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둔화 및 예상보다 낮은 임금 상승률 호재…연준 긴축 정책 얼마나 오래 이어갈지가 변수
우선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22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플레이션의 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7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총 425bp(1bp=0.01%p)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그 어느 중앙은행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긴축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미국 증시와 채권 시장이 동시에 약세를 보인 이례적인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6월 전년 대비 9.1%를 정점으로 연말 6.5%까지 하락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12월 CPI는 202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며 빠른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런 결과에 금융시장도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주요 6개국의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고 미 국채수익률은 기준금리보다 한참 낮게 형성돼 있다. S&P 500 지수는 연초 이후 4.6%(1월 13일 기준)나 상승하며 다시 한 번 200일 이동평균선 탈환을 위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200일 이동평균선은 중장기 추세선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높은 기술적 지표 중 하나다.
시장은 결과보다 앞으로 달라질 부분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둔화하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올해 첫 FOMC 회의에서 25bp 기준금리 인상과 연준이 제시한 최종금리인 5.1%보다 낮은 4.9%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71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50%)은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1분기를 전망한 비중은 37% 정도다.
다음으로 양호한 고용 여건이다. 연준이 노동시장 수급지표로 활용하는 실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1.74개로 여전히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많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연준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부족한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 인상’을 한다면, 총수요를 증가시켜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점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고용보고서에서 시장 예상보다 낮은 임금 상승률을 보이며 한시름 놓게 되었다. 지난해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빡빡한 고용시장은 연준의 긴축 속도를 높이는 재료였으나 적어도 올해는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경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 경제는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하반기 재차 확장하며 3분기 3.2% 성장하였고 4분기 4.1%(애틀란타연은, 1월 10일 기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리 상승과 급속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및 기업 수요가 견실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강력한 노동시장과 임금 상승이 가계 지출을 뒷받침한 덕에 미국인들의 소비 모멘텀은 견고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골디락스로 가는 낙관적인 상황만 있는 것일까. 정답은 ‘꼭 그렇지 않다’이다. 월가에는 ‘연준에 맞서지 말라(Don’t fight the Fed)’는 격언이 있다. 지난 12월 기준 미국의 CPI는 전년 대비 6.5%로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높다. 주요 월가 투자은행들은 올 연말 미국 CPI가 3%대 중후반에서 4%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부분 0%대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반면,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기도 했다. 결국 연준 정책의 영속성이 시장 기대보다 더 오래 유지됨으로써 경제 성장의 동력이 약화된다면 지금의 낙관은 비관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는 심정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대응을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