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이창호의 30연승 넘어 단일 기전 최다 연승…주장전 출전 횟수 선수당 6회로 제한, 감독들 용병술 엇갈려
#신진서, 이창호 9단의 30연승 기록 경신
신진서는 1월 28일 열린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주차 4경기에 Kixx의 4국과 주장전 주자로 연이어 출전해 울산 고려아연 홍무진 6단과 신민준 9단을 연파했다. 특히 신진서는 지난 경기에 이어 2연속 주장 결정전에 등판, 팀 승리를 이끌며 ‘불패주장’의 가공할 위력을 보여줬다.
Kixx는 신진서의 6연승에 힘입어 중간전적 3승 1패로 난가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신진서의 바둑을 중계한 백홍석 9단은 “마치 살아있는 인공지능을 보는 듯한 모습이다. 과연 누가 신진서의 연승행진을 저지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국내 단일기전 연승 기록은 이창호 9단이 2005년 농심신라면배에서 작성했던 30연승이다. 이창호는 1999년 열렸던 제1회 농심신라면배 예선을 시작으로 2005년 제6회 본선 14국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30연승을 기록했다. 특히 제6회 대회에서는 한국의 주장으로 출전해 막판 5연승으로 우승을 안겨 훗날 ‘상하이 대첩’으로 회자되기도 했던 전설의 그 대회다.
신진서는 셀트리온 소속이던 2020~2021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당시 한국물가정보의 신민준 9단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컴투스타이젬과의 2022~2023 바둑리그 1라운드 3국에서 김형우 9단에 승리한 것까지 30연승을 올려 전설 이창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승 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이어지는 질문에 신진서는 “1차 목표는 50연승”이라고 밝히며 “2차 목표로는 리그 전승을 생각하고 있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매 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해외 팀, 돌풍에서 미풍으로
사상 최초로 일본과 대만, 해외 두 팀이 출전한 바둑리그는 개막전에서 대만 보물섬정예팀이 셀트리온을 3-1로 꺾고 일본이 정관장녹천과 2-3 팽팽한 승부를 펼치면서 한껏 흥미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해외팀들의 돌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1월 말 현재 일본은 수담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5연패로 꼴찌에 자리하고 있다.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대만도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2라운드와 3라운드 경기에서 수려한합천과 포스코케미칼에 각각 1-3 패배를 당하면서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안성문 KB바둑리그 전문기자는 “일본팀의 경우 신예들 위주로 구성한 데다 팀을 한데 묶어주는 구심점이 없다 보니 지리멸렬의 느낌이 든다. 1승마저도 까마득해 보인다는 전망도 많다. 국내팀 사이에선 ‘일본기원에 물리면 약도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대만팀 역시 개막 전에는 팀 전력이 베일에 가려 있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주축 선수들의 전력이 노출되면서 돌풍에서 미풍으로 사그라자는 모양새다.
한 전문가는 “일본의 경우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지만 천원 보유자 세키 고타로 9단이나 신인왕 사카이 유키 4단, 후쿠오카 고타로 4단 등은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닌데 자국 일정 때문인지 함께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평했다.
#깊어지는 고민, 주장결정전
이번 시즌 또 하나의 화제는 ‘주장 결정전’이다. 주장전은 김빠진 무승부를 없애면서 강자 간의 대결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4국까지 2승 2패로 맞설 경우 승패를 가리기 위해 양팀 에이스인 주장이 출전해 승부를 가리는 것이다.
20초 초읽기 하나로 진행되는 주장전은 박진감 넘치는 내용으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신진서는 벌써 두 번이나 주장전에 출전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정관장천녹 변상일 9단은 수려한합천의 박정환 9단에게 본 게임에선 졌지만 주장전에서 이기며 팀의 3-2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팀마다 고민도 있다. 주장 결정전 출전 횟수에 선수당 제한을 둔 규정 때문이다. 주장전에는 한 선수당 최대 6회만 출전이 가능하다. 때문에 에이스들을 조기 출전시키면 정작 후반기 중요한 경기에서 쓸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
때문에 감독들마다 에이스들의 주장전 출전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물가정보 박정상 감독은 “올해 바둑리그 팀당 정규리그 경기수가 16경기인데 2-2 무승부가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승부 시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에이스를 투입하는 편이 맞다”고 말한다.
한편 또 다른 감독은 “횟수 제한에 걸려 정작 중요한 시합에 에이스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순위경쟁이 치열해지는 후반에 대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어느 쪽의 용병술이 옳은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