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맥주’에도 ‘찬물’ 끼얹을라
맥주사업을 시작하며 주류 ‘풀 라인업’의 꿈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때 아닌 ‘물난리’를 겪고 있다. 두산으로부터 주류사업을 인수받기 전에도 한 차례 문제가 됐던 부분이 또 터진 것. 지난 2006년 ‘처음처럼’이 탄생했을 당시 세계 최초로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해 소주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으나 이제는 그 물이 발목을 잡는 셈이다. 롯데는 “악의적인 루머”라고 강력 대응하고 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처음처럼 알칼리 환원수 논란은 케이블 채널 소비자TV가 지난 5일 처음처럼의 주원료인 알칼리 환원수의 위험성을 방송하면서 시작됐다. 소비자TV는 “처음처럼에 사용된 알칼리 환원수를 다량 섭취할 경우 근육통과 피부질환 등을 유발하며 먹는 물 관리법상 소주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며 문제 삼았다.
▲ 신동빈 롯데 회장. |
롯데 관계자는 “처음처럼의 제조 및 허가과정은 국세청 기술연구소, 법제처, 식약청, 대법원 등으로부터 이미 6년간 철저한 검증을 마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면서 “알칼리 환원수 역시 국내외 연구 및 활용 사례를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이 된 만큼 악의적인 루머를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 음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대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처음처럼 유해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출시 당시부터 잊을 만하면 논란이 불거져 처음처럼의 발목을 잡아 왔던 것. 그 때마다 수질전문가를 자처한 김문재 씨(64)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 씨는 처음처럼에 대해 최초로 문제제기를 했던 사람으로 롯데 측은 이번 논란도 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2006년부터 김 씨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민사소송 결과 대법으로부터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았고 지금 김 씨는 명예 및 신용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라며 “김 씨가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 만큼 형사소송이 마무리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김 씨는 여전히 물러설 의지가 없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처럼의 제조과정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계속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소송 외에도 또 다른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해놓은 상태며 롯데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공개토의도 제안했다”고 밝혀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 처음처럼의 알칼리 환원수 논란에 대한 롯데의 반박. |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처럼 유해성에 대한 논란을 확실히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또 다시 롯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루머일 뿐이라고 했으나 경쟁사 주가에도 영향을 주는 등 반향이 컸다”며 “이런 일이 생기면 소주뿐 아니라 롯데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만약 맥주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또 논란이 불거진다면 그 때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롯데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맥주사업을 할 의지는 있으나 아직까지 진행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 충주신사업단지에 공장을 신설할 계획을 갖고 투자협약을 맺었지만 부지를 확정짓지도 않았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 그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호한 법적 대처도 불사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부산 지역 ‘소주 이름’ 비화
사투리 쓰니 판매 ‘술술’
부산지역 소주시장은 ‘즐거움’이 대세다. 한때 98%라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던 대선주조의 ‘C1(시원)’을 따라잡기 위해 2006년 출시한 무학의 ‘좋은데이’가 시작을 알렸다. 경남 소주가 부산 입맛을 잡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좋은데이’는 무서운 속도로 ‘C1’을 추격했다.
때마침 대선주조가 경영권을 둘러싸고 내부적 갈등을 겪으면서 무학의 ‘좋은데이’는 승승장구했다. 승기를 잡은 무학은 2009년 지역적 특색을 담은 ‘좋다카이’를 출시해 ‘좋은’ 시리즈를 완성시키려 했으나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이에 아직도 부산에서는 ‘좋다카이’의 발음이 거세 욕설처럼 들려 아무도 찾지 않아 그렇게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진다.
‘좋다카이’는 사라졌지만 ‘좋은데이’의 인기는 여전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대선주조는 ‘즐거워예’를 출시하며 왕좌 탈환을 노렸다. ‘즐겁고 좋은’ 부산 소주시장이 탄생된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거의 모든 부산 시민들이 ‘좋은데이’와 ‘즐거워예’만 찾다보니 장례식장에서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장례식장에 어울리지 않는 제품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선주조는 ‘즐거워예’의 자매품 ‘그리워예’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차례·장례식장 전용 프리미엄 소주’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리워예’는 탄생 비화에 어울리게 상표 전체를 경건하고 은은한 느낌을 주는 검은 색으로 처리해 기존 소주와 차별화했다. 16.2도의 저도수에 ‘근조’의 의미를 담아 소주 병뚜껑 전체를 검은 색으로 바꿨다. 다소 황당한 출시 배경을 가진 ‘그리워예’는 출시 반년이 지난 지금도 타 지역에선 존재 여부를 놓고 내기를 하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박]
사투리 쓰니 판매 ‘술술’
때마침 대선주조가 경영권을 둘러싸고 내부적 갈등을 겪으면서 무학의 ‘좋은데이’는 승승장구했다. 승기를 잡은 무학은 2009년 지역적 특색을 담은 ‘좋다카이’를 출시해 ‘좋은’ 시리즈를 완성시키려 했으나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이에 아직도 부산에서는 ‘좋다카이’의 발음이 거세 욕설처럼 들려 아무도 찾지 않아 그렇게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진다.
‘좋다카이’는 사라졌지만 ‘좋은데이’의 인기는 여전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대선주조는 ‘즐거워예’를 출시하며 왕좌 탈환을 노렸다. ‘즐겁고 좋은’ 부산 소주시장이 탄생된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거의 모든 부산 시민들이 ‘좋은데이’와 ‘즐거워예’만 찾다보니 장례식장에서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장례식장에 어울리지 않는 제품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선주조는 ‘즐거워예’의 자매품 ‘그리워예’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차례·장례식장 전용 프리미엄 소주’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리워예’는 탄생 비화에 어울리게 상표 전체를 경건하고 은은한 느낌을 주는 검은 색으로 처리해 기존 소주와 차별화했다. 16.2도의 저도수에 ‘근조’의 의미를 담아 소주 병뚜껑 전체를 검은 색으로 바꿨다. 다소 황당한 출시 배경을 가진 ‘그리워예’는 출시 반년이 지난 지금도 타 지역에선 존재 여부를 놓고 내기를 하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