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드려요’ 낚시질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정 아무개 씨(25)는 졸업 직전 학교로 찾아온 신용카드 설계사를 만났다. 정 씨는 “졸업 이후 바로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신용카드를 만들면 된다고 설명해줬다. 발급을 망설이자 매달 5만 원씩 현금지급을 약속했다. 1회 연회비만 내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3개월만 가입상태만 유지하면 된다며 돈을 버는 법이라 설득해 카드를 발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계사가 약속한 현금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연회비 2만 원만 공중에 날린 셈이 됐는데 카드해지마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정 씨는 “발급 전까지는 그렇게 적극적이던 설계사가 한 달 뒤 연락두절이 됐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10여 명의 친구들도 똑같이 당했다. 카드발급을 하지 않은 친구들에게는 설문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빼내 밤낮 가리지 않고 신용카드 발급을 독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학생뿐 아니라 주부들도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보육료지원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를 소개하며 덤으로 현금도 지급해준다며 엄마들을 현혹시키는 것. 이들도 앞서의 정 씨처럼 설계사 설명만 믿고 덥석 신용카드 발급을 받고선 뒤늦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닫는다. 때문에 각종 육아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사기를 조심하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용카드사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는 있다고 한다. 한 카드회사는 관계자는 “설계사는 개인사업자 개념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우리와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를 판매하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바로 해약을 한다. 하지만 소속을 바꿔가며 사기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어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