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주자 그대로 벤치마킹’ 탓 차별점 찾기 어려워…“단백질 제품 관련 구체적 계획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전통 유업계 강자인 롯데제과(구 롯데푸드) ‘파스퇴르’ 브랜드는 오히려 2020년 단백질 분말 제품 ‘닥터액티브’를 론칭했다가 1년 만에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시장 규모는 2018년 813억 원에서 2021년 3364억 원으로 네 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는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헬스 등 근력운동을 주로 하는 젋은층에 국한됐던 단백질 식품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대로 확대된 덕분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단백질 시장은 유업체인 매일헬스뉴트리션과 일동후디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2018년 가장 먼저 단백질 제품 브랜드 ‘셀렉스’ 론칭했다. 셀렉스는 중장년층의 단백질과 근육 건강 관리에 초점을 둔 코어프로틴 제품부터 온 가족이 섭취할 수 있는 음료나 바 제품 등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식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연간 25%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고,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달성, 누적 매출액 2000억 원을 돌파했다.
2020년 출시된 일동후디스의 단백질 보충제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는 3년 만에 누적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하며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성장기 어린이, 체지방 조절을 원하는 여성, 고강도 운동 즐기는 2030세대, 고단백이 필요한 중노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으로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일동후디스는 2020년 출시 첫해 3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021년 1050억 원, 지난해 매출 1650억 원을 넘어섰다.
롯데제과(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 전으로 당시에는 롯데푸드)는 뒤늦게 2020년 11월 성인용 단백질 강화 영양식 ‘닥터액티브’를 선보였다. 당시 롯데푸드 파스퇴르의 첫 번째 생애주기 맞춤형 케어푸드 제품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파스퇴르의 ‘닥터액티브’는 출시 1년 만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단백질 제품이 유력 시장으로 떠올랐고, 2020년 (닥터액티브를) 출시했다가 1년 정도 판매를 이어 갔는데 매출이 기대에 못미쳤다”며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 하에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파스퇴르’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 장기간 분유를 생산한 기술력‧노하우를 갖췄음에도 롯데제과가 시장 흐름에 빠르게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존에 시장에 진출한 기업과 차이점을 만들지 못한 것이 롯데제과가 단백질 시장에서 패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을 경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혁신”이라며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일찌감치 사업다각화를 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파스퇴르’라는 브랜드가 갖춘 사업 가치나 파워가 충분히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점이 지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나 소구점이 약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력만 있다고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마케팅‧홍보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롯데제과는 뒤늦게 (단백질 시장) 선발주자들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트로트 가수를 CF모델로 내세우는 등 차별점이 없었다”며 “원조 따라가는 후발주자는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현재도 롯데제과의 파스퇴르 제품군은 우유‧분유‧발효유 등 영유아‧어린이 대상 제품군에 쏠려 있다. 단백질 관련 제품으로는 2021년 7월 첫 출시한 음료 형태의 ‘이지프로틴’이 유일하다. 음료 형태의 단백질 제품은 매일유업‧일동후디스‧남양유업 같은 유업체 외에도 오리온‧빙그레 등 식품업체들까지 모두 뛰어든 상태다. 기존 식‧음료를 생산하던 업체에 음료 형태의 단백질 제품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제품 형태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워낙 단백질 시장에서 선발주자들이 꽉 잡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며 “현재 구체적으로 단백질 제품 론칭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유망한 시장이다보니 면밀히 검토해서 추후 다시 진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