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챗GPT’ 출시 이어 구글 바이두 네이버 잇따라 참전…매개변수 개수 경쟁이 관건
그동안 AI 부문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었던 구글(Google)과의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MS의 GPT3.5 공개에 이어 구글도 챗봇을 ‘바드(bard)’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세계 양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미래의 사활을 걸고 AI 기술에서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물론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들도 잇따라 유사한 기술과 서비스를 예고하면서 전세계 빅테크 기업들의 AI전쟁은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AI 챗봇에 전 세계가 이토록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검색은 인터넷 혁명 이후 IT업계를 지배했던 사업영역이다. 구글, 바이두 등 검색엔진 기업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 됐던 이유다.
지금의 인터넷 검색은 주제어를 입력하면 관련 결과물을 단순 나열하는 수준이다. 이와 달리 챗봇은 검색자의 의도를 파악해 결과물의 내용을 종합·정리해서 제시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맞춤형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언어 구사도 사람과 꼭 닮았다. 지금의 인터넷 검색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챗봇이 보급되면 검색 능력의 평준화가 가능해진다. 이제는 질문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해지게 됐다.
물론 아직 한계도 있다. 정확성과 적절성 등의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범죄나 비윤리적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이다. 벌써부터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될 정도다. 이 때문에 아직 AI에 구체적 임무를 통째로 맡기기는 어렵겠지만 인간이 작업을 위해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수준 정도만 수행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에 버금가는 엄청난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MS가 100억 달러 투자를 예고하고 이에 맞서 구글도 비상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AI에 적극적이다. 돈이 되는 차원을 넘어 미래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나 검색시장은 태생적으로 1등 독식이다. 1등이 되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AI의 성능을 쉽게 높일 수 있다. AI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시장 장악력은 더 강해진다. 또 하나의 거대한 미래 생태계인 자율주행 역량과도 밀접하다.
그동안 AI 부문 자타공인 최강자는 구글이었다. 2014년 영국에서 인수한 ‘딥마인드’의 바둑AI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결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농담을 던지고 수학 문제도 푸는 GPT3.5 종류의 생성형(Generative) AI 시장에서도 선구자다. 구글은 자동번역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으로 AI의 언어장벽을 쉽게 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구글은 이 같은 AI 기술들을 대중에 공개하는 데에 신중했다. 우선 돈 때문이다. AI를 이용하면 기존 검색 방식보다 나열되는 결과물이 줄어든다. 이는 연간 15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광고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과거 구글은 구글안경(Google glass)을 개발하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로 제동이 걸렸다. AI 부문에서도 비슷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을 경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S가 선수를 치고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GPT3.5를 개발한 MS는 검색엔진 ‘빙’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10% 미만이다. MS는 한때 인터넷 익스플로러(Explorer)로 웹 브라우저 시장을 거의 독점했다. 하지만 2008년에야 등장한 구글의 크롬(Chrome)이 현재 시장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MS에게 챗봇은 구글에 대한 ‘복수전’인 셈이다. MS는 GPT3.5 공개에 이어 이를 ‘빙’에까지 탑재했다. 오픈AI는 GPT3.5의 유료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했다. 대중에 ‘AI=MS’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MS와 구글뿐 아니다. 15억 명 인구를 기반으로 한 중국 바이두는 GPT와 닮은 플랫폼을 3월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앱으로 출시한 후 점진적으로 바이두 검색 엔진과 통합시킬 예정이다. 바이두 챗봇은 중국어와 영어가 모두 가능하다. 네이버도 올 상반기 ‘서치GPT’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AI는 의사소통을 넘어 의도를 이해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오류를 수정하는 등 인격체에 가까운 상호작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보고서·논문 작성, 코딩, 작곡, 그림 등 준 창작활동도 가능하다. 동영상 제작능력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도 자칫 현재에 안주하다 미래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GPT3.5 출시 직후 구글은 심각한 위기 경고인 ‘코드레드’(Code red)를 발령했다. AI를 경영의 최우선 현안으로 두었다. 챗봇이 검색 사업에 미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검색엔진과 AI의 전쟁에 대비한 동원령인 셈이다.
AI와 챗봇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와 변수를 기반으로 했는지가 중요하다. 학습자료가 얼마나 방대하고 다양한지에 따라 성능과 신뢰도가 달라진다. 검색엔진 글로벌 1위 구글이 그동안 확보한 자료의 양은 천문학적이다. 최신형 AI 팔엠(PaL M)은 GPT3.5보다 3배나 많은 매개변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람디에이(LaMDA)라는 챗봇도 개발해둔 상태로 이를 조만간 공개하는 ‘바드’에 탑재할 예정이다.
AI의 이해범위를 결정하는 매개변수의 개수 경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GPT3이 1750억 개다. GPT3.5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빙에 탑재될 GPT4.0은 1조 개 이상이 예상된다. MS와 엔비디아가 공동개발하는 ‘MT-NLG’는 5300억 개, 구글의 ‘스위치 트랜스포머’와 베이징인공지능연구소의 우다오2.0는 각각 1조 개, 7500억 개 매개변수를 갖고 있다. 얼핏 큰 단위로 보이지만 과거 메모리 반도체의 저장능력 확대 속도를 감안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AI 성능이 빠른 속도로 높아질 가능성이다.
더 많은 매개변수를 확보하는 데는 바이두나 네이버 등의 단일 국가 내 서비스 사업자보다는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이나 MS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번에도 미국 기술기업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셈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부담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미국 증시도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AI용 수요에 대한 기대로 시스템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등 관련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