린 탓에 수사에 차질이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매제 김 씨에 이어 김성태 전 회장까지 귀국해 ‘수사 협조’를 받아내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고지기 귀국의 의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가 검거하는 데 성공한 금고지기 김 씨는 쌍방울그룹 내에서도 핵심 인물로 손꼽힌다.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으로 자금 전반을 관리했다. 김성태 전 회장의 매제이기도 한 그는 김 전 회장을 중심으로 투자조합 내 자금 흐름 및 투자 일정 조율 등을 전담했다고 한다.
쌍방울 대북 송금 과정에 김 씨가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자금이 환전돼 북한으로 건네지는 과정을 수사하면서 임직원들로부터 “김 씨가 대북 송금 과정에서 자금 마련은 물론 달러 환전까지도 지시하거나 직접 이행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한다.
김성태 전 회장의 복심이었던 김 씨는 쌍방울그룹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김 전 회장과 함께 동남아로 도망쳤다. 지난 5월 수원지검 수사관이 검찰 수사 기밀을 쌍방울 측에 넘긴 지 나흘 만에 동남아시아로 출국한 이후 김 씨는 지속적으로 동남아 일대를 떠돌아 다녔는데, 그런 김 씨가 태국에서 검거됐다. 검찰은 신병 확보 사실을 극비에 부치고, 긴밀하게 태국과 귀국 일정을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흐름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아직 우리 쪽으로 완벽하게 신병을 확보한 상황은 아니기에 신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는데, 검찰 안팎에서는 그동안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 일당에게 일관된 태도로 ‘압박’한 것이 주효한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수원지검은 김 씨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외교부를 통해 여권 무효화 조처를 했으며, 김 씨 주변 인물들의 공모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김 씨를 압박해 왔다고 한다.
#진짜는 김성태 귀국 의사
하지만 김 전 회장을 잘 아는 이들은 ‘일부러 귀국시키는 것’이라는 분석을 한다. 실제로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 역시 “동남아는 수사 협조가 잘 되는 곳이 아니”라며 ‘자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김성태 전 회장이 최근 들어 주변에 ‘귀국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김 전 회장을 잘 아는 자본시장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에 가고 싶다. 해외 체류 생활이 힘들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며 “실제로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이룬 회사들이 모두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달 전까지 김 전 회장과 연락이 닿았다는 한 자본시장 관계자 역시 “김 전 회장이 가족들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힘들어 했다”고 덧붙였다.
매제이자 금고지기 김 씨가 검거된 것도 ‘소통’의 역할을 맡기 위함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동남아시아는 우리나라 수사당국이 ‘잡아달라’고 해서 잡아주는 곳이 아니고, 위조 여권으로 얼마든지 드나드는 게 가능한 곳”이라며 “추측이지만 김 전 회장이 측근 김 씨를 체포되게끔 한 뒤, 김 씨를 통해 검찰과 편하게 수사 및 처벌 범위를 조율한 뒤 귀국하려 하는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이 최근 들어 대형로펌 및 전관 변호사들과 ‘수임 계약’을 위한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변호사는 “쌍방울그룹에서 김 전 회장의 사건 수임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에 제안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들 주목을 받는 사건이라 주저하고 있지만, 변호사 선임을 얘기한다는 것은 귀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귀국까지는 시간 걸릴 가능성
다만 금고지기 김 씨의 신병 확보가 곧바로 김성태 전 회장의 신병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쌍방울그룹 관련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검찰 수뇌부는 ‘타협 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 측은 “귀국해 수사 협조하는 대신 수사 범위를 일부 줄여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검찰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에 내비친 상황. 때문에 금고지기 김 씨가 귀국해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김성태 전 회장의 귀국 가능성도 본격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선 변호사는 “김성태 전 회장은 동남아에서 자금 흐름을 다 아는 최측근이 ‘어디까지 수사 받고 처벌받는지’를 보면서 자신에게 적용될 혐의와 형량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진짜 수사 성공을 위해 ‘수사 범위 제한 여부’를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