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전방위 야당 탄압 당차원 지원’ 입장…비명계 등 일각에선 ‘개인 사법리스크 당과 분리해야’ 주장
#검찰 출석 임박 이재명
이재명 대표는 1월 10~12일을 전후로 검찰 조사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2월 21일 검찰은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해 이 대표에게 12월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12월 26일 이 대표는 검찰 소환에 대해 “이미 정해진 일정 등이 있고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당장 가기는 어렵다”며 “그 후에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2월 28일에도 이 대표는 국회 본회의 후 만난 기자들에게 “저희가 가능한 시간을 확인 중으로 제가 출석하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면 될 것 같다”고 직접 검찰에 출석할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팩스 한 장으로 제1야당 대표 소환을 통보했다고 검찰을 강력히 비판했다. 2022년 12월 26일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에 (소환을) 통보할 때 검찰이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반해서 일방적으로 팩스로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YTN ‘더뉴스’에서 “보통 검찰이 출석 요구를 할 때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하고 보통 국회의원실에서도, 혹은 여러 민간인도 출석 요구를 할 때 일반 사기업을 운영하는 분을 소환할 때도 일정이 되는지 확인하고 나서 보통 소환을 한다”며 “그런데 이렇게 마치 생일날 생일 전보 보내듯 팩스로 소환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예의가 없다”고 꼬집었다.
12월 26일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YTN ‘정면승부’에서 “일단 검찰 사무규칙에 보면 소환할 때는 당사자나 변호인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시겠지만 대표실과 의원실에 전화하고, 일방적으로 팩스로 28일 10시에 출석하라고 소환 통지한 것”이라며 “야당 대표에 대한 예의나 격식은 전혀 없고 일방적인 통지를 한 것이다. 28일은 공개 일정이 있어서 이미 공지된 날이었다. 또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일 아닙니까.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데, 이것에 대해서 물타기 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재명 대표 측에서 변호인을 지정해주지 않아 어떤 협의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선전화, 팩스 및 우편으로 출석 요구를 했고 공개된 근무처인 대표실과 의원실로 전화를 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을 비판한 김현정 대변인도 이 대표의 변호인 선임 여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 소환 통보 이후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12월 27일 이 대표 측은 “정상절차대로 변호인을 선임해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2월 29일 검찰도 “12월 27일 오후 2시께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이 검찰에 연락해 12월 28일 출석은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답변을 해왔다”며 “이에 그다음 주 출석을 제안했으나 당대표로서 신년 행사 등 일정이 모두 잡혀 1월 첫째 주는 출석이 불가능하다며 둘째 주에는 5일 모두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1월 10~12일 중 가능한 날을 알려달라고 (이 대표 측에) 요청했고, 현재 그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는 김종근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근 변호사는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서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도 대리하고 있다. 김종근 변호사와 함께 이 대표를 대리했던 나승철 이태형 변호사 등은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서 이번 변호인단에선 빠진 것으로 보인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댓글 조작 사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뇌물수수 사건 등 민주당 관련 사건 변호를 맡아왔다.
#변호사비는 누가?
정가에선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를 두고 내홍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의 부당한 표적 수사’라는 논리 아래 당이 지원해야 한다는 친명계 입장과 개인 의혹을 왜 당에서 비용을 내주느냐는 비명계 비판 목소리가 맞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는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에서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당에서 대납한다면 적법성 여부와 별개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 대표 측에서는 변호사비를 누가 내는지와 관련해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당과 분리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월 2일 5선 중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YTN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사법적 의혹은 법률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지 당 전체가 리스크에 빨려 들어가면 안 된다”며 “이 대표가 본인의 사법적 의혹을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 지지세력과 합세해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에 당의 총력을 쏟는, 연계시키는 것들은 자제해야 된다”고 말했다.
1월 3일 문희상 민주당 상임고문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분리 대응에 대해 “그것도 바로 교토삼굴(꾀 많은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평소 굴을 세 개 파놓는다)에 다 포함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략적으로 분리해 총선을 치르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1월 1일 문 상임고문은 “플랜B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교토삼굴’이란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당 차원에서의 대응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1월 2일 이재명 대표는 본인과 측근을 향한 검찰 수사를 당과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게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1월 3일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연합뉴스TV ‘1번지 초대석’에서 “실제로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어떤 조직적인 차원에서 분리 대응해야 된다라는 그런 흐름은 없다”며 “개인적인 의견은 있을 수가 있는 거고. 사실 검찰이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 당이 일치단결해서 대응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 수사만 있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도 같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그걸 분리해서 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1월 4일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문희상 상임고문의 교토삼굴 발언에 대해 “지금 현 시국에서, 야당 탄압 정국에서 저희들이 또 다른 플랜을 생각할 때보다는 당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될 거라고 본다”며 “또 이번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이재명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도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본다. 물론 당내 몇몇 분들의 이견은 있겠으나 전반적인 당내 분위기는 ‘우리가 선명하게 야당 탄압에 맞서야 된다’ 그런 게 대체적인 기류”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