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준석계 4인 전원 컷오프 통과, 친윤은 현역 탈락에 ‘진땀’…친윤계 “전대 과정 이준석 몸값만 올려줘” 난감
반면 친윤계 후보들은 컷오프에서 고전했다.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냈던 박성중 이만희 이용 등 친윤계 현역 의원 3명이 탈락했다. 세 사람은 당내 친윤계 ‘국민공감’ 회원이다. 친윤계 조직력이 느슨하다는 평이 나오는 동시에 친이준석계 당원들의 결집력이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다.
정가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젊은층에 중도보수 층까지 움직인다면 천하람 후보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한다. 천 후보는 2월 3일 깜짝 출사표를 던지면서 양강(김기현-안철수)이었던 당대표 전당대회 구도를 흔들고 있다는 평이다. 천 후보는 윤핵관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며 비윤계 표심 잡기에 나섰다.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의 당권 불출마로 갈 곳 잃은 비윤계 공략으로 전략을 세운 셈이다. 비윤계 당원들의 표를 놓고 천 후보와 안 후보가 경쟁할 전망이다.
김수민 평론가는 “처음에는 천 후보가 안 후보의 비윤 이미지를 가져가면 안 후보가 중도 이미지를 갖게 되기 때문에 (안 후보 측이) 좀 더 유리할 거라고 봤다. 안 후보가 범친윤 표를 어느 정도 가져간다는 전제 하에서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안 후보를 공격했기 때문에 천 후보가 비윤표를 결집시켜 나간다면 안철수 후보한테는 불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천 후보는 ‘공천개혁’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천 후보는 국민의힘 비전발표회에서 대통령 공천 불개입과 PPAT(공천자격시험) 두 가지 공약을 공개했다. PPAT는 정당 사상 최초의 공천 자격시험으로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도입한 것이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실시했다. 지방의원 후보군 대상으로 했던 공천자격시험을 국회의원 선거로 확대하겠다는 게 천 후보 구상이다.
천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자격시험을 의무화한 적 있다. 그러나 준비과정이 짧아서 지역구 출마 후보에게는 사실상 통과의례였다”며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비례와 지역구 후보에게는 공천자격고시를 의무화하겠다. 우리 당이 정한 수준에 미달하는 후보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천 후보는 2월 7일 일요신문 인터뷰(관련기사 [인터뷰]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김기현-나경원 연대 역풍 불 것”)에서 “좋은 공약이면 이준석이 아니라 이준석 할아버지가 내놓은 공약이어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천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2월 9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보수에 허리가 없다”며 “그래도 천하람 등 엉덩이를 받쳐주는 사람들이 있어 안정감이 있다”고 천 후보를 치켜세웠다.
이준석계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선전했다. 친이준석계로 꼽히는 김용태 허은아 이기인 후보가 통과했다. 김 후보는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청년최고위원, 허 후보는 대변인으로 재직했다. 이 후보는 과거 바른미래당 때부터 이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전원 본선에 진출한 것과 관련해 2월 10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오늘부터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천 후보는 “이제 본게임 시작이다. 기필코 양강을 뛰어넘어 국민의힘을 환골탈태시키는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 존재감이 커지면서 친윤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빅 스피커’로 꼽히는 이 전 대표와 다시 갈등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3월 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출간할 예정이다. 최근 편집을 마치고 출간 준비를 모두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실의 정치, 정치의 현실 △선거의 개혁 △정책의 개혁 △정치의 개혁 △정당의 개혁 △지금의 보수, 지금의 정치 등 6개 목차로 구성됐다. 책에는 대선 전 윤 대통령과의 갈등 원인 등을 솔직하게 담았다.
당내 비윤계 의원들이 이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세력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친윤계로선 부담이다. 친윤계 의원실 관계자는 “천하람 후보가 이준석 대리전에 불을 지폈다”며 “전당대회가 이준석 대리전이 됐다. 전당대회가 이준석 몸값만 높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