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감소 자회사까지 무리한 배당 놓고 ‘승계 밑천’ 뒷말…LX “주주권익 배려 차원 최대 금액 배당”
#LX홀딩스 드디어 첫 배당에 뒷말 나오는 까닭
지난 2월 6일 LX홀딩스는 보통주 1주당 31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LX홀딩스의 현금배당 실시 여부가 재계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이번 배당금이 승계를 위한 밑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LX홀딩스가 240억 9862만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면서 11.92%를 보유한 구형모 LX홀딩스 부사장은 총 28억 7252만 원의 현금을 수령할 전망이다.
LX홀딩스의 배당은 주력 자회사 중 하나인 LX인터내셔널의 호재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LX인터내셔널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주당 400원 수준이었던 LX인터내셔널의 배당금액은 2년 만에 주당 3000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주목되는 것은 LX그룹은 현재 승계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2021년 12월 24일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이 장남인 구형모 부사장에게 850만 주의 지분을 증여한 후 구 부사장의 지분 매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구 부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17차례 지분을 매입했다. 직책도 올랐다. LG전자에서 근무하다 2021년 5월 LX홀딩스 상무로 입사한 구 부사장은 2022년 3월과 11월 각각 전무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X홀딩스는 순수 지주사로 현재 자회사로부터 얻는 배당금 수익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상표권은 무상 계약을 맺은 데다 임대료를 받을 부동산도 없다. LX홀딩스는 비상장사인 LX MDI와 LX MMA 지분을 각각 100%와 50%, 상장사인 LX하우시스 33.53%, LX세미콘 33.08%, LX인터내셔널 24.69%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승계를 위해 다소 무리하게 자회사의 배당금을 거둬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회사 중 하나인 LX하우시스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78.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1300억 원가량 감소하며 1177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그런데 올해도 현금배당을 실시하겠다고 공시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LX그룹 안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지주사인 LX홀딩스가 돈이 없기 때문에 억지로 배당금을 걷어가는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LX하우시스 관계자는 “자산 손상 차손으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측면이 있는데 실질적인 현금 유출 요소는 아니라서 주주권익배려 차원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금액을 배당했다”고 말했다.
주요 자회사 중 하나인 비상장사 LX MMA도 올해 300억 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LX MMA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58.7%가량 감소한 494억 7700만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줄어든 만큼 배당금도 줄었지만 여전히 배당성향 60% 수준의 고배당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자회사인 LX세미콘 역시 배당성향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증권가 다른 관계자는 “LX세미콘의 배당성향은 30%로 동종업계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덩치가 큰 기업들은 승계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방법을 사용해야만 충분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편법적인 방식은 아닌 데다 상장사인 만큼 다른 주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승계 시점 주목, 경영 능력은?
이번 배당금의 규모가 워낙 작아 추가 지분 증여가 따로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승계 시점이 최대 관심사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후계자가 35~40세쯤일 때 경영권을 넘겨주는 추세다. LX그룹의 경우 회장이 결단만 내리면 2~3년 안에 승계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형모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LX홀딩스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내는 동안, 주력 계열사 LX인터내셔널을 통해 한국유리공업과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하는 굵직한 딜을 성사해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편 직접 키워낸 회사 ‘지흥’이 LG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일감 몰아주기 덕택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설 자회사인 LX MDI의 대표이사로 발령받은 점도 다소 의외라는 지적이 나온다. LX MDI는 지난해 12월 1일 설립된 법인으로 그룹 내 계열사의 경영 컨설팅 및 IT솔루션과 인재개발 등을 담당한다. 문제는 오롯하게 그룹 내부 거래 중심의 수익 모델이라는 점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리라는 평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전략적 관점에서 봤을 때 MDI 대표이사 발령은 경영 승계의 도구로 쓰기 위한 행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경영 능력을 검증받으려면 그룹사의 주력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일궈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X홀딩스 관계자는 “구형모 대표는 LX홀딩스에서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있으며 그룹 내 주요 경영 이슈 전반을 관리했고 대주주로서 그룹 미래 구상에도 더 강한 책임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MDI 대표이사로 적임자라는 판단이 있었다”고만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