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액세서리 판매량 폭증, 견과류도 큰 인기…결혼 문제 둘러싼 부모와의 갈등 호소하기도
이번 춘제 때 최고의 히트 상품은 토끼 모양의 액세서리였다. 토끼해를 맞아 많은 젊은이들이 토끼 피규어, 토끼 열쇠고리, 토끼가 새겨져 있는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명절 선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 백화점 등에서 이런 액세서리 판매는 폭등했다. 이에 대해 한 20대 여성은 “(토끼가) 귀여워서”라고 답했다. 실제 토끼 액세서리 구매자의 상당수가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쥐, 뱀, 말, 호랑이, 원숭이, 닭 등 다른 해를 상징하는 동물보다 토끼가 귀엽다는 이유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었다.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상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평소보다 한 달 이상 늦은 12월 말부터 춘제 선물을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총 판매량은 오히려 과거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토끼 모양 액세서리 때문”이라며 “토끼와 관련 있는 것이면 그 어떤 것이든 잘 팔렸다. 특히 표지에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다이어리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설을 맞아 집을 꾸미려는 용도의 토끼 장식품도 인기가 높았다”고 밝혔다.
상하이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왕러는 온라인 상점을 통해 토끼 캐릭터 춘련(입춘에 문과 기둥 따위에 붙이는 글씨)들을 샀다. 왕러는 키우는 고양이 집 앞에도 이 춘련을 붙여줬다. 그는 “고향집에도 이 춘련을 붙여줄 생각”이라면서 “나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토끼를 찾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온라인 소매 플랫폼 ‘메이’가 1월 1일부터 춘제 전날인 20일까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액세서리 판매량은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1% 늘어났다. 토끼 모양 엑세서리의 경우 2022년보다 477% 증가했다. 특히 토끼 캐릭터 춘련 주문량은 15배가량 많았다. 그야말로 ‘토끼 열풍’이 춘제 소비 시장을 휩쓸었던 셈이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 선전에서 오프라인 문구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액세서리가 너무 많이 팔려 지칠 정도다. 최근 4일 동안만 따져 봐도 총 3400개가 팔렸다. 역대 최고 기록”이라면서 “보통 춘제 땐 훙바오(세뱃돈을 넣는 봉투)가 잘 팔려서 많이 준비했는데, 오히려 이것은 좀 남았다. 대신 토끼 머리띠, 토끼 스티커 등 수요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춘제 연휴 기간 젊은이들 소비의 또 다른 키워드는 ‘견과류’다. 전자상거래 종합 집계에 따르면 피스타치오는 2022년 1월 대비 700% 판매가 늘었다. 각종 견과류 판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칵테일 및 와인 판매가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끼리 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술을 곁들여 견과류를 먹는 게 마치 유행처럼 여겨졌다. 두 아이를 둔 30대 남성은 “명절에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그 다음 해바라기 씨나 땅콩을 먹으며 가벼운 칵테일 한잔 하는 장면은 이제 많은 가정의 표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춘제 소비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젊은이들이 육류보다 해산물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육류와 만두는 명절 기간 식탁에 빠지지 않는 음식들이다. 이 때문에 판매 순위에서도 3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해산물이 육류와 만두를 앞섰다. ‘소비 주력군’ 젊은이들 사이에서 해산물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고급 해산물로 여겨지는 칭다오 새우, 해삼, 전복 등도 명절 밥상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한편, 젊은이들에게 춘제는 마냥 좋은 날만은 아닌 듯하다.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명절 스트레스를 묻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부모와의 갈등’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결혼을 두고 세대 간 이견 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26세 여성 쉬페이는 “연휴 때 부모님과 TV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가족이 있어야 행복하다’며 결혼 얘기를 꺼냈다. 내가 ‘직장 일이 힘들어 당분간은 생각이 없다’고 하자 어머니는 ‘일이 힘들 때 집에 가서 아이를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했다. 그걸 듣고 괜히 싸움만 날 것 같아 입을 닫았고, 어색한 침묵만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선 부모님이 결혼 얘기를 꺼낼 때 화제를 돌리거나 또는 반박하는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다. 또 ‘결혼을 미뤄야 할 10가지 이유’ 등도 고향을 찾는 젊은이들의 ‘필수 메뉴’로 공유되고 있다.
30세 남성 왕 아무개 씨는 “행복의 기준이 달라졌다. 부모님이 굳게 믿고 있는 가족의 가치를 지금 적용하긴 어렵다. 점점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있는데 부모님 입장에선 못마땅한 것 같다. 부모님에게 떠밀려 억지로 결혼하는 것보단 혼자 사는 게 낫다”면서 “명절이 끝난 후 부모님과 헤어질 때 결혼 얘기로부터 해방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