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었지만 더 큰 산 코앞에…’
▲ 지난 2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중견기업인의 간담회에 참석한 박재완 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
하지만 완전히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총선에서 패배한 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장외에서 무상복지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새누리당도 민주당 등 야당에 밀리지 않기 위해 복지 정책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재정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정부가 총선 전에 정치권의 복지 정책 소요 예산을 발표한 것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이라는 결정을 받은 상황이어서 정치권의 공세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도 없는 상태다.
재정부 내에서는 이러한 정치권의 공세를 박재완 장관과 신제윤 1차관, 김동연 2차관 등 재정부 수장 3인방이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을 것을 보고 있다. 국회를 비롯해 기업과 산업 현장, 민생 현장을 발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과 외국인투자자 등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도 박재완 장관 등 재정부 수장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재완 장관 등이 올해 들어 외부 강연이나 현장방문 일정을 크게 늘린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장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야당의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 요구가 빗발칠 것이 예상된다. 복지 공약을 현실화할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세수 증대가 필수인 때문이다. 표를 의식하는 새누리당이 야당의 ‘부자증세’ 논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 빤한 만큼 총대를 박재완 장관 등이 메야 하는 셈이다.
박재완 장관은 이미 오는 8월 초 발표할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올해 세법개정안은 전체적으로 세수 중립적으로 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정부는 연소득 4600만 원 이하 과표구간을 상향조정해 중산층과 서민들의 세부담을 낮추는 대신 비과세 감면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세수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FTA를 둘러싼 공방도 강도는 약화되겠지만 12월 대선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하면서 19대 국회가 여대야소로 짜여 민주당 입장에서는 원내 전략상 통합진보당의 지원이 더욱 절실한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 폐기론이 민주당 패배의 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발을 빼면 또 다시 말 바꾸기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강도는 약해질 수 있어도 너무 강하게 말한 것이 있어 주워 담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또 통합진보당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한-미 FTA 폐기를 어떻게든 끌고 갈 수밖에 없어 정치적 공방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국내 피해 대책을 담당하는 재정부를 이끄는 박재완 장관 등이 역시 앞장서서 정치 공세를 막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교섭본부는 국제법적인 문제나 미국과의 협상을 전담하고 있어 야당의 주장이 파고들 수 있는 한-미 FTA 피해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재완 장관 등이 한-미 FTA와 관련된 중소기업이나 농어촌 등을 돌면서 한-미 FTA 및 보완대책의 효과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완 장관이 물가관계장관회의 때마다 한-미 FTA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유통업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나마 한-미 FTA를 주도해온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동영 의원을 누르고 국회에 입성하면서 박재완 장관 등의 짐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일정은 총선이 다가오며 정치권의 재벌개혁과 무상복지 공세가 강화된 3월 들어 더욱 많아졌다. 3월에는 국제경영전략연구원 수요 포럼 조찬 강연(3월 7일) 등 9차례나 외부 강연을 가졌다. 4월에도 4일 세계경영연구원 오찬 강연을 시작으로 9일 기계산업 경영자 조찬포럼, 12일 서울 국제금융포럼 개막축사 등을 했다. 박재완 장관은 이러한 강연 때마다 기업인과 외국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강조하고, 정치권의 무상 복지 확충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장 방문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고 있다. 1월 12일에 안양남부시장을 방문한 것으로 비롯해. 2월 2일에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협동조합단체를 방문했다. 3월 7일에는 페이스북 대담을 통해 시민들의 경제 관련 고민을 들었고, 4월 2일에는 광주를 찾아 광(光)산업 관련 중소기업과 광주테크노파크, 광주과학기술원 등을 방문했다. 신제윤 차관과 김동연 차관 역시 현장방문을 자주 하고 있다. 특히 신제윤 차관과 김동연 차관은 사회 약자층 등을 찾아다니며 정부 복지 제도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총선이 끝났지만 대선이 다가오고 있어 정치권의 무상 복지 공약이나 증세, 기업에 대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이 불황보다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기업인들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경제 수장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밖에 없다. 또 사회 소외계층이나 FTA 피해 업종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에 반영해 정치권의 공세 파장을 약화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박재완 장관과 신제윤 차관, 김동연 차관 등 재정부 수장들의 외부 강연이나 현장방문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