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 학생 행정소송 승소 비율 20%도 채 안 돼…고의 지연 의심”

“승소 아닌 학교폭력 처분 막기 위한 것 아닌가 의혹”

[일요신문] 학교폭력 가해자가 최근 3년 간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조치에 불복해 가해 학생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가해 학생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2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소송의 목적이 승소가 아닌 학폭위 조치의 집행을 고의로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불복 절차 관련 가해자가 제기한 학폭 행정소송 건수 및 결과’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가해자가 제기한 학폭 행정소송 건수는 총 325건으로 집계됐다. 그 중 승소한 경우는 57건으로 승소율은 17.5%에 그쳤다.

지역별 승소율을 살펴보면 대전은 10건 중 가해학생이 1건도 승소하지 못해 승소율 0%를 기록했고, 경기(8.3%), 부산(8.3%)은 승소율이 10%도 되지 않았다. 경북(15%), 세종(14.3%), 대구·충북(11.1%), 경기·부산(8.3%) 등도 평균 승소율을 밑돌았다.

강 의원은 승소율이 낮음에도 가해 학생 측에서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학폭위 조치 집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자녀도 2018년 3월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취소하고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다 2019년 2월에서야 전학을 갔다.

강 의원은 “그 기간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과 같이 지내는 등 정신적인 고통이 더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등 학업 생활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정 변호사가 자녀의 학생부에 학교폭력 처분 기재를 막고, 입시에 영향을 끼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져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가해 학생이 행정심판,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피해 학생이 보호받지 못하고 2차 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 학생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교육부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민주 기자 [e-mail]