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게임 리스크’ 대두, 목표주가 하향세…크래프톤 “M&A 통해 경쟁력 강화중”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 세 곳 이상에서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사 294곳 중 목표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이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의 평균 목표주가는 올해 초 29만 870원에서 지난 12일 기준 26만 2095원으로 9.9% 내렸다. 새해 들어 크래프톤 목표가를 하향한 증권사만 7곳에 달한다.
목표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크래프톤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부진한 실적이 꼽힌다. 크래프톤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제작에만 2000억 원가량을 투입했다. 글로벌 콘솔 시장 공략을 기치로 내건 만큼 마케팅비도 역대급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출시되는) 4분기에 연간 마케팅비 절반을 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판매량을 500만 장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200만 장에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외에 크래프톤의 게임 ‘엘리온’ ‘뉴스테이트’ 등도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배틀그라운드 원 게임 리스크가 부각되며 목표가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에 대해 “신작 개발력 입증으로 단일 게임 의존 리스크를 해소하기 전까지는 추가적인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며 “올해 대작 출시가 없어 2024년 전까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매출 반등 여부가 실적 개선의 유일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딜레마 빠진 크래프톤의 부동산 투자
크래프톤이 거액을 투자한 부동산 부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크래프톤은 2021년 8월 기업공개(IPO·상장)를 통해 4조 3000억 원을 조달했다. 크래프톤은 당시 상장으로 조달한 금액 중 70%를 인수합병(M&A)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대형 M&A보다 부동산 투자로 먼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크래프톤은 2021년 10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이뤄 이마트 성수동 본사 부지를 1조 2200억 원에 매입했다. 이마트 성수동 건물은 지하 3층~지상 20층에 연면적 9만 9474㎡(약 3만 평) 규모다. 인근 보유 대지를 포함한 대지면적은 2만 800㎡(약 6300평)다. 대지 기준 단순 계산으로 산출한 3.3㎡(1평)당 단가는 약 1억 9300만 원에 달한다.
부동산 거래 당시에는 이마트와 크래프톤 양측이 ‘윈윈’한 거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와 스타벅스코리아 인수 대금을 확보하고, 크래프톤은 최근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성수동에 입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는 이마트만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며 크래프톤이 적지 않은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성수동 이마트 본사 인근 토지의 최근 매물 호가는 3.3㎡(약 1평)당 1억 5000만 원 내외에 머물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본질이 부동산업으로, 이마트 전략실 차원에서 당시 부동산 경기가 최고점이라고 판단해 매각에 나섰다고 한다”며 “결과적으로 이마트는 성수동이 공장 골목이던 20년 전에 땅을 매입해 최고점에서 매각한 셈”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이마트 본사 건물을 해체한 후 새 건물을 지어 일대 재개발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새 건물을 올리는 데에만 수년이 걸리고, 차후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해 재개발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며 “캐시카우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수익성이 지속될지도 불투명해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크래프톤 관계자는 “성수동 부지는 크래프톤이 직접 인수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부지는 크래프톤의 장기 거점으로 이용될 예정이며 여기에 온·오프라인으로 글로벌 이용자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본업의 경쟁력은?
크래프톤의 주가는 상장 당시 49만 8000원이었지만 현재는 17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크래프톤의 시가총액도 한때 24조 3500억 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8조 원대에 불과하다. 메리츠증권이 크래프톤 상장 당시 목표가로 72만 원을 제시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이다.
크래프톤은 사모펀드(PEF) 출신 투자 전문가를 영입하고, 투자설명(IR) 인력을 확충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18년부터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배동근 크래프톤 본부장은 JP모간에서 10년간 일한 인물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이규익 전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상무를 투자 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투자에 집중하면서 게임사 본원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안 그래도 크래프톤이 자체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엘리온’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후속작 ‘뉴스테이트’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 제작 작품은 계속 실패하자 상장으로 끌어 모은 현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외부 스튜디오를 인수하자는 전략을 세운 듯하다”며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사례에서 보듯 늘 배틀그라운드 같은 대박을 노릴 수는 없으므로 회사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자체 개발력 확충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크래프톤은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크래프톤 관계자는 “계속해서 전 세계의 잠재력 있는 지적재산권(IP)과 역량 있는 개발 스튜디오를 물색하고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며 “크래프톤은 2021년 10월 미국 언노운 월즈, 2022년 2월 5민랩, 2022년 12월 스웨덴 네온 자이언트 등 인수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