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원예조합’ 파산으로 30억 피해 농민 몫으로…“물의 빚어 죄송, 농협중앙회 감사 예정” 해명
경기지역 7개 농협의 출자로 설립된 ‘경기원예조합 공동사업법인’(경기원예)이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 농가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원예’는 2018년 경기 양평군에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업인 이익 증진 기여를 목적으로 양평지역(양평, 양서, 지평) 농협, 안성지역 (일죽, 고삼, 삼죽, 고삼) 농협 등이 총 3억 8000만 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해당 법인은 농산물 공동판매와 운반, 보관 및 가공·위탁 사업 등을 운영해 오면서 2019년 전국 8개 광역자치단체별로 1개소씩 선정하는 ‘서울시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사업’에 경기도 지역 업체로 선정됐다. 이에 친환경 생산농가 등에서 농산물을 공급받아 사업을 수행해 왔으나 코로나19, 부실경영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설립 4년여 만에 결국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취재 결과 전체 피해 규모는 약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 피해는 태풍과 영농자재 인상, 인건비 상승 등 기후, 경제적 상황악화로 고초를 겪어온 농민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경기원예’에 출자한 7개 단위농협은 직거래 농가들의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3월 치러질 조합장 선거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책임 있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아 농민들의 볼멘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19일 이사회를 통해 해산을 의결한 이후에도 그 사실을 농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농산물 납품을 받아온 것으로 파악돼 농민들의 거센 분노와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해온 A 씨는 “학교급식을 한다는 사실에 지속적인 농산물 납품이 가능할 것 같아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며 “과연 어떤 농민이 농협이 출자한 법인 회사가 농산물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전 정보 공유도 없이 파산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농민 B 씨는 “법인의 이사들로 책임지고 농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앞장서야 할 농협들이 내부회의를 거쳐 해산을 이미 의결해 놓고 시간을 끌어 오다 일방적으로 파산통보를 하는 것은 분명 농협이 농민들을 기만하는 사기행각”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경기원예 관계자는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현재 부득이하게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조만간 농협중앙회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어떠한 변명을 해도 농민들의 아픔을 대신할 순 없겠지만, 농가와 농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농가의 피해 규모 실체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대책도 없이 일방적 파산을 결정한 뒤 말로만 농민 피해 최소화를 운운하며 다가올 조합장 선거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 작태는 농민을 두 번 죽이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어 “농협은 말로만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농민의 조직이라고 주장하지 말고 이제라도 농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진정으로 농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농협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선 강원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