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실수’ 캐보니 줄줄이 나오고 딸 친구 이름도
<일요신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보고서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담임목사와 여 전도사 간의 충격적인 성추행 사건 전말을 들여다봤다.
검찰 보고서에 따르면 성추행을 당한 여성 전도사 B 씨 측의 주장은 이렇다. B 씨는 2010년 1월 중순경 대한감리회 소속 K 교회 A 목사로부터 ‘강남의 S 호텔로 오라’는 메시지를 받고 혼자 호텔로 가게 된다. 그리고 호텔방에서 A 목사는 성추행을 시도한다. 당시 B 씨는 월경 중이었기 때문에 성행위까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B 씨는 A 목사의 유혹을 뿌리치고 서둘러 호텔을 빠져 나와 동료 전도사의 차를 타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피의자였던 A 목사의 주장은 조금 달랐다. A 목사는 이미 2009년부터 B 씨와 서로 마음이 끌리면서 가까워진 사이였다고 한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교회 내 조용한 장소에서 B 씨와 포옹과 키스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교회 밖인 S 호텔에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됐고 뜨거운 시간을 함께했다는 것이다. 당시 B 씨가 월경 중이었기 때문에 성행위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해자 측 주장과 일치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사건 발생 이후에 벌어졌다. A 목사는 B 씨와 호텔에서 헤어지고 난 6일 뒤인 2010년 1월 28일 새벽기도 후, B 씨를 교회 내 사무실로 불러낸다. 그리고 서로 애무를 하다가 구강성교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진술했다. 결국 A 목사 측의 주장은 성추행은 없었지만 부적절한 성행위가 교회 내에서 이루어졌음을 시인한 꼴이다. 죄가 없음을 주장하기 위해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스스로 알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B 씨 측은 구강성교에 대해서는 한사코 부인했다. B 씨는 그 날 A 목사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양 측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조사결과 B 씨 측의 주장에 의심스러운 대목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또한 B 씨 측 증인들의 진술 역시 상당부분 허위였다는 점이 밝혀지게 되면서 결국 B 씨는 소를 취하하게 된다. 사건을 종합해 볼 때 두 사람 간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드러났고, 다만 ‘강제냐’ ‘합의냐’의 의혹만 남아 있는 형국이다.
성추행 파문이 일던 중 새로운 사실도 드러나게 된다. A 목사의 과거 부임지였던 대전에서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들 5명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교회와 연관이 있는 여성들이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5명 중 1명은 A 목사 딸의 친구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당시 A 목사는 성추행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부인하면서 오히려 그 여성들을 스토커라고 주장했다.
성추행 사건이 확산될 조짐이 일자 당시 K 교회 일부 교인들은 비상대책위(비대위)를 조직해 A 목사의 퇴진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K 교회는 비대위 사람들을 교회 내에 출입조차 못하게 막았고 급기야 교회에서 퇴출시켜 버린다. K 교회 측은 A 목사의 도덕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비대위의 배후에는 교회 재정권과 인사권을 차지하려는 세력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목사 또한 당시 이런 모든 사태에 대해 자신을 몰아내려는 세력들의 음해라 주장했다.
그러나 교회 내에서 벌어진 B 씨와의 구강성교는 A 목사 스스로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성추행 사건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A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5명이나 나타났다. 결과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A 목사는 교회 내에서 교인들과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A 목사는 여전히 건재하게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K 교회는 기존의 이름이 낯 뜨거웠는지 2011년 10월에 L 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사건 발생 이후 A 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던 교인들은 대부분 쫓겨 났고, 나머지 대다수의 신도들은 여전히 A 목사를 따르고 있다.
기자는 직접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인 B 씨를 접촉하려 했으나 그는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A 목사를 만나기 위해 K 교회(현재 L 교회)로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교회 관계자는 “목사님은 아무도 만나지 않습니다”라며 대응 자체를 피했다. A 목사에게도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K 교회 교인들에게 성추행 사건을 묻자 대부분은 “모른다. 그것 때문에 온 거면 나가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성추행 사건의 진실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3월 28일 K 교회를 방문한 기자는 A 목사를 근거리에서 접할 수 있었다. 교인들에게 설교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환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B 씨는 담임 목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교회에서 쫓겨난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사건의 당사자인 A 목사는 여전히 교회에서 교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버젓이 활동하고 있었다.
A 목사와 같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대한감리회의 한 관계자는 “K 담임 목사의 징계 및 해임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고 하면서도 “상식적으로 그 정도 했으면 교회에서 나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박상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