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OCI서 용수 이용 뒤 정화 배출…환경부 과징금 통보에 현대오일뱅크 “처리비와 상관없는 재활용일 뿐”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나오는 하루 950t(톤)의 폐수를 인근 자회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보냈다. 현대OCI는 이를 공업용수로 사용한 후 법에 따라 정화한 뒤 배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폐수를 배출한 것이 아니라 ‘공업용수’로 재활용하기 위해 자회사로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내부 동일한 사업장에서 공업용수를 재활용해 물 사용량을 줄인 개념인 것이지 폐수를 외부로 배출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인은 별도로 설립됐지만 현대오일뱅크 공장 안에 있는 설비, 유틸리티 등을 공유하고 있고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가 폐수를 배출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OCI는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공장단지에서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배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두 지역이 붙어 있다고 해서 하나의 지자체로 볼 수 없는 것처럼 각각 다른 두 사업장이 인접해 있다고 해서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현대오일뱅크에 부과한 과징금 1509억 원은 환경관련법을 위반해 부과한 과징금 중 가장 많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사용한 처리수는 외부와 차단된 관로를 통해 설비에서 설비로 이송되고, 재활용 후에는 방지시설에서 적법한 기준에 따라 최종 폐수로 방류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어떠한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또한 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개정된 환경범죄단속법에 따르면 페놀은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 특정수질유해물질에 해당돼 폐수에서 페놀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물환경보전법상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폐수 내 페놀 허용치는 1L당 1mg(청정지역 0.1mg) 이하로 페놀류함유량 허용치는 1L당 1~5mg 이하다. 당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현대OCI 공장으로 간 폐수에는 기준치 이상의 페놀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놀이 포함된 공업용수는 공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페놀 처리 비용도 발생한다. 자회사가 폐수를 마지막으로 처리해 배출할 때 현대오일뱅크의 페놀 처리 비용까지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오일뱅크가 비용을 자회사로 떠넘기기 위해 자회사로 폐수를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로 최종 폐수 처리 비용은 현대OCI에서 부담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처음 처리수를 공급하게 된 이유는 현대OCI에서 처리수를 공급해달라고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며 “비용 때문에 자회사로 처리수를 보낸 것이 아니며 비용과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폐수나 폐기물처럼 사용하지 못하는 물질들이 나왔을 때 처리 의무는 당사자에 있고,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자회사에서도 공업용수를 원한 것이지 폐수같이 문제가 되는 물을 원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보내주는 물을 자회사에서 계속 원했다면 내부 고발이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1년 8월 13일 ‘현대오일뱅크에서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폐수를 불법 배출했다’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받은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처리수 재활용 방안은 상습적인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각한 대산지역에서 공장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 불가피한 방안이었고 이를 통해 물 사용량과 폐수 발생량을 줄인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사실상 하나의 공장임에도 설비의 소유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치가 부과되는 경우 추후 적절한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에서 자회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보낸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한 것은 맞지만 단순히 공업용수로 재활용했는지,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환경적 피해나 불법적인 부분들은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