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관록’ 안철수 ‘메시지’ 천하람 ‘아나운서’…황교안 ‘정확한 중저음’ 가장 후한 점수
#여유로운 김기현
판사 출신 김기현 후보는 웃을 때 입이 귀밑까지 붙어 보인다고 해서 ‘하회탈’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김 후보는 울산시장(2014년)과 당 원내대표(2021년)를 지낸 4선 중진 의원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윤심’을 등에 업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오랜 정치 경력답게 연설은 자연스럽다는 평을 받는다. 구 대표는 “정견발표 연설문을 읽을 때 스크립트에 의존하지 않고 ‘말하듯이’ 흐름을 이어갔다”며 “주요 키워드에 강약이 분명하고, 진지한 표정과 단호한 말투를 더해 귀에 쏙쏙 들어오는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했다.
김 후보 특징은 TV 토론에서 잘 나타났다. 공격을 받아도 쉽게 감정을 보이지 않고, 여유로움을 내비쳤다.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황교안 후보에게 “(땅을) 95% 할인해 드릴 테니 가져가라”고 웃으며 대응하거나, “정치 생명 걸겠다. (황 후보도) 걸 수 있냐”는 식이다. 구은화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에 대해 치열하게 반론하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힘으로써 4선 의원의 노련함을 과시했다”며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과 태도를 유지한 점을 높이 살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투리 탓에 전국적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 대표는 “약간 쉰 목소리에 지역색이 짙은 말투를 사용하는데, 영남 정당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강해진 안철수
안 후보는 수도권 후보론을 들고 나왔다. 4인 후보 중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다. 전당대회 시작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했지만 대통령실로부터 ‘국정 운영의 적’이라는 경고를 받고 기세가 꺾였다. ‘천하람 돌풍’도 안 후보에게 리스크다. 이준석계 천 후보가 등장하면서 안 후보가 ‘친윤’과 ‘반윤’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갖게 됐다. 안 후보에게 늘 따라붙는 ‘철수’ 이미지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에서 단일화를 했다.
구 대표는 과거에 비해 안 후보 스피치가 노련해졌다고 호평했다. 구 대표는 “안 후보 메시지는 과거 선거 출마 당시보다 확연히 강해졌다”며 “선거 출마를 거듭하며 더욱 노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구 대표는 “안 후보 특유의 조근조근 말투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모습은 기업인의 프레젠테이션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 후보 자신이 ‘수도권에 강한 후보’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며 “정당이 필요로 하는 바가 무엇인지 핵심을 분명히 알고 하나의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점은 타 후보들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안 후보가 비언어적 요인, 토론 태도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토론회에서 드러난 말투, 발음, 표정, 자세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발음이 부정확해서 메시지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했다. 구 대표는 “발음 문제와 함께 상대 후보를 가르치려는 듯한 말투, 질문 시간에도 쉴 새 없이 자기 말만 하는 태도는 신뢰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거만해 보이는 태도는 안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어그로' 없는 천하람
천하람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 돌풍의 주인공이다. 지난 21대 총선 때 국민의힘 험지인 전남 순천갑에 나섰다가 패했지만 그 후 보수 진영의 차기 정치인으로 꼽혔다. 이번 전당대회 출마로 정치 체급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천 후보는 ‘윤핵관 퇴진’, ‘대통령 공천 불개입 조항’ 등을 내세우는 등 강력한 선명성을 강조한다. 1차 TV조선 당대표 토론회에서는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선전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구 대표는 천 후보를 두고 “깔끔한 외모에 아나운서 같은 언변을 구사하는 뉴페이스가 당대표 후보로 출마했다”면서 “TV토론회에서 존재감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주도권 토론에서도 조근조근하지만 강경한 어조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며 상대 후보들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천 후보의 정제된 태도에 후한 점수를 줬다. 구 대표는 “깔끔한 외모에 아나운서 같은 정확한 발음과 편안한 음성톤, 그리고 적확한 제스처를 사용했다”며 “정치 신인은 대부분 상대를 비하하고 비아냥거리는 발언으로 소위 ‘어그로’를 끌려는 실수를 하는데, 천 후보는 정제된 단어 사용과 예의를 갖췄다”고 봤다.
다만 구 대표는 천 후보 스피치에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구 대표는 “정치인의 말하기와 아나운서 말하기는 다르다”며 “듣기 편한 목소리는 초반에 청중을 매료시키지만, 금세 질린다는 단점이 있다. 유권자를 매료시키기 위해서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메시지를 강조하는 자신만의 표현법을 익혀야 한다. 정치인의 연설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조근조근 설명하다가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경쟁자인 김기현 후보의 ‘정치인 말하기’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매운맛' 황교안
황교안 후보는 4인 후보 중 정치 경력만 놓고 보면 가장 화려하다.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당대표를 지냈다. 2020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총선 패배가 뼈아픈 상처로 남았다. 황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 후보 중 후원금을 유일하게 1억 5000만 원 한도를 채웠다. 그만큼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강경 보수 색채가 강해 외연확장엔 의문부호가 달린다.
구 대표는 후보들 중 황 후보 스피치 점수를 가장 높게 줬다. 구 대표는 “황 후보의 목소리는 듣기 편한 중저음에 지역색 없는 정확한 발음, 단호하고도 차분한 어조와 말투가 어우러져 신뢰감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구 대표는 황 후보의 정치적 이미지가 스피치를 받아들이는 대중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구 대표는 “황 후보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매우 자극적이고 또한 올드하다”며 “보수정당 지지자들의 귀에 쏙쏙 들어올 수는 있다”고 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