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크기획 사태로 아들 승계 가능성 사라진 후 처조카 이성수 대표 지원했지만 최근 폭로 등 ‘허’ 찔려
“착한 아이였는데 마음이 아프다.”(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이성수 공동대표가 2월 16일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개설해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를 향해 반격을 시작했다. 방시혁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에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전격적으로 자신의 지분을 넘기면서 ‘허’를 찔린 이성수 대표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듯 내밀한 녹취록까지 깠다. ‘역외탈세’라는 예민한 이슈를 수면에 끌어 올리면서 이 전 총괄 프로듀서와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선언이다. 국세청이 즉각 세무조사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네 살 때부터 봐 왔던 착한 조카였다”고 심리적인 방어전으로 맞섰다.

#‘선생님’ 이수만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역사를 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음반 시장 주류인 아이돌 그룹 문화를 정착시키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까지 호령하는 K팝 그룹 탄생의 토대를 구축한 제작자다. 가수 출신 프로듀서로서 가장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1952년생으로 서울대 농과대학을 다닌 그는 1972년 밴드 ‘4월과 5월’로 데뷔해 가수로 활동했다. 솔로 가수로 전향한 이후에는 주로 발라드 장르를 소화했지만 정작 주목받은 분야는 음악보다 라디오 진행과 TV 프로그램 진행이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음반 제작자의 길을 결심한 때는 1980년대 초반 미국 유학 시기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유학 시절 MTV 등을 통해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던 뉴키즈 온 더 블록 등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컴퓨터로 음반을 제작했고, 동시에 인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마련한 초기 자금으로 음반 제작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선생님’으로 불렀다. 그만큼 SM엔터 소속 아이돌 그룹의 전반에 이수만의 색채가 짙게 배어 있고,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SM엔터는 이후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 양현석의 YG엔터테인먼트 설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처조카’ 이성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2010년 2월 SM엔터 대표이사직에서 공식 사임했다. 2003년 횡령 혐의로 구속되고, 이후 회사 운영에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최대주주로서 이사진에 친인척을 비롯해 관계인을 포진시켰고, SM엔터의 사업 방향이나 프로듀싱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영향력은 이번 경영권 갈등의 불씨가 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서도 드러난다. 라이크기획은 SM엔터 연간 매출 가운데 6%를 가져갔다. 순수익이 아닌 매출의 6%를 배당받아 2022년까지 약 1600억 원을 챙겼다. 일각에서는 SM엔터가 2014년과 2021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많게는 수십억 원을 추징당한 배경에 이 전 총괄 프로듀서와 라이크기획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일종의 ‘통행세’를 챙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둘러싼 구설은 계속됐다. 2021년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17세 연하의 외신기자에게 49억짜리 청담동 고급빌라를 증여해 입길에 올랐다. 그러는 동안 SM엔터의 업계 1위 자리도 사라졌다. SM엔터는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하이브에 밀리고, 심지어 JYP에게도 시가총액에서 밀렸다. 위기감이 감지되자 지난 2020년 40대 초반의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를 선임해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뜻과 달리 이 결정은 ‘SM 내전’이 씨앗이 되고 말았다.
이성수 대표가 다름 아닌 ‘이수만 일가’라는 사실은 이번 갈등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1979년생인 이 대표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처조카로 한국외대 재학 시절 팬들의 동향을 살피는 업무를 맡는 인턴사원으로 SM엔터와 인연을 맺었다. 졸업 후인 2005년 SM엔터에 입사해 A&R 담당을 거쳐 음악제작을 총괄하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직속의 프로듀싱 본부장까지 쾌속 승진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왜 아들이 아닌 처조카를 대표에 앉혔을까. 그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유학 시절인 1984년 미국에서 아내(2014년 작고)를 만나 아들 두 명을 낳았다. 이들은 어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줄곧 생활하고 있다. 학업 등 이유로 부친인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음악 활동에는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엑소의 노래 ‘렛 아웃 더 비스트’의 작사가 가운데 한 명인 이현규가 바로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맏아들이다.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아들에게 SM엔터를 승계하는 것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한때 아들 승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라이크기획과 SM엔터 사이의 사적 거래 문제가 2019년 KB자산운용의 주주제안으로 수면 위에 오르면서 아들 승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그러자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2005년부터 SM엔터에서 함께 했던 처조카 이성수 대표를 지원했다.
#이수만 세무조사 가나
한편 이성수 대표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2019년 홍콩에 설립한 회사 CT 플래닝 리미티드(CT Planning Limited)에 대해 “매출 6%를 선취하는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폭로하면서 이제 ‘SM 내전’은 ‘조카의 난’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세청은 즉각 반응했다. 16일 “이상 징후가 보이고 검토할 부분이 확인돼 SM엔터에 대한 세무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조한 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다. 함구하던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날 “(이성수 대표는) 상처한 아내의 조카로서 네 살 때부터 보아왔다”며 “19세에 SM엔터에 들어와 팬 관리 업무로 시작해, 나와 함께했다. 아버님이 목사인 가정에서 자란 착한 조카”라며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