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잡아먹던 브랜드 하나둘씩 정리…김지원 대표 흑자 전환 땐 승계구도 영향 미칠 듯
#시장의 바람이 바뀌고 있는데…
한세엠케이의 종속 자회사인 만쿤(상해)상무유한공사가 2월 3일 NBA스타일 브랜드의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기준 NBA스타일의 매출액은 약 460억 원으로 한세엠케이의 한 해 매출액의 22.2%를 차지했다. 영업 정지로 당분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BA스타일은 미국프로농구협회인 NBA팀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스트릿 캐주얼 의류 브랜드다. 2022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운영 중이던 NBA스타일 매장은 164개로 한세엠케이 측은 대리상을 통한 매장 확대를 계획 중이었다. NBA 네임 밸류를 활용해 최근 성장하는 스포츠 캐주얼 시장에서 세력을 굳히고 나아가 중국시장 매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돌연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흑자전환이 절실한 한세엠케이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세엠케이의 상하이 법인은 2019~2021년까지 약 330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 당시 NBA 고위 인사의 홍콩 지지 발언 이후 시작된 불매운동 여파가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로 인한 상하이 봉쇄가 결정적 타격이 됐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세엠케이의 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의 순항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중이 완전히 경쟁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패션 기업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국 기업들이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게 되자마자 중국 시장이 한국 기업에 배타적으로 변했다. 롯데와 신세계도 수조 원을 손실 보고 완전히 철수한 만큼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해에도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TBJ와 ANDEW 역시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로 생산을 종료했다. 수익을 내는 ‘알짜 브랜드’만 남겨놓고 지속적으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대대적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앞으로도 해외 시장에 적합한 마케팅과 현지 단독 디자인 확장 등을 공격적으로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력 사업 중 하나인 골프웨어 부문도 상황이 전과 같지 않을 전망이다. 한세엠케이는 2015년 11월 LPGA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매장을 열었고 2019년 2월에는 PGA 투어와 추가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규모를 키웠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골프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한세엠케이의 골프웨어 부문의 매출도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골프웨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바람이 바뀌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열풍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가 끝나 시장 자체가 위축세라 앞으로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승계 구도에 미칠 영향은?
한세엠케이는 창업주인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막내딸 김지원 대표가 이끄는 회사다. 김지원 대표는 2019년 12월 한세엠케이 대표에 취임한 이후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세엠케이는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기록하던 한세드림과 합병하면서 덩치를 두 배 가까이 키웠지만 3분기 역시 적자를 탈피하지 못했다.
다른 형제와 비교하면 한세엠케이의 적자는 두드러진다. 김동녕 회장 슬하 삼남매가 각각 온라인 서점, 섬유·유통, 패션 사업을 맡으며 2세 경영을 본격화한 시점에서 김지원 대표가 이끄는 한세엠케이가 유독 실적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녕 회장의 장남인 김석환 대표가 맡은 예스24는 공시를 통해 2022년 약 7000억 원의 매출과 140억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남인 김익환 대표가 맡은 한세실업 역시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지난해 매출액만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전년도보다 약 41% 증가한 15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세엠케이는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예상 매출액이 2937억 원을 기록한 덕분에 2018년부터 4년째 이어져오던 매출 감소세 반등에도 성공했다. 영업손실 규모도 2021년 121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세엠케이의 경우 그간 예상 실적과 실제 발표된 실적 사이의 괴리가 상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9년에는 17억 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했으나 23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47억 원의 영업 손실을 전망했으나 188억 원의 영업 손실이 나왔다. 2021년에는 7억 원의 영업이익을 자신했으나 121억 원의 손실이 나면서 오차가 상당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4분기 실적 발표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세엠케이를 통해 김지원 대표의 경영능력이 검증을 받는다면 향후 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김석환 대표가 한세예스24홀딩스 지분을 25.95%, 김익환 대표가 20.76%씩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지원 대표의 지분은 5.19%다. 아버지인 김동녕 회장이 아직 17.61%의 지분을 쥐고 있어 승계가 확실히 결정된 건 아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익환 대표와 김지원 대표의 지분을 합하면 장남인 김석환 대표와 동일하다. 김동녕 회장이 둘째나 셋째에게 지분을 좀 더 증여할 경우 김지원 대표가 판을 흔들 캐스팅보터가 될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