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볼 복수 사건 후 팀워크 ‘업’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고메즈는 그나마 선발투수이고 5일간 로테이션을 거쳐 등판하기 때문에 1경기 정도 쉬어가는 상황이라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벌금이 문제인데, 아마도 벌금은 고메즈가 내지 않을 것 같아요. 고메즈는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고 있거든요.
처음엔 고메즈를 찾아가 제가 대신 내겠다고 했습니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동료 선수가 절 대신해서 보복성 빈볼을 던져 일어난 일들이라 당연히 제가 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팀 내의 베테랑 선수들 중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가 내거나 구단 자체적으로 해결합니다. 아마 우리 팀에서는 투수 데릭 로우가 낼 수도 있는데, 기분이 좋은 건 고메즈와 잭 하나한의 벌금을 대신 내겠다고 나서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건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 팀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는 부분이에요. 원정경기로 치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3연전에서 두 차례나 역전승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동점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이룬 선수들의 모습에서 가슴 찡한 작은 감동을 느낄 정도였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기는 팀의 장점은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내는 거잖아요. 요즘 클리블랜드가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7경기 동안 6승1패를 이루고 어느새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라있으니, 이 정도면 선전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번 일기에도 썼지만, 앞으로 머리를 향해 던지는 공만 아니라면 공을 맞았다고 해서 항의하고 화를 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제가 그럴 때마다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면 그 또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니까요. 단, 지난 번 일로 인해 상대 투수들이 어떤 느낌은 가졌을 것 같아요. 추신수를 향해 몸쪽 공은 던지되, 몸을 맞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요.
팀 성적은 좋지만, 제 플레이에 대해선 불만이 많습니다. 3번타자라면 좀 더 확실한 걸 해줘야 하는데 좋은 찬스에서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타격감이 거의 올라왔고, 뭔가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한방이 터지지 않아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도 들어요. 한마디로 ‘그분’이 오셔야 하는데, 올까말까 고민 중이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안 좋은 생각을 하며 불안해하기보다 내일도 게임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겁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조금씩 밥값은 하고 있으니까요.
오클랜드와 원정 3연전을 치르고 있는데, 이 경기 동안 ‘그분’이 왕림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잠을 청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