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줄다리기 시민들만 ‘발 동동’
▲ 3월 1일부터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기능이 정지되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롯데카드로 버스나 지하철 요금을 냈던 이용자들은 3월 1일부터 사용을 할 수 없게 됐다. 교통카드 기능이 정지된 것. 올해 1월 신규발급 중단이라는 사태에도 기존 가입자들의 이용은 가능했지만 이제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교통카드 발급 및 시스템 사업자인 한국스마트카드와 롯데카드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롯데카드에 부가됐던 교통카드 기능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기능을 정지시킨 한국스마트카드는 현재 삼성카드와 협상 중이며 신한카드, 외환카드와도 차례로 협상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한국스마트카드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후 후불 교통카드의 사용정지 파급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국스마트카드는 자신들의 요구가 절대 무리한 것이 아니며 카드회사들이 적정한 수수료를 주지 않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현재 교통카드 기능이 사용중지 위기에 처한 카드는 롯데카드 외에 삼성카드, 신한카드, 외환카드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지난해 12월 계약시점이 완료된 네 회사에 대해 개별 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지난 2월 17일 롯데카드에 사용중지에 대한 최후 통보를 함으로써 결국 3월 1일부터 사용이 중지되었다.
현재 삼성카드와는 마지막 한 차례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삼성카드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는 입장이다. 삼성카드 측은 “현재 협상중이라 자세한 말을 하기 어렵다. 카드사들의 입장은 다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해 사용정지가 될 것을 시사했다.
카드회사들이 한국스마트카드의 요구가 무리라고 하는 이유는 그간 받아오던 사용수수료 0.5%를 1.5%로 올리고 연 2400∼3040원의 이용료를 새로이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그간 교통카드 사용액 중 1.5%를 버스와 지하철 운송업체로부터 수수료로 받았다. 그중 한국스마트카드에 0.5%를 지급하고 나머지 1%를 운영비용에 썼다. 한국스마트카드에 1.5%를 다 지급하면 사실상 운영을 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반 가맹점의 카드결제 수수료가 1.5∼2%(리스크가 큰 유흥업소는 2%대 후반)인 상황에서 운송업체에만 수수료를 인상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스마트카드가 이처럼 수수료를 인상하려는 것은 그간 누적된 적자 때문. 한국스마트카드는 수수료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도저히 교통카드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그런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이를 카드사에 떠넘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스마트카드의 지분구조는 서울시가 35%, LG CNS가 20%, 카드사들(롯데, 신한, 외환, 국민, LG, BC, 현대)이 20%를 보유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부실을 군소 주주인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 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대주주 책임론을 지적하며 서울시와 LG CNS가 경영상의 문제점은 제쳐둔 채 손쉬운 해결책만 찾는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등장하고 있다.
2004년 7월 1일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출범한 한국스마트카드는 당시 시스템을 급히 완성해야 하는데다 자금형편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은행이 요구하는 대로 주주들인 카드사들로부터 자금인출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카드사들이 이를 빌미로 일부러 계약을 늦추며 수수료 0.5%를 체결하도록 했다고 한국스마트카드는 설명하고 있다. 7월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다 12월에야 겨우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선불식 교통카드와 후불식 교통카드의 사용 비중은 50 대 50이다. 선불식의 경우 1.65%의 수수료를 받지만 후불식의 경우 0.5%를 받고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 데다, 후불식에 시스템 관리비용의 80%가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후불카드의 경우 사용정지된 카드 목록을 매일 업데이트하는 등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불식에서 오는 수익은 120억 원인 데 비해 후불식은 60억 원밖에 되지 않아 선불식 카드 사용자가 후불식 카드 사용자의 비용을 떠안고 있는 구조라고 한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카드사들의 경우 카드발급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교통카드 기능을 넣는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말하는 비용 논리는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A카드사의 경우 매월 7, 17, 27일 교통요금을 무료로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치기까지 하면서 한국스마트카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 또 카드사가 놀이공원, 극장할인 등 제휴사업에서 이익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결국 카드사들은 운송회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들어 한국스마트카드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스마트카드는 카드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출혈경쟁을 감내하면서도 자신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최근 가맹점들로부터 비싼 수수료 인하 압력을 계속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스마트카드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향후 수수료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불 교통카드 사용중지 파장이 오래 갈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스마트카드는 티머니라는 선불식 교통카드를 직접 발행하고 있기도 하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