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관계사 임원 지내며 주가조작 및 수상한 자금 흐름에 등장…쌍방울 “개인 이력과 현재 회사 연관은 무리”
일요신문은 김성태 전 회장이 주가조작과 불법 대부업 이전에 도박개장 전과가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때 검거, 쌍방울 김성태 행적과 네트워크). 김 전 회장은 도박 게임물을 13개 PC방에 유통한 혐의로 2006년 12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공범으로 약식기소된 김 아무개 씨는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이다. 김 씨는 쌍방울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5월 28일 해외로 도피했다. 김 씨는 2022년 12월 초 태국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태국 법원에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김 전 회장 등과 함께 2011년 코스닥 상장사 '유비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17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김 전 회장의 또 다른 측근 3명 역시 비슷한 시기에 제각기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로 처벌받은 판결문을 추가로 입수했다. 이 중 2명은 쌍방울이 2018년과 2019년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한 페이퍼컴퍼니 이사로 등재된 인물이다. 다른 1명은 쌍방울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다.
이들이 불법 도박장 운영으로 처벌받았던 2006~2007년은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불법 사행성 게임 집중단속이 이뤄졌던 시기다. 당시 도박 PC방과 오락실 등 사행성 게임장 상당수는 조직폭력배들이 장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쌍방울이 2019년 10월 발행한 100억 원의 전환사채 중 50억 원을 사들인 페이퍼컴퍼니 대표이사를 맡은 A 씨는 도박개장과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07년 7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06년 7~8월 경기 부천과 용인 등지 29개 PC방을 인터넷 도박게임 가맹점으로 모집했다. A 씨는 인터넷 도박게임업체 운영자로부터 수익금 중 1% 내지 1.4%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PC방 업주를 모집했다.
현재 A 씨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자금 일부를 관리한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다. A 씨는 김 전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한 뒤 회사 임원으로 활동해왔다. 쌍방울그룹에서 그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차 공판에선 A 씨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지난 3일 열린 공판에서 공개된 진술 조서에 따르면 쌍방울 인사총무팀장은 "A 씨는 쌍방울그룹 본사에서 근무하면서 김성태 회장의 지시를 받는 사람이었다. A 씨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A 씨 지시를 받아 총무팀 소속으로 허위직원 2명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쌍방울그룹 윤리경영실 직원은 2022년 5월 초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A 씨의 PC 하드디스크도 교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쌍방울그룹 비서실장은 해외 도피한 김성태 전 회장을 보러 출국한 김 전 회장 가족과 지인들의 항공권 비용 일부를 비서실 직원들이 개인 카드로 결제했고, 해당 금액을 A 씨가 현금으로 보전해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성태 전 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B 씨는 도박개장 혐의로 2006년 12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 씨는 2006년 8월 경기 수원에서 운영하는 PC방에 '바둑이' '세븐포커' '맞고' 등 인터넷 도박게임을 설치하고 손님들에게 인터넷 도박 게임머니가 충전된 아이디를 제공했다.
B 씨는 2014년 쌍방울 주가조작 판결문에 "김성태 전 회장 운전기사로 평소 김 전 회장의 심부름을 주로 해 왔다"고 적시된 인물이다. 당시 법원은 "B 씨와 김 전 회장 친동생은 20년 이상 친하게 지내온 사이"라며 "김 전 회장이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로 B 씨를 취임시키는 등 필요에 따라 그 명의를 사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B 씨는 김 전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한 뒤 쌍방울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2014년 사임했다. 그는 2018년 9월 설립된 착한이인베스트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착한이인베스트는 김 전 회장이 최대주주이며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쌍방울 사옥에 주소를 두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설립 2개월 만인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 원의 전환사채를 사들였다.
현재 쌍방울그룹 계열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C 씨는 불법 카지노바를 운영한 혐의로 2006년 4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C 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에서 카지노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카지노바를 운영해 관광진흥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C 씨가 운영했던 카지노바는 2006년 김 전 회장이 설립한 건설사 N 사와 주소가 같다. 그는 N 사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의 도박개장 혐의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N 사 사무실을 거점으로 도박 PC방 가맹점주를 모집했다. C 씨 카지노바와 김 전 회장 도박 PC방이 무관치 않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C 씨는 김 전 회장이 2010년 주도한 쌍방울 주가조작에 가담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C 씨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1998년경부터 김 전 회장과 어울렸다. 당시 C 씨가 운영했던 술집에서 김 전 회장 친동생과 B 씨가 일하기도 했다.
쌍방울그룹 홍보팀은 주요 임원들의 불법 도박장 운영 전과와 관련해 "입사 한참 전의 개별 개인의 신상정보까지 회사가 모두 알기는 어렵다"며 "개인의 과거 이력을 현재 회사와 연관 지어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