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성·권도형과의 학연·직연으로 테라 프로젝트 합류…초기 참여 명목으로 헐값에 루나 배정받아
검찰은 신현성 대표 외에도 테라폼랩스 관계자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할 전망이다. 예상보다 많은 피의자 숫자다. 권 대표, 신 대표와 달리 알려진 바가 적은 이들 7명이 누구이며 테라폼랩스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일요신문이 단독 보도한다.
피의자가 된 7명 중 3명은 초기 투자자, 4명은 기술개발 핵심인력이다. 평균 나이는 36세. 검찰은 이들 7명이 루나 발행으로 챙긴 부당이익이 최소 1690억 원이라며 지난 11월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2월 1일엔 재산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법원은 12월 3일 구속영장은 기각했지만, 지난 12월 14일 추징보전 청구는 받아들였다.
여러 스타트업이 그렇듯 초기 투자자 3명은 신현성 대표, 권도형 대표와 학연과 직연으로 얽혀 있다. 경영총괄을 맡았던 A 씨는 신현성 대표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와튼스쿨) 동문이다. 제품총괄 및 대관을 담당했던 B 씨는 신현성 대표가 창업한 티몬 출신이다. 사업개발총괄을 맡았던 C 씨는 권도형 대표의 고등학교 1년 선배다. C 씨는 고등학교 시절 SA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만점을 받고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와튼스쿨에 동시 합격해 주목받기도 했다.
신현성 대표가 일명 '테라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2017년 11~12월경이다. 신 대표는 2010년 창업한 온라인 쇼핑업체 티몬 대표를 2017년 7월 사임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이를 위해 2017년 9월 컴퍼니빌더 '더안코어컴퍼니'를 설립했다. 스타트업 지주회사라고도 불리는 컴퍼니빌더는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창업을 돕는 회사를 일컫는다. 테라폼랩스는 더안코어컴퍼니 포트폴리오 중 한 곳이었다.
테라 프로젝트 경영총괄을 맡았던 A 씨는 더안코어컴퍼니 주축 멤버였다. A 씨는 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인력 급여 지급 등을 목적으로 가즈아랩스(현 커널랩스)를 2018년 5월 설립하고 초대 대표를 맡았다.
테라 프로젝트는 암호화폐를 활용해 결제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목표였다. 후일 신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카드사,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수수료를) 그렇게 많이 떼어가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티몬이 결제 수수료로 지출한 금액은 815억 원이었다. 같은 해 매출 3561억 원의 약 23%에 달했다.
테라 프로젝트에는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암호화폐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했다. 급등·급락을 반복하는 암호화폐는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A 씨가 스테이블 코인 개발자로 신현성 대표에게 소개한 인물이 바로 권도형 대표였다. 당시 권도형 대표는 2015년 창업한 와이파이 공유 스타트업 대표를 2017년 10월 사임한 상태였다.
뒤이어 제품총괄 및 대관 담당 B 씨와 사업개발총괄 C 씨가 테라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B 씨는 티몬 제품책임자로 4년여 동안 일한 경력이 있었다. C 씨는 권도형 대표와 고등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인물로 2017년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에서 사업개발 일을 하고 있었다.
검찰은 대관 담당 B 씨가 2018년 8~9월경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사업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답변 내용을 권도형 대표와 신현성 대표 등 테라 프로젝트 주요 임직원과 공유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신현성 대표 변호인은 "금융당국이 불법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일요신문은 B 씨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권도형 대표와 신현성 대표, A , B , C 씨 등은 테라 프로젝트 초기 투자자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만 개, 많게는 수천만 개의 루나를 단가 약 0.49원에 2018년 12월 배정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각자 배정받은 루나 일부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환전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시세차익 규모는 권도형 대표 914억 원, 신현성 대표 1404억 원, A 씨 409억 원, B 씨 283억 원, C 씨 33억 원이다.
테라 프로젝트 기술개발 핵심인력 중 피의자로 특정된 4명 중 D 씨와 E 씨는 2015년 함께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인공지능 기반 패션 플랫폼을 운영했던 인물이다. 이전에는 주로 게임 개발사에서 일했다. D 씨와 E 씨는 테라 프로젝트에 외주 개발인력으로 참여하다가 권도형 대표 권유로 2018년 말 테라 프로젝트에 본격 합류했다. D 씨는 테라폼랩스 기술파트 부사장, E 씨는 기술총괄을 맡았다.
현재 D 씨는 테라 프로젝트 초기 투자자 A 씨 뒤를 이어 가즈아랩스(현 커널랩스) 대표를 맡고 있다. 2022년 1월 24일 대표가 A 씨에서 D 씨로 바뀌면서 사명도 가즈아랩스에서 커널랩스도 변경됐다. D 씨는 중학교 때부터 게임을 개발한 신동으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술개발 핵심인력 피의자 F 씨는 신현성 대표가 창업한 티몬 출신이다. G 씨는 2018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소에서 블록체인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다. G 씨는 피의자들 중 가장 늦은 시점인 2019년 3월 테라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기술개발 핵심인력들도 루나를 낮은 단가에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배정 수량은 초기 투자자들보다 적었다. 검찰은 기술개발 핵심인력 피의자들의 부당이익 규모를 D 씨 791억 원, E 씨 116억 원, F 씨 10억 원, G 씨 48억 원으로 보고 있다.
신현성 대표와 권도형 대표가 2020년 3월 갈라서면서 현재까지 테라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은 피의자 중 D 씨, E 씨, G 씨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3명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C 씨, F 씨는 블록체인 관련 법인을 지난 11월과 지난 8월 각각 설립했다. B 씨 역시 지난 5월 한 법인을 만들었다. A 씨는 여전히 신현성 대표 측근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더안코어컴퍼니의 포트폴리오 회사 세 곳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현성 동결 재산 1541억 원 과반은 부동산…할아버지 신직수 전 중정부장 땅도 있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 11월 15일 신현성 대표 재산 1541억 원을 추징보전했다. 달리 말하면 신 대표 재산이 1541억 원 넘게 있다는 뜻이다. 엄청난 액수다. 하지만 자산가로 알려진 신 대표라 새삼스럽진 않다. 신 대표는 2010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설립한 티몬을 2011년 3500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신 대표 개인이 얻은 이익은 약 15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신 대표 동결 재산 1541억 원 중 절반 이상은 부동산이다. 가압류된 부동산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건물 두 채(매입가 총 840억 원), 경기 가평·화성 및 충남 태안 토지 수만 평(2022년 공시지가 기준 8억여 원), 제주 서귀포에 2023년 오픈 예정인 레지던스 분양권 두 개(약 30억 원) 등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건물 두 채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즈음인 2022년 4월 말과 5월 초 각각 매입했다. 건물 두 채 모두 이재웅 전 의원 등 처가 식구들과 함께 만든 법인 명의로 샀다.
신 대표의 장인 이재웅 전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17대 국회의원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선 방송통신융합TF 팀장을 맡았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이재웅 전 의원은 자유와 공정포럼 소속으로 2021년 10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를 지지 선언하기도 했다.
신 대표가 소유한 경기 가평과 충남 태안 토지는 아버지 신황균 광륜상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경기도 화성 토지는 할아버지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이 1996년 매입한 뒤 대를 거쳐 신 대표에게까지 상속됐다.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3년부터 1971년까지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다. 역대 최연소(36세)이자 최장기(7년 6개월) 기록이다. 이후 법무부 장관과 중앙정보부장을 지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