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스’ 활용하는 엔씨소프트, 버츄얼 아이돌 준비하는 넷마블…넥슨은 콘텐츠 플랫폼 공들여
#흥행 실패로 자존심 구긴 3N
3N은 국내 게임업계의 전통적 강자로 불리지만 올해 실적은 부진하다. 넷마블의 매출은 2020년 1~3분기 1조 8609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조 7546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1895억 원에서 970억 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1조 8548억 원에서 1조 5517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6681억 원에서 2658억 원으로 감소했다.
넥슨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2266억 엔(약 2조 3471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2202억 엔(2조 2808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959억 엔(약 9933억 원)에서 886억 엔(9177억 원)으로 줄었다. 그나마 넥슨은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298억 엔(약 3087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276억 엔(약 2859억 원) 보다 상승하기는 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최근 출시한 게임의 흥행 실패 때문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기존 게임들의 지표 하락과 출시 신작 부진이 맞물려 3분기 실적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지난 11월 1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8월 ‘블레이드&소울2’를 출시했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와 달리 3N의 입지도 축소됐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킹덤’, 6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의 성공을 통해 중형 게임사들도 신규 게임 성공 시 실적과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며 “게임 성공 유무에 따라 국내 게임 시장의 경쟁구도는 언제나 변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하는 크래프톤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1조 3178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조 4423억 원으로 늘었고,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의 매출은 523억 원에서 2682억 원으로 상승했다. ‘미르의전설’ 운영사 위메이드의 매출 역시 796억 원에서 2083억 원으로 급증했다.
#메타버스가 구원투수 될까
이들이 선택한 해결책은 사업 다각화다. 넷마블은 코웨이를 인수해 정수기 렌털 사업에 진출했고,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자회사 클렙을 설립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나섰다. 넥슨은 지주사 NXC를 통해 블록체인 영역으로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 업체들은 게임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미 이종 산업 인수로 매출을 다각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일본 코나미는 스포츠클럽 운영 매출액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지점도 있다. 바로 메타버스. 엔씨소프트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유니버스를 통해 메타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니버스에 게임을 연동시키는 것이 우리가 추진할 메타버스의 완결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적 검토가 완료되면 추후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유니버스는 엔씨소프트가 올해 1월 출시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다. 이 때문인지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1월 10일 60만 5000원에 마감했지만 컨퍼런스콜 발표 후인 11월 11일 78만 6000원으로 급등했다.
넷마블은 지난 8월 계열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메타버스 VFX(Visual Effects·시각특수효과) 연구소까지 설립했다(관련기사 넷마블에프앤씨, 메타버스 VFX 연구소 설립). 넷마블은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설립 당시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 및 버츄얼(가상)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게임과 연계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모두 연예계 관련 사업에 메타버스를 우선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유니버스를 통해 기본적인 메타버스 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스로 팬미팅을 진행하는가 하면 아이돌그룹의 화보나 라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소니뮤직코리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도 유니버스에 등장할 예정이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에는 적지 않은 해외 연예인들도 소속돼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어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는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어 스포츠 분야로도 유니버스를 확장시킬 수 있다.
넷마블은 실제 연예인이 아닌 버츄얼 아이돌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월 25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파트너십을 통해 케이팝 버츄얼 아이돌 그룹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계획이며 내년 중 버츄얼 아이돌 그룹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버츄얼 아이돌이 실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끌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중장기적으로 메타버스를 게임에 연계시킬 계획이다. 특히 넷마블은 버츄얼 아이돌을 게임에 등장시키는 것도 구상 중이다. 하지만 게임 연계 메타버스 공략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마블이 상대적으로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장르보다 보드게임과 스포츠·FPS(일인칭 총싸움 게임) 장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MMORPG는 게임 세계에서 경제시스템이 구동되는 등 이미 기초적인 메타버스 형태를 보이고 있어 메타버스와 연계하기에 유리하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등 넷마블에도 MMORPG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와 ‘블레이드&소울’ 등은 모두 MMORPG 게임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에 대해 “유니버스의 일부 서비스는 메타버스 서비스의 초기 형태인데 엔씨소프트는 궁극적으로 강점인 게임과의 연동을 통해 메타버스 서비스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사업 잠재력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74만 원에서 118만 원으로 대폭 상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넷마블에 대해서는 “한국의 웬만한 게임 업체마다 메타버스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발표 내용만으로 보면 메타버스 관련 몇몇 리딩 업체들에 비해 특별히 차별점이 있거나 앞선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넷마블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넥슨의 행보는 경쟁사에 비교된다. 넥슨은 ‘프로젝트 MOD’를 통해 메타버스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프로젝트 MOD는 지난 8월 넥슨이 공개한 플랫폼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간 넥슨은 메타버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10월 ‘프로젝트 MOD 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메타버스 영역에 도전한다”고 전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지난 11월 5일 온라인 출판 플랫폼 미디엄을 통해 “메타버스와 관련한 논란 중 많은 부분이 사용자 경험과 관련한 가장 기본적인 설명조차 제대로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메타버스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시작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넥슨 관계자도 메타버스에 대해 “당장 수익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고, 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전했다.
메타버스란?
메타버스(Metaverse)는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가상현실(VR)의 진화 개념으로 이용자는 아바타를 활용해 메타버스 내에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2003년 게임 ‘세컨드라이프’가 출시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컨드라이프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제작·판매할 수 있는 게임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대면 활동이 줄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전시회, 팬미팅 등을 개최할 수 있고, 쇼핑 등 경제 활동도 가능해 비대면으로나마 대규모 모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 11월 13일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함께 메타버스 야구장 ‘신한 SOL 베이스볼 파크’에서 언택트 팬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메타버스에 관심을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같은 달 16일 메타버스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을 발표했다.
이처럼 IT 업계에서는 메타버스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한편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럴듯한 용어를 사용했을 뿐, 딱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11월 4일 SNS를 통해 “사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이런 세상이 오면 큰 이익을 보거나 이런 세상이 오지 않아도 관심을 끌어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름이 아닐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