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박원순·조국 등 야권 정치인과 ‘인연’…코로나19 등 공공의료 사업 박차, 지난 5년간 매출 2배 이상 늘어
이태원 참사 당시 닥터카 사적 이용 의혹을 받고 있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이다. 당시 ‘비례연합 정당’이던 더불어시민당이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선택한 인물이 바로 신 의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하던 국면에서 신 의원은 가정의학과 의사 신분으로 뉴스 패널로 등장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더불어시민당은 의사 출신 비례대표를 선봉에 배치하며 총선에 임했다.
신 의원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추가공모 과정에서 공공의료분야 시민추천후보로 발탁돼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민주당 안팎에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신 의원을 추천했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민주당과 시민당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등을 비롯한 ‘운동권 인맥’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의료계 인수합병(M&A) 귀재로 꼽히는 인물이다. 서울대 의대 83학번 출신으로 학생운동에 투신한 이력이 있다. 1986년 구학련(구국학생연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이사장은 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투) 조직부장이자 의대 본과 1학년생 신분이었다.
1997년 외과 전문의가 된 이 이사장은 IMF 외환위기가 터졌을 당시 인천사랑병원을 인수해 최연소 종합병원장 타이틀을 달았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엔 명지학원이 소유하고 있던 명지병원을 인수했다. 당시 의료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12월 22일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에 대해 “운동권 출신으로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현 국회 사무총장)이 능력 있는 진보로 극찬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은 “명지병원은 2020년 공적 마스크 독점 유통권을 보장받았던 기업 지오영과 60억 원대 지급보증으로 얽혀있다”고도 했다.
이 이사장이 인수한 뒤 명지병원은 진보진영 유력 정치인들 자녀와 관련된 뉴스에 종종 등장했다. 2012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를 둘러싼 병역 논란이 대표적이다. 2012년 2월 22일 주신 씨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MRI를 촬영하기 앞서 명지병원에서 허리디스크 관련 진단을 받았다.
제20대 대선 국면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남을 둘러싼 ‘황제 의전 의혹’ 무대가 명지병원이었다. 이 대표 장남이 명지병원에서 퇴원하는 과정에서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이 퇴원수속을 밟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표 장남이 자택에서 50km가량 떨어진 명지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간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와 명지병원 인연도 회자되고 있다. 2021년 1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조 씨는 2021년 8월 24일 부산대학교로부터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2021년 12월 조 씨는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에 지원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당시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선발 경쟁률은 1 대 1이었다. 그러나 명지병원은 자체 규정을 근거로 조 씨를 불합격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거물급 인사 자녀들과 각종 인연으로 얽힌 명지병원은 이왕준 이사장이 병원을 인수한 뒤로 큰 성장을 이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홈페이지에 명시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경기 명지병원과 충북 명지병원 매출 규모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
명지병원 본원(경기)은 2016년 754억 원, 2017년 1477억 원, 2018년 1579억 원, 2019년 1687억 원, 2020년 1663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5년 사이 매출액 규모가 2배 이상 늘었다. 제천명지병원(충북) 매출은 2016년 254억 원, 2017년 275억 원, 2018년 333억 원, 2019년 369억 원, 2020년 380억 원으로 역시 꾸준한 상승세였다.
같은 기간 명지병원 본원은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행보를 보였다. 2016년(20억 3460만 원) 2017년(4억 6959만 원) 당기순이익을 본 명지병원 본원은 2018년(19억 8160만 원) 2019년(76억 9579만 원) 2020년(153억 4228만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제천명지병원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20억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2020년엔 1억 4291만 원의 순이익을 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명지병원 본원과 제천명지병원 부채는 꾸준히 늘어났다. 2016년 2810억 원이던 명지병원 부채총계는 2020년 3379억 원이 됐다. 2016년 393억 원이던 제천명지병원 부채총계는 2020년 기준 513억 원이 됐다. 다만 KHIDI 홈페이지에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2021년 손익계산서에선 명지병원의 재무상태가 대폭 개선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1년 명지병원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2020년 잠시 주춤했던 명지병원 매출이 2021년 전년 대비 20% 수준 상승을 이뤄낸 것으로 들었다”면서 “계속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던 부채 규모도 2021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20년은 의료계 전반에 걸쳐 상당히 어려운 한 해였다”면서 “갑작스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병원들이 국가 정책 차원으로 병상을 제공해야 하는 소요가 발생하면서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21년부터는 코로나19 관련 정부 사업을 따낸 병원들의 매출이 두드러진 반등세를 보였다”면서 “명지병원도 업계에서 거론되는 ‘반등세’ 병원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2021년 9월 1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엔 코로나19 검사소가 개소했다. 검사소 이름은 명지공항의원 코로나19 검사소다. 인천공항 소재 명지병원 코로나19 검사소와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명지병원은 출입국 검사비용을 통해 217억 1039만 원 수익을 올렸는데, 어떤 경로로 코로나19 검사센터로 선정될 수 있었는지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22년 1월 3일부터 명지병원은 ‘코로나19 재택환자들을 위한 방문형 재택진료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코로나 재택치료에 뛰어들기도 했다.
명지병원은 코로나19뿐 아니라 다양한 다른 분야 의료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엔 명지병원이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위탁운영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2019년 8월 명지병원은 경찰마음동행센터 위탁운영을 시작했다. 명지병원은 2021년 1월부터 안산온마음센터 위탁운영을 맡았다. 안산온마음센터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돕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다. 경기도가 운영하던 안산온마음센터는 이때부터 명지병원이 운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명지병원은 공공의료 사업 진출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2014년 명지병원은 경기북서부해바라기센터를 개소했다. 2015년엔 명지병원 킨텍스 진료센터를 개소했다.
2021년 8월 명지병원은 내로라하는 상급 종합병원을 제치고 하남 H2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인구 40만 명 규모 하남신도시와 위례신도시엔 종합병원이 없어 대표적인 의료공백 지역으로 꼽힌다. ‘H2프로젝트’는 하남시 1호 종합병원 시설이 포함된 하남 문화복합단지 사업이다. 이 사업에 명지병원은 롯데건설, IBK기업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출사표를 던졌다.
일반 종합병원 자격으로 경쟁에 돌입한 명지병원 컨소시엄은 경희대병원·한화 컨소시엄, 차병원·DL이앤씨 컨소시엄 등 상급 종합병원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남시 내부에선 상급 종합병원 대신 일반 종합병원을 선정한 결과와 관련해 잡음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1년여 뒤인 2022년 10월 H2프로젝트가 무산됐다. H2프로젝트에서 종합병원 설립 사업자로 선정된 명지병원도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남시와 하남도시공사는 사업부지 가운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10만㎡ 규모 부지 환경등급을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향했다.
3등급 부지는 주변 여건에 따라 개발이 가능하지만, 2등급은 개발사업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나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통한 도시계획시설이 불가능하다. 경기도 정가 일각에선 민주당 소속 하남시장이 추진했던 H2프로젝트를 국민의힘 소속 하남시장이 무산시킨 일련의 과정에서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남 분점’은 무산됐지만, 명지병원은 충남도청 소재지인 홍성 내포혁신도시에 분점 설립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2022년 12월 23일 송년기자회견을 통해 “내포신도시 종합병원 설립과 관련해 명지의료재단과 부지 매입기간을 1년으로 단축해 2023년 10월쯤 매입을 끝내고 2024년 착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명지병원은 내포혁신도시 의료시설 용지에 중증 심혈관센터, 응급의료센터 등 시설을 갖춘 500병상 이상 거점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