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가입자수 미공개와 한 발 늦은 AI 사업 두고 뒷말…LGU+ “고객 유치 순항…콘텐츠 소비자 만족이 우선”
#스타 PD 대거 영입했지만 넘어야할 산들
LG유플러스는 구독 플랫폼 ‘유독’의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상 ‘가입자 10만 돌파’ 등 상징적인 수치를 내세워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타사 고객에도 유독 가입을 허용했지만 가입자 증가 속도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유플러스가 유독 출시 당시 ‘2025년 1000만 가입자’를 목표로 삼았던 것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스포키 등 지난해 선보인 타 서비스는 누적 사용자 500만 돌파 등을 적극적으로 알렸지만 유독은 가입자 수는커녕 증가율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유명 배우 손석구 씨를 광고 모델로 영입하고, TV·온라인에 전면적인 광고를 집행했지만 가입자가 늘지 않아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독은 고객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만 골라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유독이 제공하는 OTT, 음악 등 다양한 항목의 70여 개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 인기 항목은 LG유플러스 외에 이동통신망 가입자는 선택할 수 없고, 할인율도 5% 내외로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유독의 성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유독과 관련해 “제휴처도 지속 늘려나가는 중이며 고객 유치도 잘 되고 있다”며 “사업 전략상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뿐이다”고 반박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에서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 기존 K팝 전문 플랫폼 ‘아이돌라이브’를 글로벌 웹서비스 ‘아이돌플러스’로 개편했다. 그러나 개편이 이용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아이돌플러스의 모바일 월 실사용자(MAU)는 지난해 10월 22만 7342명에서 지난해 12월 20만 2880명으로 도리어 줄었다.
LG유플러스의 OTT라 할 수 있는 ‘U+모바일tv’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U+모바일tv는 LG유플러스 IPTV를 모바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U+모바일tv의 MAU는 지난해 1월 167만 4328명에서 지난해 12월 133만 2195명으로 줄었다. 반면 웨이브와 티빙의 지난해 12월 MAU는 각각 408만 명, 490만 명이다. LG유플러스의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가 각각 웨이브와 티빙에 참여하고 있다. 티빙이나 웨이브와 달리 U+모바일tv는 IPTV 기반이므로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한계 돌파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월 이덕재 전 CJ ENM 아메리카 대표를 최고콘텐츠전문가(CCO)로 영입했다. 이어 CJ ENM 소속의 이상진 상무, 신정수 PD, 이근찬 PD 등을 연달아 영입했다. SBS 출신인 임형택 PD와 KBS 출신 양자영 PD 등도 LG유플러스에 합류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CCO 조직을 개편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전문 조직인 ‘스튜디오X+U’를 신설했다.
LG유플러스의 스타 PD 영입을 놓고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PD들이 보수적인 통신사 조직 내에서 결과물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LG유플러스 한 직원은 “기존 통신 사업부에서는 CCO 조직에 대해 ‘돈만 쓰고 성과는 없는 게 아니냐’라는 시각이 있다”라며 “스타 PD들이라지만 CCO부터가 올드한 인물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이어 “경쟁사 KT가 케이블 채널 ENA와 콘텐츠 전문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우영우’ 같은 대박을 내며 시장에 안착했다”며 “분사 없이 기존 조직 내에서 뒤늦게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다면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발 늦은 AI, 따라잡을 수 있을까
LG유플러스의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신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미래 사업으로 손꼽히는 AI 영역에서 타사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과 KT의 AI 연구는 음성 빅데이터를 기초로 한다. 통화를 비롯해 가정 내 음성 데이터를 수집해 AI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자체 음성 AI 셋톱박스가 없다.
SK텔레콤은 지난해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AI 비서 ‘에이닷(A.)’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 관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KT는 초거대 AI ‘믿음’을 개발했고, 인공지능콜센터(AICC) 등 음성 AI 기술을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도 서비스하면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나름대로 AI 시장에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 AI 브랜드 ‘익시’를 공개하고 스포츠 경기 예측, AICC, 콘텐츠 추천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경쟁사에 비해 시장 진출이 늦어 이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AI는 데이터 수집부터 인력, 실제 사업 적용까지 오랜 시간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성공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재미를 느끼는 고객이 있다면 만족한다”며 “경쟁 통신사의 AI 스피커를 보고 진출 시기가 늦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LG유플러스는 오래전부터 LG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초거대 AI ‘엑사원’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