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과의 연관성 주목, KH그룹으로 수사 확대도…시발점 된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미궁
쌍방울에 대한 검찰 수사 기밀 자료를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아무개 전 쌍방울 윤리경영실 감사, 대북사업을 대가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방 아무개 전 쌍방울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이미 진행 중이다.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위해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 아무개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한 재판도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쌍방울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기소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8년과 2019년 각각 100억 원씩 발행한 전환사채 거래에 대해 허위 공시를 한 혐의로 한 아무개 전 쌍방울 부회장과 심 아무개 재무담당 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2022년 12월 14일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들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고 있다.
쌍방울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연관성에 대한 수사에도 관심이 모인다. 최 아무개 전 쌍방울 부회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얻은 범죄수익 260억 원을 숨긴 혐의로 지난 2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김 씨가 최 전 부회장에게 빌려준 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 흘러갔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다.
최근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KH그룹으로 확대했다. 배상윤 KH그룹 회장 역시 해외 체류 중이며 지명수배가 내려져 있다. 일각에선 배 회장과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을 경제적 공동체로 본다.
검찰은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 아무개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의 국내 송환을 추진 중이다.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 전 본부장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시발점이 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2022년 5월 31일 해외로 출국해 도피 중인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쌍방울 측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선 주요 의혹과 별개로 쌍방울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방 전 부회장 2차 공판에선 김 전 회장 지인 여러 명이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월급만 받아가는 허위직원으로 등재된 적 있다는 진술 내용이 공개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 외에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외부인이 또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22년 5월 말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쌍방울그룹 용산사옥 출입문을 개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가 계획적이었다는 증언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지 전 쌍방울 윤리경영실 감사는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가 시작되고 그동안 중단됐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김 전 회장은) 국내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김 전 회장을) 굉장히 안 좋게 생각하는 언론인분들이 많다. (김 전 회장이) 잠깐 나가 있겠다는 취지로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쌍방울 역사는 이봉녕 창업주가 1954년 세운 양말 도매점이 1963년 쌍녕섬유공업사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쌍방울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하며 한때 재계 50위권까지 올랐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자금난에 빠지며 그룹이 해체됐다. 이후 쌍방울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다.
쌍방울은 2010년 김 전 회장 손에 들어왔다. 당초 쌍방울을 190억 원에 인수하려던 건 김 전 회장이 아닌 배상윤 KH그룹 회장이었다. 이를 위해 배 회장은 불법 사채업을 하던 김 전 회장에게 70억 원을 빌렸다. 하지만 배 회장은 나머지 자금 마련에 실패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이 대신 쌍방울을 인수했다. 이후 쌍방울은 계열사를 늘려나가며 다시 그룹을 형성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