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제한 풀린 명승지는 물론 해외여행 붐…“곧 코로나 이전 호황기 돌아온다” 기대
중국 문화관광부 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사흘 연휴 동안 중국 내 관광객은 5271만 명으로 집계됐다.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2.8% 증가한 규모다. 관광 매출은 265억 위안(4조 9000억 원)가량이었다. 이 역시 2년 전에 비해 35.1% 많아진 액수다.
베이징 상하이 청두 광저우 선전 황저우 충칭 난징 시안 우한이 ‘중국 관광도시 TOP(톱)10’으로 뽑혔다. 이 도시들은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을 유인했다. 불꽃놀이, 조명쇼, 새해 타종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강자’인 베이징의 이화원도 북새통을 이뤘다.
눈길을 끄는 것은 관광객들의 이동거리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2022년 신정 연휴 땐 전체 관광객의 40%가 거주지 외 지방을 찾았다. 하지만 2023년엔 60%가 지방 여행을 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국이 연휴를 앞두고 ‘새로운 전염병 예방 10개조’를 발표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방역을 완화하는 조치가 담겼다. 지역 또는 성 간 이동이 보다 수월해진 셈이다. 중장거리 여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0%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출입 인원을 엄격히 제한해왔던 유명 명승지들엔 인파가 몰렸다.
해외여행도 붐을 이뤘다. 신정 연휴 항공권 예약은 2022년에 비해 145% 늘었다. 돌아오는 춘제 때 예약된 항공권의 경우 2022년 대비 260% 증가했다. 타이베이, 마카오, 서울, 싱가포르, 홍콩, 방콕, 도쿄, 런던, 로스앤젤레스, 시드니가 ‘해외 도시 TOP10’으로 선정됐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장거리 비행 역시 2022년 신정 때보다 71% 많았다.
그러다보니 항공권 가격이 뛰었다. 신정 기간 중국 내 항공권 평균 가격(편도)은 901위안(16만 6000원)이었다. 이는 2022년 신정 때보다 35% 오른 가격이다. 이동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인 셰샤오칭은 “국내선 항공권 공급 회복 속도가 이용객의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해 연휴 가격 상승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호텔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2022년 연휴보다 1.5배가량 가격이 올라갔지만 이마저도 예약하기가 힘들었다. 중국 전역에선 윈난성의 시솽반나 지역 호텔이 1.7배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수민족 다이족이 거주하는 시솽반나는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에 볼거리가 많아 각광받는 관광지다. 시솽반나 지역의 신정 연휴 호텔 하루 평균 숙박비는 804위안(15만 원)이었다.
최근 젊은이들의 관광 트렌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북으로 올라가 스키를 즐기거나 남으로 내려가 추위를 피하는’ 식이다. 남쪽의 시솽반나가 인기를 끈 것도 이 때문이다. 북쪽과 남쪽의 주요 리조트는 대부분 만실이었다. 춘제를 앞두고 이 지역 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섬에도 관광객들이 모여 들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방역 완화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하이난관광면세품유한공사 운영총괄 허취핑은 “매출의 반등을 분명히 느꼈다”면서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면세점 대기 행렬이 다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정 연휴 기간 음식점들도 모처럼 웃었다. 특히 신정에 많이 먹는 ‘훠궈’ 음식점은 연휴 동안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하이디라오, 페이자오 등 유명 브랜드 훠궈 음식점은 2~3시간 줄을 서는 게 기본이었다. 하이디라오 관계자는 “1월 1일 정오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30분까지 영업을 했다. 평일보다 2시간 30분 더 연장했다. 끝날 때까지 줄을 서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춘제 때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말했다.
훠궈 브랜드를 보유한 샤우푸그룹 관계자도 “신정 연휴 때 매출과 손님이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었다. 1월 1일 밤 10시 식당 앞에는 5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예약 전화가 하루 종일 온다”고 전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20대 양 씨는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가장 사람이 적어 보이는 곳을 찾았다. 심지어 거기서도 50분을 기다린 끝에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주요 메뉴는 이미 다 팔린 상태였다”고 했다.
훠궈 재료를 파는 상점들도 큰 인기를 끌었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재료를 사기 위해선 미리 예약을 하거나 줄을 서야 했다. 외식 대신 집에서 가족들과 훠궈를 먹기 위해 주문이 폭증한 까닭이었다. 12월 31일 베이징의 대부분 정육점에선 소고기와 양고기 등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선 장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베이징의 뤄 씨는 “새해 첫날 밤 집에서 훠궈를 먹기로 했다. 대부분의 훠궈 가게가 예약이 끝났거나 오래 줄을 서야 했기 때문”이라면서 “훠궈 밀키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가족들과 함께 먹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등에 따르면 훠궈 재료는 평소보다 200%, 훠궈를 조리하는 냄비는 600% 판매가 늘었다.
신정 연휴에 뜨거웠던 곳은 또 있었다. 바로 극장이다. 이 기간 극장은 5억 5000만 위안(101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사흘간 1250만 명이 영화를 봤다. 선봉에 선 것은 ‘아바타: 물의 길’이었다. 이 영화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2억 8000만 위안(515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고무적인 부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지지부진한 실적으로 문을 닫았던 극장들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1월 1일 문을 연 극장은 1만 640개다. 전체 극장 중 85%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로나19 기간 50%를 넘긴 적이 없었고 이마저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였지만 연휴를 기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일을 그만두거나 쉬고 있던 극장 직원들은 연휴를 앞두고 거의 복직했다.
수도영화관의 서우차오 부사장은 “우리가 소유한 극장들 모두 영업을 재개했다. 사실 신정 연휴 때 영화 배급 상황은 좋지 않았다. 볼 거라곤 아바타뿐이었다. 최대 기대작인 ‘유랑지구2’를 비롯해 춘제 땐 새로운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면서 “춘제를 기점으로 코로나19 이전의 호황기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