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유재수 감찰무마 유죄 인정 징역 2년 선고…윤석열 정권 정당성 확보, 민주당 일각 검찰개혁 목소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는 2월 3일 업무방해 및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혐의에 “피고인이 대학교수 지위에 있으면서도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범행해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회적 유대관계에 비춰볼 때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 전 장관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이 2019년 12월 불구속 기소된 지 약 3년 2개월 만의 1심 판결이다.
조국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청탁금지법위반, 공직자윤리법위반,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총 12개다.
우선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사문서위조 등)로 기소됐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 씨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등을 허위로 발급·제출하고, 아들 조원 씨의 법무법인 인턴활동 증명서 등을 허위로 발급받아 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이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딸 조민 씨를 통해 특혜성 장학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이 추후 양산부산대병원 운영이나 부산대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 관련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조민 씨에게 뇌물 목적의 장학금을 건넸다고 검찰은 봤다.
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확인하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2일 결심 공판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1200만 원, 추징금 600만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아들과 딸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노 전 원장으로부터 딸 장학금 명목으로 받은 600만 원은 뇌물로 보지 않았지만,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총 12개 혐의 중 뇌물수수,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은 무죄가 선고됐다. 위계공무집행방해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문서위조 및 행사 역시 무죄가 나왔다.
조국 전 장관은 1심 판결에 대해 “뇌물이나 공직자윤리법 증거인멸 등 8~9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점에 대해 재판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직권남용 등 유죄 판결이 된 것에 대해서는 항소해 더욱 성실히 다투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조국 전 장관의 실형 가능성을 높게 점쳤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이미 자녀 입시비리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판결 받았다. 이번 재판에서도 일부 겹치는 혐의가 있었다. 이에 조국 전 장관 측 변호인 내부에서도 실형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형이 너무 무거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조국 전 장관 1심 판결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조 전 장관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특히 2019년 8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부터 정치권에선 소위 ‘조국 사태’로 불리는 일들이 벌어졌다.
조국 당시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쏟아졌고,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검찰 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조국 전 장관 임명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놓고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국수호’와 ‘조국구속’을 주장하는 찬반 맞불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이 서로 대척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기 시작한 시점은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조 전 장관에게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봤고,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조 전 장관과 갈등국면을 만들면서 정치적 위상도 커졌다”며 “그런데 조 전 장관에 대한 법원 판결이 무죄가 나왔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기의 정당성이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로 다시 정치권이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자성을 촉구하며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방탄’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국 수호 대열에 섰던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개인 비리 범죄 혐의자인 이재명 대표 방탄에 다 걸기 한 민주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오늘의 조국은 미래의 이재명”이라며 “3년 전 조국수호를 했던 그 사람들이 내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모인다고 한다. 조국이 이재명으로, 서초동이 남대문으로, 촛불이 파란 목도리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조 전 장관 1심 판결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YTN ‘더뉴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 조 전 장관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윤석열 정권에 있는 당사자도 다 적용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모든 권력자에게 동일한 잣대를 대야 하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검찰·사법개혁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 내부적으로 조국 전 장관 1심 판결에 대해 아직 입장을 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조국 전 장관은 검찰의 무자비한 수사에 이어 1심 선고를 받았고 이재명 대표는 이제 검찰 수사를 넘어 재판이 열릴 것이다. 두 사람의 시련을 한데 묶어 검찰·사법개혁 움직임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이번 판결로 윤석열 정부의 ‘내로남불’이 또 한 번 증명될 수밖에 없다. 조국 전 장관 실형의 주된 혐의 중 하나는 자녀 입시비리다. 그럼 한동훈 장관 자녀 논문 스펙 논란은 왜 검찰이 나서지 않느냐. 또한 김건희 여사와 일가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 수사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라며 “민주당이 계속 이슈화를 시켜도 검찰이 무시하고 수사를 안 하는데 무력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