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후보 김기현 장예찬 호응 뜨거워…이준석계 ‘천아용인’ 연설 땐 곳곳서 야유
2월 23일 오후 1시 20분 찾은 강원 홍천종합체육관 앞은 빨간 물결로 가득 찼다. 합동연설회 시작 40분을 앞두고 곳곳에서 응원전이 펼쳐졌다. 북과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지지자들은 후보들 이름과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이기는 김기현’ ‘강한 뚝심 당대표는 황교안’ ‘유능하고 깨끗한 안철수’ 등의 대형 깃발이 나부꼈다. 체육관 입구 바로 앞에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 문구가 쓰인 후보 영상 트럭이 자리했다.
체육관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는 인산인해를 이뤄 이동이 쉽지 않았다. 이날 국민의힘이 추산한 인원은 3000여 명이다. 통로에선 황교안 후보 지지자들과 스태프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역 당원들을 먼저 입장시키려는 스태프들에게 황 후보 지지자들이 “왜 못 들어가게 막느냐”고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욕설이 난무했다. 기자 역시 입구 앞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밀리다 간신히 입장할 수 있었다.
체육관은 지지자들로 빼곡히 찼다. 중장년층이 다수였다. 의자 위에는 ‘강원특별자치도당’이 적힌 빨간 수건들이 구비됐다. 강단 바로 앞에는 후보들 자리가 마련됐고 왼쪽이 펜 기자석, 무대 바로 앞 중앙 부분에는 카메라 기자석이 자리했다. 2층 관람석은 국민의힘 강원도당이 내건 11개의 대형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강원도 숙원사업이었던 ‘강원특별자치도 설립’과 관련된 플래카드들이 많았다. 강원도는 보수색이 짙은 지역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강원도당 소속은 25만 명, 책임당원은 5만 명이다.
오후 1시 55분 전당대회 후보들이 등장하면서 열기는 최고조로 달했다. 2시 1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유흥수 당 선관위원장이 합동연설회 시작을 알렸다. 이날 현장엔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포함해 유상범 박정하 이양수 한기호 권성동 의원 등 강원 지역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후보들 소개가 모두 끝나자 ‘김기현’을 외치는 소리가 체육관을 메웠다. 강단에서 입구까지 종렬로 이어진 기자석 앞은 황교안 후보 지지자들이 금세 채웠다.
청년최고위원 후보 연설이 시작됐다. 사회자는 꽹과리 등 응원 도구 사용을 자제하고, 장내 질서 유지를 부탁했다. 기자는 2층 강단을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단 앞에는 연설자가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대형 타이머가 있었다.
합동연설회를 앞둔 당대표 후보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빨간 목도리를 걸친 황교안 후보는 연설회 내내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최고위원 후보들의 연설을 들었다. 안철수 후보는 태블릿PC를 자주 들여다봤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기현 천하람 후보는 당대표 연설 전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후보 연설은 5분. 당대표 후보 연설은 7분이다.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에선 장예찬 후보에 대한 열기가 가장 뜨거웠다. ‘믿고 쓰는 청년 장예찬’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고, 손팻말 역시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 제일 많았다. 장예찬 후보가 “이준석 전 대표가 강원도를 위해 10원 한 장 벌어왔냐”는 말에 ‘장예찬’을 외치는 함성도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강원 지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준석계 최고위원 허은아 후보 연설에선 야유가 계속됐다. “똑바로 해라” “시끄럽다” “빨리 내려와” 등 소리치는 이들도 있었다. 허 후보는 “권력에 줄 서기보다 당원에 줄 서는 최고위원이 되겠다”며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항상 그 자리에 있겠다”고 했다. 화이트 정장에 캐주얼 운동화를 신은 허 후보는 연설 후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연설이 끝난 후 당대표 연설이 시작됐다. 황교안 후보가 등장하기 전부터 ‘황교안’을 외치는 소리가 체육관을 채웠다. 황 후보를 응원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많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응원 경쟁도 상당했다. 황 후보 연설이 1분 남은 시점에 김기현 후보 응원단이 ‘김기현’을 크게 외치기 시작했고, 황교안을 외치는 소리와 뒤섞여 장내가 혼란을 겪기도 했다.
황 후보 뒤를 이은 안철수 김기현 후보 연설에서도 응원단 기싸움이 상당했다. 안 후보 목소리는 네 명의 후보 중 쩌렁쩌렁 가장 크게 울렸다. 안 후보가 연설에서 김 후보 부동산 투기 의혹 문제를 꺼내자, 김기현을 외치는 소리도 나왔다. “김기현은 거짓말 안한다”는 외침도 들렸다. 김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장내 열기가 달아올랐다. ‘김기현’을 외치는 소리로 가득 찼다. “김기현 잘한다”, “옳습니다” 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마지막 천하람 후보 연설을 앞두고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김 후보 연설이 모두 마무리되자 지지자들이 체육관에서 순식간에 우르르 다 나가버린 것. 천 후보는 잠시 당황한 내색을 보였으나, 이내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 도중 “이준석 아바타” “아웃” 등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연설이 끝난 후에도 체육관 앞 응원 경쟁은 계속됐다. “당대표는 황교안” “최고위원 태영호” 등 여러 구호들이 뒤섞였다. 체육관 앞으로는 버스가 10대 넘게 세워져 있었다. 대구에서 왔다고 밝힌 황 후보 지지자 중년 남성은 “자유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황교안 후보뿐”이라며 “나라를 살리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강원도당 당원이라는 30대 청년은 “천아용인 후보들 응원하러 왔는데 생각보다 지지 세력이 안 보여 속상했다”고 했다.
홍천=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