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2024 총선 전 처리 추진, 국회 문턱 넘어도 정부 의지 관건…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자극 가능성
현행 보험업법 106조는 보험사가 동일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의 가액이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총자산 320조 원인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5억 816만 주(8.51%)의 시가는 30조 원에 달한다. 자산 90조 원인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888만 주(1.49%)의 가치도 5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보험업감독규정 제5-10조는 보험업법 106조에서 자산운용비율을 정할 때 채권과 주식의 소유 금액은 취득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최초 취득가인 5444억 원과 775억 원으로 각각 평가했다. 총자산의 3%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보업업법 개정안은 이 106조에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총자산, 자기자본, 채권 및 주식 소유의 합계액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상의 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4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사도 다른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자산운용비율을 계산할 때,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시행령은 국무회의에서, 행정규칙은 해당 부처에서 만들거나 고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바꿀 수 있는 규칙을 무력화시키려고 국회가 법을 바꾸려는 모양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22년 10월 은행 등 다른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보험사도 보유 주식과 채권을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감독규정은 여전히 고치지 않고 있다.
국회 과반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 개정안을 처리해도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국회가 다시 통과시키려면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게다가 설령 법 개정이 이뤄져도 금융위가 이를 삼성에 강제하지 않기로 판단할 수도 있다. 법이 바뀌어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험업법 106조를 고쳐도 예외 규정인 107조에 따라 금융위 승인을 얻으면 3% 초과분의 강제처분 기한(1년)을 연장할 수 있다. 해당 자산을 처분하면 보험사에 현저히 불리한 경우나, 이를 계속 보유해도 자산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초창기부터 투자해 온 만큼 이 같은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단 법 개정이 이뤄지면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이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이 지분을 살 수 있는 계열사는 삼성물산뿐이다. 35조 원 규모지만 외부차입을 일으키고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시가 25조 원)까지 삼성전자에 매각한다면 마련은 가능하다.
삼성생명·삼성화재 매각분을 인수하고 기존 보유분(4.4%)까지 합하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액은 현 시가로 약 50조 원이 된다. 삼성물산 총자산은 현재 약 60조 원이다. 35조 원 규모의 자산을 늘리면 95조 원 수준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지분가치가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삼성물산이 지주사가 되면 금융회사 주식을 가질 수 없다.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특히 공정거래법 자회사 지분보유 의무비율인 30%를 맞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삼성물산 회사 규모를 감안하면 이 역시 차입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자산을 키워 지주회사 전환을 회피할 수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에서 활용하는 방법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