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승강기 사용료 내라”…세종시 아파트 갑질 논란

택배기사 승강기 이용 입주민 불편 초래 주장…주민 항의 빗발치자 계획 철회

[일요신문] 세종시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승강기를 이용하는 택배기사에게 사용료를 물으려다 입주민 반대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기사에게 승강기 사용료를 내게 하려다 입주민 반대에 그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세종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월부터 택배기사에게 아파트 출입을 위해 공동 현관 카드키를 발급받게 할 계획이었다. 카드키 보증금은 10만 원이며, 승강기 사용료는 월 1만 원이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 여부를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비 입주민이더라도 승강기 사용이 빈번할 경우 사용료를 낼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배달 시 승강기 모든 층을 지나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 제기가 있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세종시의 다른 아파트 단지도 이용료를 부과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승강기 사용료 부과 방침을 취소하기로 했다. 카드키 보증금은 5만 원으로 낮췄다.

택배기사에 승강기 사용료를 부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신문·우유 등 배달 업체에 월 20만 원의 승강기 이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2017년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택배 기사들에게 아파트 출입 카드키 대여를 목적으로 보증금 5만 원과 월 1만 원의 사용료를 부과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8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도 택배기사와 우체국 집배원들에게 카드키 보증금 10만 원과 연 6만 원의 승강기 사용료를 물게 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박찬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