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버전도 충격인데 연내 4버전 출시…전문가들 “일자리 쓸려나간다” vs “궁극적으로 인류에 기여”
최근 만난 한 IT업계 관계자 얘기다. 챗GPT가 화제다. 이슈에 가장 빠르다는 주식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1월 한국 주식시장은 챗GPT 붐과 함께 ‘에로배우’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AI(인공지능), 로봇, 배터리, 우주항공’의 줄임말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했던 건 단연 인공지능으로 꼽힌다.
챗GPT 관련주로 꼽히는 솔트룩스는 2022년 12월 초 8000원 초반이던 주가가 1월 30일 3만 400원을 찍었다. 또 다른 챗GPT 관련주인 코난테크놀로지는 2022년 말 1만 원 후반대이던 주가가 2023년 2월 1일 장중 12만 3800원을 기록했다. 짧은 기간 약 7배 상승한 셈이다. 한 주식시장 전문가는 “선수들끼리는 1월장만으로도 한 해 농사를 다 지었다는 얘기가 돈다”고 귀띔했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한 오픈AI재단이 만든 대화형 AI 서비스다. 과거 알파고가 바둑을 뒀다면, 챗GPT는 대화를 한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2022년 11월 30일에 출시된 3.5 버전이다. 챗GPT 3.5 버전도 곧 엄청난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챗GPT 4 버전은 이르면 2023년 이내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3.5 버전에서 1750억 개였던 매개변수를 100조 개로 늘린다고 한다.
이미 3.5 버전만으로도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기존 챗봇 서비스는 과거 ‘심심이’같이 단순한 잡담을 나누는 서비스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 챗GPT 3.5 버전은 아예 다르다.
1월 24일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조너선 최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 교수는 일반 로스쿨 학생이 치는 것과 동일한 시험을 챗GPT가 응시하도록 했다. 챗GPT는 학생이 보는 시험과 동일하게 객관식 문항 95개와 에세이 문항 12개를 응시해 AI답게 순식간에 에세이까지 써냈다. 챗GPT는 과목을 수료할 수 있는 종합점수 C+를 받았다. AI가 로스쿨 시험을 통과한 것이다.
이외에도 의학 면허 시험, 대학 리포트 등 시험에서도 통과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바둑을 두고 인간이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것처럼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인간이 무력함을 느끼게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또한 지금 당장은 대화, 텍스트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영역은 엄청나게 확대된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AI가 그림 그려주는 사이트들이 화제다. 원하는 몇 개 단어만 입력하면 단어에 맞게 그림을 만들어주고, 프로필 사진을 넣으면 애니메이션처럼 바꿔주는 AI도 있다. 다양한 AI가 창작 활동으로 인간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그림과 사진 분야에서도 AI는 찰나 속도로 만들어주는 만큼 인간과 속도 경쟁이 무의미하다.
한 IT 개발자는 “모두가 몇 번씩 들어봤을 법한 인공지능 발전을 두고 일종의 동화처럼 내려오던 얘기가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해 단순 반복 작업은 인공지능이 빠르게 처리해주고 복잡하고 창의적인 작업은 인간이 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림이나 작문처럼 인간이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반복적인 작업보다 더 먼저 정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챗GPT처럼 AI 발전으로 당장 일자리가 대거 AI로 대체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이 끼치는 가장 큰 영향은 사회 각 부문에서의 생산성 제고로 인한 새로운 산업 창출이다. 많은 전망은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높여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을 자동화하는 카메라 기술은 수많은 직업과 산업을 창출했고, 마차보다 더 자동화 정도가 높은 자동차 기술 역시 수많은 직업과 산업을 창출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경전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급격히 낮아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수요가 생기게 되고, 새로운 고객을 맞게 돼 번영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이 교수는 미국인공지능학회에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세 번 수상한 바 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다. 한 IT 기반 스타트업 대표는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대체되리라 본다. 기존에는 인간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갈아탔다면, 이번 인공지능 충격으로 마차가 대체돼 쓸모없어진 말 신세가 인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게 대체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덜 필요한 영상 장르인 포르노 배우도 사라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실사와 구분이 잘 안 가는 버추얼(가상) 배우를 만들어 포르노 작품을 말도 안 되는 양으로 쏟아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국회 보좌관 출신 기업인은 최소한 자격증이 있는 분야에서 대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자격증이 있는 분야는 어려울 것이다. 직역 단체에서 인공지능이 자격증 울타리를 들어오는 걸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절대 대체되지 않을 직업은 다름 아니라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이 그런 법안이 통과되도록 놔두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가오고 있는 미래를 두고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경전 교수는 “인공지능 발전이 사회 구성원 간 격차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유통 비용을 줄여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향유하는 데 기여해 왔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 발전 역시 인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한편 챗GPT는 미국 빅테크 업계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절대 흔들리지 않으리라 여겨졌던 구글이 위기를 느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챗GPT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검색 서비스인 빙(BING)을 발전시켜 검색 품질을 향상하고 구글 점유율을 빼앗아 오겠다는 복안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구글 검색 품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빙'의 부상이 구글에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구글 한국어 검색에서 봇(프로그램)이 만들어낸 트래픽 유입을 위한 조작 사이트 등이 상위 노출되고 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구글이 취약해졌을 때인 지금이 챗GPT로 무장한 빙 경쟁률이 치고 올라갈 기회처럼 보인다.
오픈AI재단은 ‘챗GPT 플러스’ 유료 서비스를 곧 시작한다. 2월 1일 오픈AI재단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매달 20달러(약 2만 4000원)를 내면 플러스 가입자가 될 수 있고 피크타임에도 챗GPT로부터 더 빠른 응답과 새 기능 우선 사용 권한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